시민단체 여름캠프 - 귀농운동본부 천연염색강좌
더위가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휴가철이 다가오자 시민사회단체들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름캠프 일정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름캠프란 시민들과 직접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으며, 시민들로서는 각 시민단체들의 지향성을 담은 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시민단체들이 준비하는 캠프 중에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마련한 천연염색 강좌가 7월 7일에서 9일까지 전라남도 화순에서 있었다. 강좌에 직접 참여하여 천연염색의 어떤 점들이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지 살펴보았다. 7월 7일 오후 2시. 전라남도 화순에서 30분 정도 차로 달려 도착한 곳은 정옥기(천연염색가) 씨댁. 황토로 만들어진 아담한 시골집에 서른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서른 명을 수용하기에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강의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가족동반에서부터 직장동료, 학생, 스님, 귀농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올해 충북 괴산으로 귀농한 김용달(전직교사) 씨는 “잘 배워서 가족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며 기회가 있으면 앞으로 한 번 더 참여할 계획”이라며 강좌에 참여한 동기를 설명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는 서상하 씨는 “의복의 디자인이 세계화되고 있고, 우리의 천연염색과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접목시키면서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멀리 경남에서 온 세 명의 교사는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데,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천연염색을 했으나 실패가 잦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천연염색을 자세히 배워 성공적인 미술수업을 해볼 요량이라고 전했다.

천연염색, 옷입기 문화 바꾸는 작업

천연염색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텔레비전 광고나 프로그램을 통해 옥이나 황토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자 천연광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또 내의 전문 회사인 ‘좋은 사람들’이 황토 속옷을 만들어 고가로 판매함에 따라 황토염색은 상업화되었다. 이 강좌의 강사인 정옥기 씨는 “주병진이가 파는 황토 팬티는 한 장에 17,000원 한다는데, 저희한테 와서 옷 만드는 방법을 배워 가서는 그런 장사를 한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염색방법이 널리 알려지면 누구나 집에서 간단히 염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천연염색의 용이성을 설명했다. 천연염색은 누구나 자꾸 실험을 해보아 자연적인 색감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옥기 씨는 10년 전에 현재 살고 있는 화순군 능주면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건강한 먹거리 고민으로 유기농을 했고, 다음에는 입는 것을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처음에는 화학염료를 이용하여 작품을 하기도 했지만 천연염색에 대한 자료수집을 시작하고 직접 실험을 하면서 천연염색의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산과 들을 다니면서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면 제가 입고 있는 속옷에 물을 들여서 집에 옵니다. 그래서 그 놈을 계속 입다보면 색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변색 정도는 어떤지 확인이 되죠.”

천연염색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연염색의 재료는 자연 전체이다. 즉 우리 주위에 있는 초목, 넓게는 동물, 광물은 모두 제 나름의 색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눈으로 목격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흰 천을 하나씩 받아 밖으로 나갔다. 주위에 있는 식물이나 광물을 천에 비벼보고 어떤 색이 배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후, 각자 들고 있는 알록달록해진 천을 내보이며 “만물이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경탄했다.

정옥기 씨는 천연염색 이론강의의 맨 마지막에 “천연염색은 고정된 색상을 요구하는 화학염색과는 달리 시간이 가면 색이 변하고 바래는 것이 묘미입니다. 색이 점점 옅어지죠.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 생각이 바뀌어야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며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 함을 강조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념 바뀌어야

다음날 아침. 실전을 위해 모두 편안한 차림으로 모였다. 30여 명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할 염색을 선택했다. 황토, 숯, 소목, 봉선화, 치자, 황연, 홍화 등 갖가지 염색이 시도되었다.

“저는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우러 다녔어요. 배우게 된 이유는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옷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배우게 되었는데, 지금은 염색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신나네요.”

흰 천을 염료에 담그고 열심히 주무르고 있는 정은정(번역가) 씨. 염료가 마르면 색이 어떻게 날까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갖가지 염색방법에 대해 듣고 실습하면서 한나절을 보냈다. 모두들 이날 염색을 즐기긴 했지만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시골이니까 이렇게 널어놓고 하지, 도시에선 할 수 있을까?”

“화학염색보다 천연염색이 몸에 좋고, 자연의 색이니 백 배 더 낫다는 생각은 하지만 불편해서….”

“그리고 세탁할 때마다 물이 빠지고 빛이 바래는데 천연염색을 상업화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편리한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습관이 바뀌어질 수 있을까?”

참가자들은 저녁 상에 마주 앉아서도 이런 고민들을 나누었다. 문명의 이기와 편리함 사이에서의 방황. 의복의 대량생산체체가 가능하지 않았던 시대, 아무리 신어도 낡지 않는다던 나일론 양말이 나오지 않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누구나 흰 무명천에, 푸른색 쪽염을 들이는 법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몰라도 생활이 가능하다. 더욱 화려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물음에 해답을 내릴 순 없지만 정옥기 씨가 말하는 시골에서의 삶을 들어보자.

“이곳의 삶은 저를 전인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도시에서처럼 한 가지만 할 줄 알아서는 살 수가 없죠. 현재 우리집에 농사, 염색, 집짓기와 관련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귀농 9년 만에 의식주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2000/08/01 00:00 2000/08/0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338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