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잘났다고 우기지 말아야해요
2000/2000년 08월 :
2000/08/01 00:00
탈북10대들의 통일관
태어나서 남한에서 십대를 거치는 청소년 외에 북한에서 인민학교를 다니다가 귀순해 남한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남매를 찾아가 만나 보았다. 실제로 이 아이들이 어떻게 남한생활에 적응하느냐는 남북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리트머스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이들의 적응 여부가 남한이 어떻게 북한 인민을 수용하고 인식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포천군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다니고 있는 김경미(가명)양과 동생 초등학교 3학년 김경식(가명)군을 만났다. 남한의 학교에 다닌 지는 2년이 되어간다. 경미는 처음에 남한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힘겨워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학교 가기 싫어 울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라고 그때를 회고했다.
“북조선에서도 남한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배웠고, 막상 와서 보니 참 달랐어요. 또 그때 텔레비전에서는 계속 왕따 얘기가 나왔어요. 저도 왕따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경미는 처음에는 자기가 북에서 왔다는 것을 급우들이 아무도 몰랐으면 했다. 현재는 그가 북한에서 출생했음을 아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
“5학년 들어서 어느날 문득 친구들이 무섭지 않게 되었어요. 항상 여기 아이들이 저와 다르다는 생각으로 두려워했는데, 북한 아이들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느날 수업하는데 한 아이가 연필 뒤꼭지를 입으로 물어뜯는 걸 봤어요. ‘어, 우리 북한 친구들 중에도 저런 습관이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작은 것에서 경미는 친구를 사귈 용기를 내게 되었다. 가끔 같은 반 남학생들이 몰려와 “왜 남한에 왔냐”고 묻기도 한다. 경미는 아무 대답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직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아이답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경미가 겪은 혼란과 마음의 충격에 대해 남한 사회의 포용력이 그리 넓지 못하다는 것을 경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경미에 비해 경식은 더욱 북한에서의 경험을 꺼내기 싫어한다. 저녁식사 중 경식과 경미에게 통일에 대해 물었더니 경미는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하고, 경식은 경미의 말을 강하게 부정하며 “안 됐으면 좋겠어. 아마 통일되면 맨날 서로 잘났다고 싸울 거야”라고 했다.
“그럼 통일이 되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겠니?”라고 질문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경식이가 잽싸게 “북한 사람은 북한 사람끼리, 남한 사람은 남한 사람끼리 놀 거예요. 서로 놀리지 말아야지 뭐. 북한 사람이라고 놀리는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미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답했다. 서로 잘났다고 우기는 욕심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경미는 가끔 텔레비전에서 북한에 대해 방영할 때 “꼭 저렇지만은 않은데”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한다. 통일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친구들을 데리고 북한을 안내해주는 것이라고. “북한도 좋은 곳이 있고, 남한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안내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