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과 화염병이 없는 거리.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부터 ‘무탄무석’의 거리 만들기를 선포했던 이무영 경찰청장. 이로 인해 비즈니스위크지에 ‘아시아의 스타 5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가 최근 롯데호텔 노조 농성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진압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에선 의사파업과 한겨레 사태로 한쪽 뺨을 얻어맞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힘없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부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즉각 진상조사단을 꾸려 현장조사 및 경찰 관계자들을 면담, 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없어진 거리에 다시 전운이 감도는 것일까. 이무영 경찰청장을 만났다.

무체류탄 선언은 아직도 유효한 겁니까.

“물론입니다. 최루탄을 쏘면 곧바로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나옵니다. 이제 갓 IMF를 졸업했는데 최루탄 쏘면 또 해외신용등급이 떨어질겁니다. ‘무탄무석’, 이거 우리가 먼저 한 겁니다. 이를 두고 ‘인내진압’이라고도 하지요. 르몽드지를 비롯해 외국 언론은 경찰의 이같은 정신을 보도해줬는데 우리 언론은 제대로 써주질 않아요.

한국경찰은 그간 과거 식민지 경찰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경찰의 주요 임무인 봉사와 질서 유지 중 국민을 탄압하면서 국민을 구속·처벌해 질서만을 유지시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집시법을 적용 운용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집시법의 정신은 집회를 벌이는 사람을 보호하는 한편 공공의 안녕을 유지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법정신으로 볼 때 헌법에도 규정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먼저여야 할텐데 과거 군사독재시절 정통성 없는 정부는 오히려 탄압 위주로 시위대를 진압했습니다. 앞으로도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는 보장하고 안내까지 해줄 것이지만 불법파업은 반드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집시법은 헌법에도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속한다는 이무영 경찰청장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최근 경찰청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가 시민단체들로부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한발 물러선 상태다. 경찰이 선보인 집시법 개정안은 20여개가 넘는 신고사항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집회 허가제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측 관계자는 “법 개정을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루탄은 쏘지 않지만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방패 등을 이용한 폭력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부에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수적인 언론은 최루탄을 쏴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줄여야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75%가 쏘지 말아야 한다더군요. 우리 경찰이 누구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습니까.”

최근 롯데호텔노조 진압과정을 보면서 최루탄을 섬광탄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또 테러진압을 목적으로 창설된 경찰청 특공대를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현장에 투입시킨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건물 진압은 전경들이 잘 못합니다. 더군다나 36·37층의 고층건물에 있는 농성자들을 해산시키려면 경찰특공대가 작전을 수행해야 합니다. 농성 노조원드링 호텔 진입을 차단하고 비상계단과 출입문을 피아노와 식탁 등으로 바리케이트를 겹겹이 설치하는 등 극렬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큰 사상자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안전진압을 위해 그물도 준비하고 12명의 특공대원이 들어간 것입니다. 그 때 섬광탄을 2∼3발 쏘았는 데 이렇게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제압되지 않습니다. 노조원들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겁니다.(옆에 있던 공보과장을 쳐다보며 “7∼8발인가? 확인해서 김기자에게 가르쳐주지”라고 말했다.) 또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최루탄을 쏘면 질식할 수도 있지요. 섬광탄은 인체에 해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시설을 점거해 농성을 하거나 불법행위가 발생해 부득이 경찰력을 투입해야 할 경우 경찰특공대를 투입할 것입니다.”

특공대가 연막탄을 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연막탄은 쏘지 않았습니다. 섬광탄이 터지면 순간 번쩍하면서 빛이 나오는데 이 때 발생한 연기일 뿐입니다.”

농성장에 임산부와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습니까. 이들에 대한 무자비한 과잉진압에 대해서도 문제시하고 있는데. 사전 조사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임신 3∼4개월은 겉으로 보아 잘 모릅니다. 노조원들도 모르니까 함께 농성했을 것 아닙니까. 알고 있었다면 (농성장에서) 내보냈어야죠. 그러나 (임산부를) 볼모로 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자가 많다는 것은 짐작했고, 여성 호송을 위해 여경 1개중대를 동원했습니다. 또 농성장 진압 과정에서 임산부는 먼저 나오라고 유도해 병원으로 직접 호송했고 이상없이 귀가조치했습니다.”

과잉진압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전의경이 젊은 객기에 들어가 한번 발로 찬게 있고, 경찰봉으로 등을 두세번 때리는 것을 과잉진압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과잉진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씀이신지….

“양쪽에 부상자가 나고 이런 상황까지 간 것은 문제 아닙니까. 이런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음주진압 문제는 실사를 해보셨는지요.

“특공대가 ‘전쟁’인데 상식적으로 술먹고 그럴 수 있겠습니까. 호텔측에서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문제의 방은 (술 등이) 리필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경찰이 가져간 롯데호텔 CCTV 테이프에는 아무런 기록이 없습니까. 가령 진압 당시 상황같은 것 말입니다.

“그것에는 복도 사진만 찍혀있기 때문에 진압 상황은 자세히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공권력 투입 배경은 무엇인지요. 오히려 사측에서 노조와 협상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사간 자율적 타협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으며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노동부의 중재에 따라 노사관계가 진행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이러쿵저러쿵 개입할 수는 없는 겁니다. 우리 경찰은 불법행위가 있는 곳에 대해서만 개입할 수 있습니다. 우선 6월 9일 노조측은 냉각기간도 없이 불법파업을 벌였습니다. 남북회담이 진행됐던 기간에 1,200여명의 세계언론기자들이 집중된 곳에서 천막치고 그렇게 해버렸습니다. 선봉대 200여명이 호텔 내 각 영업소를 선회하며 비노조원들의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협박, 영업을 방해했고, 계란을 던지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호텔객실 중 100실 밖에 투숙객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서울 중심에서 이런 불법이 계속 자행되도록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시민들로부터도 왜 경찰은 힘이 약하냐는 등의 항의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습니다.”

의사파업에서 보여줬던 경찰의 모습과는 대조적인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의사 파업과의 형평성 문제는 매도된 것입니다. 의사가 불법 집단으로 롯데호텔처럼 농성했습니까. 의사가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병원 문을 닫고 그만두겠다며 집단의사표시를 한 것이지 롯데호텔처럼 불법 폭력행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의약사간 타협으로 하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는데 그것에 의해 우리가 요즘 수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 2명을 구속했고, 앞으로 7천4백42명을 소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궁금증은 남는다. 의사파업에 대한 이무영 경찰청장 인식은 집단이기주의다.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사후에 수사를 벌이는 것이 경찰 본연의 임무인 국민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또 일부 주장처럼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이 파업’ 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가 더 국가의 안녕에 더 위협적이었는가. 그렇다면 롯데호텔 강제진압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롯데호텔 파업 진압은 청장님이 청와대에 갔다온 뒤 곧바로 행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청와대의 입김 때문은 아니었습니까. 의사파업과 고엽제 피해자들의 한겨레 신문 난입 사건에 대해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청와대에서 ‘집단 이기주의 엄벌’을 천명하고 그대로 경찰에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이지요.

“우선 (그 시기에) 청와대에 갔다온 적이 없습니다. 또 공권력 투입문제는 지방청장의 관할이고 경찰서장의 관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 지역은 남대문 서장이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이며 지방경찰청장의 책임 하에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전에 진압 사실을 몰랐다는 말입니까. 사전에 보고조차 받지 않았습니까.

“서울청장으로부터 전화 보고 받았습니다. 서울청장이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청장을) 직접 불렀습니다. 안전진압 준비가 어느정도 돼있는지 파악하려고요. 서울청장으로부터 안전진압에 대해 거듭 확인하고 진압지시를 내렸습니다. (이같은 결정이 경찰 이외의) 누군가에 의해서 내려졌다는 것은 낭설입니다.”

롯데호텔 강경진압과 관련해 노동단체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나서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무영 청장님은 고소까지 당했고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노조에서 불법행위를 한 것입니다. (진압과정에서) 두쪽다 피해를 봤습니다. 경찰병원에서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는 전경도 있습니다. 그 전경들을 만나보십시오. 그리고 노조원들이 어떻게 때렸는지 물어보십시오. (단체들의 주장,) 그건 맞지 않는 얘깁니다.”

지난 3월 민주노총에 방문해 단병호 위원장에게 여의도 농성장 강제진압 문제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일에 대해서도 그럴 용의는 없는지요.

“경찰청장으로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습니다.”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취임한 뒤 곧바로 ‘경찰개혁 1백일 작전’까지 벌였는 데 국민들이 관심있는 것은 경찰 일선 현장에서의 부조리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요.

“대민 부조리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닙니다. ‘경찰의 수준은 그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원인 치유 보다는 ‘그 놈만 처리하면 된다’는 사회 저변 인식과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것이 돈이면 된다는 촌지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경찰개혁 1백일 작전을 통해 일선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은 일정부분 해소됐지만 부조리 면역력 강화를 위한 보수체계에는 아직 미치고 있지 못합니다. 이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과정에서의 인권탄압 문제도 여전한 것 아닙니까.

“이 역시도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요. 관행과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수사과정에서의 인권탄압을 막을 제도적인 방안은 없는겁니까.

“수사 직무과정과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경찰 윤리과목을 승진시험에 집어넣었습니다. 신입 순경 채용시에도 인성·적성 검사를 강화했지요. 대통령이 그간 민주주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해왔고 정통성이 있는 인권 대통령 밑에서 인권경찰이 안된다면 우리가 배신하는 겁니다. 시민단체들도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도편달해주었으면 합니다.” 최근 ‘시민단체·경찰협력위’를 구성한 취지는 무엇입니까.

“우리 조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또 경찰행정 분야에서 다양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치안정책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위원회는 26개 전국단위 시민단체로 구성됐습니다. 기초질서, 교통질서, 환경보전, 청소년 선도, 성폭력 예방 등 경찰 업무와 관련된 단체로 만들어졌습니다. 특정 이익단체나 집단의사를 관철시킬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는 배제했습니다. 과거 관변단체 관련 조직은 해산시켰습니다. 또 앞으로는 오늘(7월 15일) 전국 지방청의 공보·감사·수사·교통·정보과장 연석회의를 개최해 진압대원들의 과잉진압 오해를 없애기 위해 작전시 기자와 NGO 인사들이 동행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저쪽에서(시위대가) 얼마나 때리는 지도 알아야 합니다.”

▲인터뷰 후기

이번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자는 4개항의 개략적인 인터뷰 질문지를 경찰청에 보냈었다. 그 뒤 경찰청에서는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며 질문사항 8∼9개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인터뷰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었다. 내심 이 인터뷰가 혹시 질문 내용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10개항의 질문서를 작성해 보냈다.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드러났다. 경찰청측은 질문중 3개를 빼달라는 요청했다. 의사파업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와 MBC 기자의 경찰서 집기파손 사건에 대한 내부징계, 경찰청이 발표한 집시법 개정안 등과 관련한 질문이었다. 경찰청측 관계자는 다소 곤혹스런 어투로 이 질문을 고집할 경우 인터뷰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식으로 강경하게 요구해왔다. 의사파업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는 언론에서 여러차례 보도됐었고, MBC 기자 사건은 언론과의 관계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또 집시법 개정안 문제는 아직 경찰의 입장이 정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인터뷰 당일에도 경찰청측 관계자는 3가지 질문에 대해 거듭 함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당하게 밝히는 것이 경찰의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자는 확답을 피한 채 인터뷰에 들어갔다. 인터뷰 중 의사파업과 집시법 문제는 자연스럽게 돌출돼 나왔다. 시간 관계상 MBC 기자 사건 문제는 미처 질문을 던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찰측이 건네준 인터뷰 관련 자료를 들척이다가 우연히 문제의 3개 질문에 대한 답변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발견했다. 만약(?)을 위해 준비한 자료를 잘못 건네준 것으로 보인다. MBC 기자 사건 답변 자료를 들춰보니 “취재차 찾아온 기자가 출입문을 빨리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흥분하여 전화기를 파손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 수갑을 채우는 처리과정에서 일부 적정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 관련 경찰관 3명을 타 경찰서로 전보조치했고, 해당 기자도 회사에서 문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언론의 눈치를 의식해서 취한 조치라기 보다는 일선 근무자들의 근무자세에 주의를 환기시켜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김병기(참여사회 기자)
2000/08/01 00:00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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