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대학교육, 사학분규의 원인과 대책
2000/2000년 08월 :
2000/08/01 00:00
12~13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설립된 초기대학들은 유럽사회의 특권층 자제들을 받아들여 다음 세대의 상류층으로 육성하는 역할을 했다. 이 시기 대학의 교수들은 정치와 종교권력으로부터 대학을 지키기 위해 힘든 투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지만,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폭발적인 재정수요에 직면한 대학들은 기증이나 헌금을 받는 대가로 보수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암흑기가 지속되었다. 과학혁명과 계몽사상을 거부하는 등 역사의 진보를 수용하지 못하고 퇴행적인 연구방법과 사고를 계속해 오는 동안 대학은 더 이상 사회의 빛이 아니었다.
대학이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고, 연구영역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리며, 법률에 의해 각종 특권을 향유”하게 된 것은 19세기 초 훔볼트 등에 의해 베를린대학이 세워지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아직 대학은 모든 시민들에게 개방된 기관은 아니었다. 1960년대 들어 이러한 사정은 변한다. 전후의 베이비붐, 산업의 기술수요 증가, 과학연구와 국가운명의 동일시, 학문의 분화 및 대학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대학의 문이 일반인에게까지 열리게 되었다.
현재의 대학은 국민들이 평생 종사할 직업을 찾도록 교육과 훈련을 하는 공간이면서, 민족과 국가의 지도자를 양성하고, 지식과 문화를 생산하고 전수하며,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교육은 여러 경로를 통해 모든 국민과 전체 인류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은 공익기관이며, 국민과 사회의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을 뿐더러, 거의 모든 교육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는 이유도 대학이 갖는 이러한 중요성 때문이다.
무너진 대학의 이념과 한국의 대학 현실
그런데 우리의 대학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경상대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의 공판에서도 보듯이 학문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대학의 자치는 아예 실종되고 없다. 대학을 뜻하는 College나 University는 ‘교수와 학생의 자치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대학에서 대학의 자율이란 재단의 전횡을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에게 “학교법인의 예결산과 재산취득 및 처분, 정관의 변경, 법인의 합병과 해산, 학교장(총학장)과 교원의 임면, 기타 수익사업과 학교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들고 있다.
반면, 교수들의 자치조직인 교수협의회는 공식기구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교수채용 비리, 학교 공금의 유용·횡령, 부동산투기, 족벌경영, 교권탄압, 학생과 직원의 학습권 및 노동권 유린, 일방적인 폐교조치 등 다양한 사학비리로 나타난다. 부자가 35년간이나 총장직을 세습하는 대학(계명대)이 있는가 하면, 법인명을 달리해 가며 여러 대학을 동시에 운영하는 재단(경문대·경복대·경동대·동우대를 운영하는 재단, 서남대·한려대·광주예술대를 운영하는 재단, 구 대구대·대구미래대를 함께 운영했던 재단 등)도 있다.
최근 경인여대에서 밝혀진 비리는 전국의 전문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족벌경영(남편은 이사장, 부인은 학장, 아들은 기획실장), 회계비리, 유령이사회 구성, 불법적인 학장 임명, 교수 인사비리와 시간대별 활동보고서 제출요구, 학생에 대한 세례 강요, 임신한 여교수에 휴직 강요, 교육시설의 영리목적 운영 등이 그것이다. 과연 대학이 공익기관인가 의심이 간다. 경인여대에서는 교수협의회와 노동조합, 그리고 총학생회가 힘을 모아 투쟁함으로써 비리재단을 퇴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조차 결성할 수 없는 대다수의 전문대학들에서 교수·학생·직원들은 노예적 무권리 상태에 있다. 재직교수 1만 1,000여 명에 학생 90만 명이 재학중인 전국 161개의 전문대에서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사람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것이 교육인데, 교육의 정점에 위치한 대학이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상황에서 이 사회가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대학비리 근절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국공립대학에도 물론 비리는 있다. 그러나 국공립대학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비효율과 낭비이다. 학생수가 비슷한 규모에서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3~4배에 달하는 예산을 쓴다.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에서의 각종 비리와 비효율을 척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리와 낭비를 제거하는 데서 내부통제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위해 교수들의 자치조직인 교수협의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교수·학생·직원 등 자치조직의 대표들로 (가칭)대학자치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의 자치’를 실현함으로써 내부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학의 예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사회의 기능은 대학의 운영을 지원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해야 하며, 총학장과 교원의 임면 및 예결산 등의 사항은 구성원들이 직접 선임한 총장과 대학자치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셋째, 교육비리에 대해서 엄한 처벌을 하여야 한다.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조치 때문이다. 사기업에서 공금을 횡령한 임직원은 엄중한 사법처리를 받게 되지만, 공익기관인 대학에서의 공금횡령은 주의나 경고에 그친다. 관선이사 파견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비리재단에 대해서는 신속히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대학구성원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한번 비리를 저지른 재단은 다시는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교육부 일부 관리와 사학재단의 유착은 항상 문제가 되어 왔던게 사실이다. 교육부 감사관들이 사학의 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발본색원하지 못하는 이유는 동료에 대한 보호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에서 감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충원하는 것이 감사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된다.
넷째, 이상의 방안들을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등 교육관계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교권이 탄압받고, 재단비리가 자행되고 있는 대학들을 생각하면 사립학교법의 개정작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이 모든 제도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교수들의 자각과 불의를 용서하지 않는 ‘행동이 담보된 의식’이다. 정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교수들은 안타깝게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 바로 재임용제도 때문이다. 재임용제도는 교수의 양심을 팔게 하고, 인간성을 파멸시키는 제도이다. 이제 2002년부터 교수임용 계약제와 연봉제가 실시되면 한국의 교수들은 학내문제에 관한 한 더욱 ‘말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물론 덕성여대, 계명대, 강남대, 아주대, 성신여대, 대구미래대, 경인여대, 효성가톨릭대, 한려대, 서남대, 경문대 등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비리재단 퇴진을 외치고 있다. 과거에도 조선대, 인천대, 상지대, 서원대, 대구대, 세종대, 서원대, 청주대, 동의대, 한국외국어대, 광주예술대, 그리스도신학대 등 여러 대학에서 교육민주화투쟁이 있었고, 성과를 거둔 일부 대학의 사례도 있지만 사학비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유럽의 어떤 정치인이 “교육은 우리의 모든 것이고,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이 ‘유일한 희망’의 불씨는 꺼져 가고 있다. 대학의 생명인 공익성을 확보하여 우리 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추기 위해 개악을 거듭해 온 교육관계법이 개정되고 각종 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대표적인 비리사학이었던 상지대학교가 민주대학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과 교수·학생들의 처절한 교육민주화 투쟁기가 다음에서 연재중입니다. http://user.chollian.net/~wonjupa)
대학이 “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고, 연구영역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리며, 법률에 의해 각종 특권을 향유”하게 된 것은 19세기 초 훔볼트 등에 의해 베를린대학이 세워지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아직 대학은 모든 시민들에게 개방된 기관은 아니었다. 1960년대 들어 이러한 사정은 변한다. 전후의 베이비붐, 산업의 기술수요 증가, 과학연구와 국가운명의 동일시, 학문의 분화 및 대학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대학의 문이 일반인에게까지 열리게 되었다.
현재의 대학은 국민들이 평생 종사할 직업을 찾도록 교육과 훈련을 하는 공간이면서, 민족과 국가의 지도자를 양성하고, 지식과 문화를 생산하고 전수하며,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교육은 여러 경로를 통해 모든 국민과 전체 인류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은 공익기관이며, 국민과 사회의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을 뿐더러, 거의 모든 교육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는 이유도 대학이 갖는 이러한 중요성 때문이다.
무너진 대학의 이념과 한국의 대학 현실
그런데 우리의 대학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경상대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의 공판에서도 보듯이 학문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대학의 자치는 아예 실종되고 없다. 대학을 뜻하는 College나 University는 ‘교수와 학생의 자치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대학에서 대학의 자율이란 재단의 전횡을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에게 “학교법인의 예결산과 재산취득 및 처분, 정관의 변경, 법인의 합병과 해산, 학교장(총학장)과 교원의 임면, 기타 수익사업과 학교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들고 있다.
반면, 교수들의 자치조직인 교수협의회는 공식기구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교수채용 비리, 학교 공금의 유용·횡령, 부동산투기, 족벌경영, 교권탄압, 학생과 직원의 학습권 및 노동권 유린, 일방적인 폐교조치 등 다양한 사학비리로 나타난다. 부자가 35년간이나 총장직을 세습하는 대학(계명대)이 있는가 하면, 법인명을 달리해 가며 여러 대학을 동시에 운영하는 재단(경문대·경복대·경동대·동우대를 운영하는 재단, 서남대·한려대·광주예술대를 운영하는 재단, 구 대구대·대구미래대를 함께 운영했던 재단 등)도 있다.
최근 경인여대에서 밝혀진 비리는 전국의 전문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족벌경영(남편은 이사장, 부인은 학장, 아들은 기획실장), 회계비리, 유령이사회 구성, 불법적인 학장 임명, 교수 인사비리와 시간대별 활동보고서 제출요구, 학생에 대한 세례 강요, 임신한 여교수에 휴직 강요, 교육시설의 영리목적 운영 등이 그것이다. 과연 대학이 공익기관인가 의심이 간다. 경인여대에서는 교수협의회와 노동조합, 그리고 총학생회가 힘을 모아 투쟁함으로써 비리재단을 퇴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조차 결성할 수 없는 대다수의 전문대학들에서 교수·학생·직원들은 노예적 무권리 상태에 있다. 재직교수 1만 1,000여 명에 학생 90만 명이 재학중인 전국 161개의 전문대에서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사람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것이 교육인데, 교육의 정점에 위치한 대학이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상황에서 이 사회가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대학비리 근절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책
국공립대학에도 물론 비리는 있다. 그러나 국공립대학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비효율과 낭비이다. 학생수가 비슷한 규모에서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3~4배에 달하는 예산을 쓴다.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에서의 각종 비리와 비효율을 척결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리와 낭비를 제거하는 데서 내부통제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를 위해 교수들의 자치조직인 교수협의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교수·학생·직원 등 자치조직의 대표들로 (가칭)대학자치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의 자치’를 실현함으로써 내부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학의 예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사회의 기능은 대학의 운영을 지원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해야 하며, 총학장과 교원의 임면 및 예결산 등의 사항은 구성원들이 직접 선임한 총장과 대학자치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셋째, 교육비리에 대해서 엄한 처벌을 하여야 한다.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조치 때문이다. 사기업에서 공금을 횡령한 임직원은 엄중한 사법처리를 받게 되지만, 공익기관인 대학에서의 공금횡령은 주의나 경고에 그친다. 관선이사 파견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비리재단에 대해서는 신속히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대학구성원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한번 비리를 저지른 재단은 다시는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교육부 일부 관리와 사학재단의 유착은 항상 문제가 되어 왔던게 사실이다. 교육부 감사관들이 사학의 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발본색원하지 못하는 이유는 동료에 대한 보호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에서 감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충원하는 것이 감사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된다.
넷째, 이상의 방안들을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 등 교육관계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교권이 탄압받고, 재단비리가 자행되고 있는 대학들을 생각하면 사립학교법의 개정작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이 모든 제도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교수들의 자각과 불의를 용서하지 않는 ‘행동이 담보된 의식’이다. 정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교수들은 안타깝게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 바로 재임용제도 때문이다. 재임용제도는 교수의 양심을 팔게 하고, 인간성을 파멸시키는 제도이다. 이제 2002년부터 교수임용 계약제와 연봉제가 실시되면 한국의 교수들은 학내문제에 관한 한 더욱 ‘말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물론 덕성여대, 계명대, 강남대, 아주대, 성신여대, 대구미래대, 경인여대, 효성가톨릭대, 한려대, 서남대, 경문대 등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비리재단 퇴진을 외치고 있다. 과거에도 조선대, 인천대, 상지대, 서원대, 대구대, 세종대, 서원대, 청주대, 동의대, 한국외국어대, 광주예술대, 그리스도신학대 등 여러 대학에서 교육민주화투쟁이 있었고, 성과를 거둔 일부 대학의 사례도 있지만 사학비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유럽의 어떤 정치인이 “교육은 우리의 모든 것이고,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이 ‘유일한 희망’의 불씨는 꺼져 가고 있다. 대학의 생명인 공익성을 확보하여 우리 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추기 위해 개악을 거듭해 온 교육관계법이 개정되고 각종 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 이것이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대표적인 비리사학이었던 상지대학교가 민주대학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과 교수·학생들의 처절한 교육민주화 투쟁기가 다음에서 연재중입니다. http://user.chollian.net/~wonju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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