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의식’이 걸림돌
1999/1999년 12월 :
1999/12/01 00:00
세금개혁으로 조세정의를!
조세개혁은 이제 한국사회 개혁과제중 일순위에 속한다. 그러나 전문직 종사자 등 일부 기득권층의 반발과 ‘한솥밥의식’으로 힘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팀이 나섰다. 앞으로 4회 연재를 통해 조세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재시행, 과세특례폐지, 신용카드 영수증에 대한 공제혜택도입, 세무공무원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도 폐지, 조세정보공개의 활성화, 세무조사인력의 확충 및 세무조사의 강화.”
올해 초 참여연대 조세팀이 발표한 세제세정개혁 10대 과제중 가시적 성과를 얻었거나 얻는 것이 확실시 되는 것들이다. 10개 과제중 6개에 대한 성과를 얻었으니 그다지 나쁜 결과는 아닌 것 같다. 개혁이란 현 제도를 발전적으로 바꾸는 것으로서 기득권의 상실을 수반한다. 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기득권세력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득권세력은 밖으로는 ‘나는 개혁이 싫어요’라며 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의 안정을 위해 철없고 과격한 개혁론자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스스로 진정한 애국자인 양 행동한다. 보수적 학자와 언론의 도움으로 이러한 그들의 논리가 대중들에게 먹혀들어간다면, 대중들은 오히려 반개혁세력에 동참하게 되고 결국 개혁은 실패로 끝난다. 따라서, 개혁의 성과는 기득권세력과의 치열한 논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성과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반대하는 논리는 금융시장이 경색된다는 것이었다. 즉,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되면 금융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되니 이를 피하고자 많은 돈이 제도권밖으로 빠져나가고 이는 금융혼란을 초래하여 오랜만에 맞이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현혹되어 연초까지만해도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조세팀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4,500만 국민중에 4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된 96, 97년 2년동안 아무런 금융시장의 혼란이 없었음을 부각시켰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시행되어 금융실명제가 정착되면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실도 부각하여,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정치권 및 일부 부유층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임을 폭로하였다. 그 결과, 현재로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논리는 그 설득력을 잃었다. 정치권과 부유층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시행시기를 늦추는 것 뿐이다.
과세특례폐지, 고소득자에게 불리
과세특례폐지는 자칫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전체와의 싸움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매우 조심스러웠다. 과세특례폐지를 반대하는 정치권의 논리 역시 ‘영세업자를 다 죽이려 하느냐’는 것으로서 근로소득자와 전체자영업자의 싸움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에 조세팀은 자영업자의 35%를 차지하는 진정한 영세업자는 그대로 보호되며 과세특례제의 폐지로 사실상 손해를 보는 층은 간이과세자의 우산속에 숨어 있는 일부 고소득자임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고소득 자영업자인 지역유지들의 상당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원으로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정치권이 과세특례폐지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영세업자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표를 모아주는 지역유지들의 압력 때문임을 폭로하였다. 현재, 과세특례폐지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데, 통과여부가 확실치는 않다. 조세팀은 정치권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치뤄야 할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국세청과의 한판싸움 준비중
정부기관중 정보공개를 가장 꺼리는 곳이 국세청이다. 그런데, 조세팀에서 국세청이 가장 공개하기 꺼리는 정보중의 하나를 받아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행정은 절대적으로 표준소득률에 의지하고 있는데 표준소득률의 산정근거를 알아낸 것이다. 그 결과, 표준소득률의 산정근거에 대한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는 표준소득률 폐지를 내년도 개혁과제의 하나로 선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96년 10월 상속세법 공청회를 통해 조세팀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장남인 이재용 씨에 대한 변칙증여 문제를 제기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촉구했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을 위한 변칙적인 상속증여 의혹을 계속 제기하였고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국세청에서 감히 재벌기업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재벌과 정치권이 긴밀하게 유착되어 있는데 어떻게 함부로 조사할 수 있겠는가? 재벌기업의 세무조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회의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설텐데….
그러나, 참여연대의 계속되는 폭로와 주장에 여론이 움직이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올해 한진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강력하고 실질적인 세무조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국세청은 내부조직개편을 통해 세무조사인력을 대폭 확충하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은 무겁기만 하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조세개혁을 막는 것은 정치인과 기득권세력만이 아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와 우리주변에 조세개혁을 가로 막는 요소들이 널려 있으며, 현실적으로 그러한 벽에 부딪친 적이 있었다.
“한솥밥 먹는 사람들끼리 이럴 수가 있습니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앞장서서 동료에게 불리한 법개정운동을 합니까?”
지난해 전문직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혜택폐지운동을 벌일 때 동료 회계사들로부터 받은 항의전화내용이다. 한진그룹과 중앙일보사주의 탈세가 한참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모 일간신문으로부터 대기업의 탈세문제에 대한 원고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기업 사주 및 부유층의 탈세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을 질타하고 언론탄압과 탈세문제는 별개이며 언론사주라고 하여 탈세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으로 원고를 써서 보냈다. 몇시간 후,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중앙일보문제는 빼고 원고를 쓰면 안되겠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한솥밥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기가 매우 껄끄럽다는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를 빼고 뭘 쓰라는 것인가? 참여연대 조세팀장의 이름으로 나가는 글을 죽은 글로 만들 수는 없기에 아예 원고를 싣지 않기로 했다.
세법개정은 혁명?
우리나라는 ‘한솥밥의식’이 매우 뿌리깊게 박혀 있다. 한솥밥의식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가진 문제점을 밝히고 이를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것을 일종의 배신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전체의 이익과 소속집단의 이익이 상충할 때 소속집단의 이익을 따르게 한다. 따라서, 한솥밥의식은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진보적이면서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이중성을 갖게 한다. 한솥밥의식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적어도 개혁운동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이러한 한솥밥의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가?
지난해 전문직종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혜택폐지운동을 벌일 때 해당 전문직에 있는 일부 회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은 적이 있다. 올해 과세특례폐지운동을 벌일 때에도 자영업자인 일부 회원들의 항의로 한때 움찔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현재 주세율 인상문제에 있어서도 일부 회원들의 반대로 인해 명백한 입장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우리 회원이 반대하는데 어떻게…’라는 고민속에 빠져 움추려 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 참여연대 역시 한솥밥의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 같지는 않다.
“전문직종을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 전환시킨 세법개정은 일종의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 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어요. 가장 강력한 로비력을 가진 전문직 단체가 반대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 경우가 별로 없었거든요. 그 법을 개정하는데 있어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봅니다.”
조세정책을 담당하는 어느 공무원의 말이다. 그 공무원의 말을 듣고, ‘만약 작년에 한솥밥의식에 굴복하여 부가가치세법 개정운동을 포기하였다면 현재의 조세팀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식은 땀이 흘렀다.
올해 대통령의 연설에서 ‘조세정의’라는 단어가 빠진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는 조세개혁이 개혁과제의 한가운데 서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또한, 앞으로 조세팀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참여연대 전체 차원에서 조세개혁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일이 많아짐을 뜻한다. 세법 개정은 특정 집단에게 경제적 손해를 끼칠 수도 있고 반대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조세개혁운동은 특정집단의 반대에 부딪치거나 또는 로비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참여연대가 조세개혁운동의 중심에 계속 서 있기 위해서 조세개혁에 장애가 되는 우리 내부의 한솥밥의식을 철저히 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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