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중 만나기→행동이벤트 구축→쌍방향 토론
1999/1999년 11월 :
1999/11/01 00:00
사이버시민운동3단계론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제 자기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사회운동 진영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때의 효율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PC통신을 이용해 내부의 의사소통체계를 조직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대외활동을 하고 대중을 만날 때, 기존과는 다른 운동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단체 홈페이지들은 그저 개설되어 있을 뿐, 충분히 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일차적으로는 정보통신 공간에 대한 운동진영의 전략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데에서 찾고자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맥락은 역시 사회정치적인 것이다. 순서대로 살펴 보자.
‘시민사회단체 정보화’라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가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소극적 측면이라면 다른 한 가지는 자신의 목적에 맞게 스스로 정보를 조직하고 어떤 성과를 의도하는 적극적 측면이다. PC통신이나 홈페이지와 같은 자기 단체의 공간을 개설하는 것은 후자이다. 이는 이슈파이팅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이슈이냐에 따라 집회나 홍보방법이 달라진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위한 것이냐에 따라 100만 가지 쯤의 모양을 가질 수 있고, 그 만큼의 창의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지, 소식을 알리기 위한 것인지, 캠페인에 동참시키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설계나 쓰임새가 달라진다. 때로는 홈페이지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간단명료한 체크 포인트를, ‘컴퓨터’라는 이 시대 최고의 막강 기계 앞에 앉는 순간 우리는 곧잘 잊는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기만 하면 무언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사가 발생할 것 같다. 심지어 자기 단체 내부의 위기를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갖는 이도 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과장이다. 심지어 이데올로기이다.
기계의 힘보다 더 놀라운 것은 언제나 그 기계를 설계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사이버 시민운동의 1단계이다.
전자우편에서 기념품 판매까지
그렇다면 목적에 맞게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2단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단체들의 사례를 풍부하게 참고하는 것이다. 사회단체들의 사이버 공간은 크게 내부 조직화를 위한 공간과 대중사업을 하고자 하는 공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내부 조직화를 위한 목적에는 주로 PC통신 내의 폐쇄이용자그룹(CUG)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지만(민주노총 : 참세상 go kctu), 최근에는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회원들간의 의사소통을 하거나(한국과학기술청 : http://mail.jinbo.net/komsat/) 폐쇄홈페이지를 통해 조직내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과기노조 : http://kstu.kaist.ac.kr). 하지만 ‘사이버 시민운동’이라고 했을 때 이는 보통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사이버 공간에서 행동하는, 대중적인 이벤트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단체 홈페이지들에서 일반적인 경향은 어떤 이슈에 대하여 홍보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용’이다. 이것도 잘 갖추어 놓으면 훌륭한 사회 교과서가 될 수 있다. 민족문제연구소(http://www.banmin.or.kr) 혹은 환경운동에 대한 포털사이트를 구축해 놓은 환경운동연합(http://www.kfem.or.kr/)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자. 그외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거나(산재추방운동연합 : /http://www.jinbo.net/~kfwsh/) 아예 인터넷 시민행동을 표방하고 나서면서 특정 주제에 대한 시사배너 달기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함께 하는 시민행동 : http:// www.ww.or.kr).
온라인 접근환경이 발달했고 오랜 로비형 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아예 지역구 의원에게 전자우편으로 로비하거나-의원의 전자우편 주소를 모르는 이들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되어 있다-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을 정부의 적절한 곳에 온라인으로 배달할 수도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ALCU : http://www.aclu.org/action/action.html). 단체가 생산한 발간물, 기념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 : http://www.amnesty.org/ALCU 가게 사이트)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온라인 매체들이다. 많은 단체들이 소식지를 발행해 왔지만 인쇄·발송비용이 만만치 않고 매스미디어에 점령당한 사회를 관통하여 대중들에게까지 닿게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PC통신이나 메일링리스트, 홈페이지와 같은 뉴미디어를 통해 대중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정기적인 온라인 매체 발간을 시도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간단하게는 기존에 발행하는 매체를 온라인에 올리거나(공공연맹 : http://kpsu.kctu.org/, 미디어오늘 : http://www.pressunion.or.kr/), 홈페이지 - 메일링리스트 - 통합 검색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 : http://members.iworld.net/rights/indexh.html, 메일링리스트 : http://mail.jinbo.net/SaRangBang/, 통합 검색 서비스 : http://jinbonews.jinbo.net/) 아예 인터넷의 특성에 맞는 형태의 매체를 고민하는 단체들도 있다. 웹진 형식이나(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 http:// user.alpha.co.kr/~mworker/) 인터넷 방송과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노동의 소리 : http://www. nodong.com/).
사이버공간에서 여론을 조직하는 시민운동
이제 3단계를 이야기하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단계일런지도 모른다. 이 단계까지는 시민사회단체 정보화가 기업의 업무 효율화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이 그 정체성은 아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여론을 조직하는 공간으로는 사이버파티(http://www.cyberparty.or.kr)의 예를 보자. 최근에는 도·감청, 사이버국경 문제를 두고 준비된 발제자·토론자들과 시민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러한 쌍방향적 토론은, 때때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핵심 쟁점을 피해가며 수준미달의 토론을 벌이는 TV 토론회보다 더 참여적이고 직설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것이 ‘홈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만의 토론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운동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불평등한 조건들, 사이버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정치적 맥락에 대해 통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균형있는 분별력이, 온라인에 진입하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참여를 호소하는 그 모든 과정에도 똑같이 투여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업체에서 주관한 군가산점에 대한 사이버 여론조사는 7 : 3으로 결론지어졌고, 그것은 공교롭게도 사이버 공간 상의 남녀 비율과 맞아 떨어진다. 이를테면 사이버 시민운동이 이런 우를 저지르는 것이어서는 안되지 않는가? 여성단체에서 자기 단체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여성운동 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을 보장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대중들의 불평등한 접근 문제는 단체 홈페이지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주제에 대해 소홀하게 취급해온 것 같다. 기업혁신과 똑같은 논리로 시민사회단체 정보화를 이야기하고, 정보통신기술의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했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과 링크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 이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단체 홈페이지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있으면서도 사이버 공간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문제-특히 기술에 대한 권력의 문제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늘 결정을 위임해왔다. ‘검열’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이버 국경’에 대한 발표를 정부가 저렇게 의기양양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사이버 공간의 검열 문제에 대해 늘 침묵해왔기 때문이다. 도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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