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는 지난 9월 4일 동국대 학술문화관에서 창립5주년기념 심포지엄 '21세기 시민운동의 대안을 찾아'를 개최했다. 한국 시민사회 대표적 시민운동가들과 이론가들이 직접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인 이 심포지엄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사회 : 양길승 성수의원 원장

토론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정수복 시민운동연구소 소장

         지은희 한국여성연합 공동대표

         박재율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유종성 전 경실련 사무총장

         주성수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소장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사회: 오늘은 ‘한국 시민운동의 21세기 대안을 찾아’라는 주제로 여러 선생님들을 모시고 토론해보고자 합니다. 오늘 토론은 세 가지 주제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한국시민운동의 문제점과 대안, 그리고 한국시민운동과 정부·기업·노동계와의 관계, 그리고 한국시민운동의 새로운 대안모색. 서울YMCA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종원: 저는 지난 10년간 한국 시민운동이 많이 성장했지만 내적 역량보다 과도한 역할을 떠맡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지난 10년간 경실련은 나름대로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한 정책대안 생산 등으로 하나의 시민운동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문가 중심, 정책 중심으로 가다보니 실제 시민운동 내부의 역량으로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게 됐습니다. 특히 경실련에 참여했던 탁월한 경제학자들이 정부경제정책에 비판과 해법을 제시해왔고 정책결정에도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역할에 대한 책임의 문제는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위 전문가들의 기능이나 역할 중심으로 시민운동이 편재되면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의 역할 강화를 통해 시민운동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거꾸로 전문가 위주의 활동 때문에 시민참여적 운동의 토대가 약화되는 결과도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시민운동 내의 조직구조와 내외 대표체계에 관한 문제입니다. 저는 시민운동 내에 볼룬티어 또는 회원에 관한 입장과 판단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회원론의 정립입니다. 또한 지역화 시대, 지방화 시대를 대비해야 합니다. 앞으로 운동이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 집중의 운동을 지양하고 지역을 우선하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은희: 저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 대한 것과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을 누가 왜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비판이 때로는 시민운동에 의해 비판받는 세력들이 올바른 비판을 무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예컨대 사회운동이 제기하는 문제 그리고 제시하는 대안들이 시민들의 고통과 이해를 충분히 대변한다면 우리는 이 운동을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는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관계인데요. 이 문제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측면과 함께 모든 시민이 기대하는 시민운동의 독립성이라는 것에 있어 배치되는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시민운동의 현직 대표성을 가지고 정계진출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할 우려가 있기에 운동의 대표성을 가지고 운동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의 정부 지원문제는 여전히 간접지원방식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또 시민운동재정 마련을 위한 재단마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여성운동은 이번에 여성재단을 만듭니다. 그러나 이건 여성운동만의 일이 아니라 모든 단체들도 어떤 새로운 재단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유종성: 지난 10년간 한국 시민운동은 비약적 발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문가 명망가 중심의 운동이 된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여러 사회적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 이후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 과정에서 정당이 정책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되었고, 실제 전문가들은 정책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부분 채택돼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실제 시민단체의 사회적 대표성을 키우는데 이바지했지만 시민참여의 내실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경실련 회원수는 2만∼3만 명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회비내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에 순치되지 않았습니다. 시민운동이 굉장히 성장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하지만 저는 굉장히 냉철히 생각해야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해주는 한에 있어서만 시민운동이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 면에서 언론에만 의존하는 소수 명망가 위주의 운동을 다수 풀뿌리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투명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부·기업에 대해 투명성을 주장하면서 시민단체 중에는 100%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하지 못하는 데가 있는데 그런 것은 곤란하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민단체를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단기적 성과를 내고 단기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모범적인 시민단체가 되느냐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재율: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민운동이라면 서울운동인 거죠. 사실 일반 국민들에게 시민운동이라면 거의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이런 정도 아니겠습니까?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잘 모릅니다. 따라서 참여연대 경실련 같은 조직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집니다. 그러나 예컨대 지역의 경실련이 시정이나 국정에 그만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냐 그만한 정치적 영향력이 있냐, 그런 점에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 분석대상이기도 한 겁니다.

저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표현에 상당히 불만이 많습니다. 실상은 ‘시민이 부족한 운동’인 것이죠. (모두 웃음)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문제점은 첫째 시민운동 내에 또 자기 조직 내에, 그 다음에는 시민사회전체, 그 다음에는 지역과 지역간의 시민운동간의 네트워크 차원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가 2004년까지 10만 회원 목표를 갖고 있던데 그럼 5년 안에 지금의 6천 회원을 10만까지 늘리겠다는 건데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의 참여연대가 10만 회원에게 무슨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줄 수 있다는 건지 그때 되면 아마 상근자가 수천명은 돼야 할텐데, 그럼 그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정형화하지는 못하더라도 시민사회 주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걸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중앙중심주의는 시급히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중앙과 지방, 지부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내부에서부터 강제해보자 그런 거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방식을 취하자는 거예요. 예를 들면 서울과 대도시권, 부산이면 부산권, 부산과 부산내 그 부근 단위, 또는 경남의 경남 안의 각각 단위로 말이죠. 이처럼 지역단위 유권자조직으로 모아내는 조직방식의 네트워크, 이런 것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 그것이 중앙중심주의를 좀 극복할 수 있는 현장중심의 주민밀착형 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21세기 시민운동의 화두는 파트너십이다

허영구: 저는 아무래도 노동계와 시민운동의 관계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회개혁 과제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해왔고 노동계에서도 사안별로 연대하는 식으로 함께 해왔습니다. 이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과의 연대, 실제 조직동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민단체들과 노동조합의 조직적 동원력, 이런 것이 어떻게 결합될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구요. 또 하나는 정치세력과 관련해 저희들은 이번에 민주노동당으로 진보정당 당명을 결정했습니다만 뭐 명칭이 사실은 이념과 노선을 많이 포괄하고 있다고 보는데, 사실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민주노동당에 다 동의하느냐 설문조사 해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7,80%가 진보정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실제 현실 선거와 관련해서는 사회민주당이라든가 개혁정당이라든가 그런 부분에 다수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사실은 그동안 노동운동진영도 그렇고 시민단체쪽에서도 그렇고 계속적으로 보수정당쪽으로 개별인자들이 흡수돼 들어가는 양상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다음, 사실 저희 민주노총은 전국연합을 위시한 민중연대와 시민사회단체 양쪽에 모두 걸쳐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슬로건을 ‘민중과 함께’라고 할 거냐 아니면 ‘국민과 함께’라고 할 거냐에 따라 그 좌우의 편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뭐 저희 하는 말로는 좌파적 이념과 우파적 실천, 이게 현실적인 것 아니냐 그렇게 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토대와 접근방식을 스스로 교환하고 협조하고 서로 배우고 하는 부분들이 많고 또 저희 민주노총이 중간적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어떤 면에서 시민단체가 노동자와 정부의 중간역할을 한다, 이렇게 설정하는데 그건 노동자에게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주성수: 과연 한국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의 새 천년의 비전이고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새 천년의 비전과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될까, 이런 물음을 여러분과 함께 해봅니다. 지금 시민운동하는 분이 평생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 또 지금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이 시민단체에 취직할 용기가 있을까? 이런 물음이 바로 오늘날 시민운동의 현주소에 응축되어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시민단체가 일정부분 정체되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도 기업도 개혁 구조조정 등등 얘기가 난무한데 시민운동은 과연 그러한가 여기에 대한 커다란 비전을 가지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저는 지금 국정홍보처 프로젝트로 민간단체 61개 단체들이 벌인 민주공동체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평가를 하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왜 시민단체들이 정부로부터 돈달라고 손을 내밀었던가, 돈을 받으면 정말 정부의 시녀가 되는 것일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상업주의에 빠지게 되고 재벌과 유착하는 관계가 될까? 저는 이런 데서 빨리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가 과감하게 회비중심의 운동을 앞으로 일으키겠다고 했는데 이건 우리 사회에서 일대 실험에 들어가는 겁니다. 저는 제발 잘 되기를 바랍니다만 그것이 오히려 참여연대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민운동이 사회의 공익,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목적을 갖고 공동의 같은 배를 타고 있는데 무조건 더러운 정부 돈, 더러운 기업 돈 하면서 받지 않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배타적이고 경쟁적인 견제관계를 버리고 협력관계로 가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래서 저는 21세기 우리 사회의 대주제는 파트너십이다, 그 파트너는 정부도 될 수 있고, 기업도 될 수 있는 이런 대단히 큰 기획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심이 운동을 신뢰하면 세상은 변한다

김동춘: 저는 참여연대에 관계하는 입장이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시민 있는 시민운동이 만약 한국에서 가능하게 된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큰 역사적 일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시민 있는 시민운동의 문제는 시민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가 바뀌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회운동은 학생운동 주도였고, 실제 생산대중이나 생활의 주체들이 조직화되어 사회변혁에 나선 예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21세기 한국사회의 변화와 관련된 가장 큰 쟁점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지금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대단히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걷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시민 있는 시민운동이 가능하기 위한 우리의 방안이나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가 이상적으로는 21세기는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과정으로 가기에는 한국의 정치변혁이 매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시민운동이 제도정치권에 참여하지 않는 재야정치로서의 정치력은 키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자기의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운동이 해결해 준다고 믿게 되었을 때 세상은 바뀔 겁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운동이 한국의 보통사람들 문제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고, 결국은 시민 있는 시민운동이 가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다, 그렇게 봅니다. 그래서 결국 운동은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제도정치로 곧바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과 그리고 실제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랬을 때 시민운동에는 힘이 붙고 시민들이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두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 시민사회에는 문화가 없다는 겁니다. 한국사람들은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조직에 굉장히 높은 헌신성을 보입니다. 만나서 편하고 즐겁고 그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으면, 그 모임의 이해관계와 결합된 조직보다 훨씬 강한 헌신성을 나타냅니다. 앞으로 시민조직이 시민에게 뿌리박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고리도 어떻게 시민운동이 문화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느냐 이 문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세 번째로 어떻게 하면 현재 과도하게 개입되어 있는 전문가 집단들이 가능하면 시민운동에서 역할을 축소시킬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시민운동에서 밑으로부터 성장해온 활동가들이 TV에도 출연하고 또 사회적인 발언자로서 중요한 사회적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이 사람들을 키워줘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크기 전까지 과도기적인 역할은 물론 전문가집단이 하겠지만 그 시기가 가능하면 빨리 단축되어야 하고, 그게 일반시민들이 시민운동에 쉽게 접근하는 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수복: 오늘 토론에서 실제로 단체를 이끈 경험을 가진 대표들께서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문제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문제, 조직의 문제, 정부와의 문제, 언론과의 문제, 백화점식 운동의 문제, 지역조직이 없다는 문제, 이런 것들을 충분히 얘기했는데 그런 것들이 각 단체 ‘창립5주년’마다 다시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어요.(전체 웃음)

저는 조직도 좋고 재정적 자원마련을 위한 전술과 전략프로그램도 다 좋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시민운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우리가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21세기로 가기 위해서는 좀더 새롭고 자유로우며 창의적인 그래서 사람들이 진짜 우뇌를 활용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념이라는 말보다는 우리 삶과 관련된 방식의 용어들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저는 21세기형 시민운동은 경제성장 제일주의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국가전체, 기업, 시민운동도 전부 다 성장위주였습니다. 이것을 얼마나 탈피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21세기의 문제인데요. 지속적인 고도성장이다, 중단없는 전진이다,를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새로운 삶의 양식이다, 생태주의다 이런 것으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시민운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21세형 시민운동은 21세기는 생태적 가치관에 의해 존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질주의의 대안으로 정신주의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운동에 기금 내는 사람들이 현재 4.7%라고 하면 200만 정도되는데요. 단학선원, 기공, 요가, 참선 명상하는 분들이 한 200만 정도 된답니다. 이런 영성과 정신성을 개발할 수 있느냐, …… 시민운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시민운동과 영성과 정신수련 운동을 결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운동은 영성과 정신성을 추구하는 수련을 해야 하고, 참선 단학에 사회의식을 불어넣어 두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21세기형 시민운동은 여성주의적 시각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문화는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 보살핌, 나눔이라고 봅니다. 실업자,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이런 약자들에 대한 보호, 그것이 여성주의적 시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시민운동의 기본적 정신가운데 이런 여성주의적 시각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경제문제. 이제 사회과학에서 반 공리주의적인 운동 이런 것이 일어나야 된다고 보고, 상호연대적인 인간관,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입각해서 도덕경제, 비시장경제, 연대경제, 그것이 지역화폐도 좋고(?), 신용조합도 좋고, 생활협동조합도 좋고, 이런 시장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시장의 바깥에서 비시장적 경제영역을 얼마나 일구어낼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이 시민운동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시민운동 졸라 엄숙해’ 이렇게 얘기했다는데 시민운동이 왜 그런가 하면 여기에도 기존 사회와 마찬가지로 윗사람, 아랫사람, 연고주의, 차별주의, 지역주의, 남성위주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문화라는 것은 개인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강조해야 하는데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이런 것을 더욱 요구합니다. 그렇지만 60대, 50대, 40대로 올라갈수록 요새 젊은 애들 버릇없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세대에 대한 우리의 개방성, 말하자면 개인의 창의성과 자발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오늘 시민운동이 다 같은 시민운동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우리의 시민운동이 다는 아니다. 세상이 바뀌고 세계가 바뀌면 시민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시민운동이라고 말 붙인 것이 한정돼 있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보는것입니다. 새로운 시민운동, 21세기 장기적 전망에서 본 시민운동은 어떻게 하면 호모이코노미쿠스(homo-economicus),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형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그것에 입각해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실천할 수 있느냐,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내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을 고민하는 시민운동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운동연대체 구성 급선무

사회: 논의를 좀더 세부적으로 좁혀보죠. 여러 분들이 시민 없는 시민운동, 전문가 중심의 시민운동의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박재율: 저는 요즘 시민운동 메이저 단체들이 너무 전문가 중심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표현하면 주민밀착형 조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민 포괄형 단위라는 거죠. 그러면 그렇게 조직을 접근해야지 수량을 많이 두어야 하겠다, 우리는 메이저단체니까 지역에 밀착하는 단체보다는 회원 수가 많아야 되는 것이 아니냐.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산 안의 어느 구 단위에 아주 밀착해서 몇 개의 의제를 가지고 일하는 데가 오히려 수만 명 수십만 명의 회원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거예요. 따라서 참여연대 등은 지금까지처럼 시스템적인 입법활동이나 공익활동에 주력하고, 지역의 주민밀착형 운동단체들이 많은 주민을 포괄하게 만들어주고 지역활동가들의 중요 네트워크를 구축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많은 싱크탱크, 이런 것이 NGO들과 민간측에서 결합, 그것이 시민행동으로 표현되는데 우리에게도 이런 체계가 연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짧게 말씀드리면 전문가 중심의 문제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문성 없이는 어떤 운동도 할 수 없으니까요. 최근 참여연대는 ‘등단체’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등단체’란 매스컴을 오르내릴 때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기사가 대개 이런 식 아닙니까? (모두 웃음) 그런 등단체로부터의 불만이 있다는 말인데, 연대전략으로, 네트워크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수복: 모든 것은 파트너십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보는데요, 주성수 교수님의 말처럼 말이죠. 언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를 지적해주셨는데 저는 연대해야 할 부분 협력해야 할 부분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과거와 같이 너와 내가 완전히 대치돼서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이 아니라 겹쳐지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기업이 영리추구를 제일 목적으로 하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시민사회 영역은 사회공공선을 위해 1차적인 관심을 사회 전체적 선을 위주로 삼고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가 내세우는 건 국민 전체의 행복증진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인데, 국가는 역시 정당간의 선거에 의해 당선이 되고 정책을 통해 자기들을 내세우게 되기 때문에 정당으로서도, 정부로서도 국가를 움직여가는 사람들의 타당성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나 일단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키고 행복을 증진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협력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21세기 대안이라든지 시민단체에서 낸 여성주의, 복지, 교육개혁 이런 것을 정부가 다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체제내화 해가지고 대통령의 담화라든지 정책 속에 넣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정책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단체들로서는 20%나 30% 사안에 따라 정부와 기업과 협력하지만, 나머지 70, 80% 부분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우리 나름의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에 달려 있는 것이지 정부와 협력할 것이냐 아니냐, 기업의 돈을 받을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받긴 받되 얼마나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80% 부분을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잘하고 있느냐, 이 부분을 상실하고 협력만 강조하다 보면 기업에 통합되고 정부에 흡수되어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협력은 하되 정부와 기업에 기대할 수 없는, 시민단체가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얼마만큼 강하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 이 부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은희: 시민 있는 시민단체를 만드는 일은 시민운동단체의 작동방식의 대대적 변화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연대집회 할 때 자기 피켓을 어떻게 내세울 것이냐, 그래서 줄서는 순서도 막 바꾸고, 이런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생각됩니다. 따라서 그나마 여기 있는 시민사회단체들간에라도 진정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하고 거기에서 21세기 대안 문명을 우리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토론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호 경쟁적으로 회원확보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시민운동 연대체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회원의 조직방법을 바꾸는 것 같은 것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너무 늦으면 안 되고, 올해 말까지는 이런 구체적 움직임들이 실천적으로 가시화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결론이라도 좀 지어야 오늘 몇 시간 논의한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오늘 모이신 여덟 분의 토론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주제별로 심도깊은 토론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분야별로, 시민운동이 처한 문제별로 21세기 한국시민운동의 대안을 세부적으로 짚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계속된 토론에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리고요. 오늘의 토론이 21세기 한국 시민운동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부
1999/10/01 00:00 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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