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싸우는 동성연애자들
지난 7월 22일, 현행 교과서의 내용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에 따라 교과서의 내용 일부를 수정 신청한다’며 교육부 장관 앞으로 수정 신청서를 냈다. 현행 교과서가 헌법에서 보장되는 인격권,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동성애자들이다.

이미 97년 6월, 종묘공원에서 이 사안에 대하여 동성애자들은 집회를 가진 바 있었다. 물론 세상은 조용했다.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왜곡하는 교과서를 나무란다고 해서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세상이 아니었다. 2년여간의 침묵을 깨고 이번엔 정식으로 수정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하였다. 교과서 도서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교육부 장관은 1, 2종 도서와 인정도서 등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수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염두에 두고 수정신청서를 제출한 경우는 아마 이번이 교과서가 편찬된 이래 처음일 거라고들 한다. 결론부터 급하게 말하자면, 이 수정신청서에 대하여 교육부에서 8월 17일 “귀하께서 제의하여 주신 동성애에 관한 내용은 유관기관과 각계각층의 많은 여론을 들어 심의 결정해야 될 사항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내년 교과서에는 어떻게 기재될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과서에서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동성애자들이 낸 교과서 수정신청서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궁금하다. 또, 동성애자 자신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사건을 대하고 있는지도.신청인들이 삭제토록 요청한 교과서의 기재부분들은 1999년 3월 1일에 교육부에서 발행된 고등학교 윤리, 교련 교과서와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 발행한 고등학교 『성과 행복』, 『성과 생활』이다. 대표적으로 윤리와 교련 교과서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에이즈, 동성연애, 매춘, 성폭행, 마약, 음란 비디오, 저질 만화 등이 늘어나면서 성 도덕의 문란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가치관의 혼란과 성을 상품화하려는 상업주의에 기인하며, 개인적으로는 성에 대한 무지와 그릇된 성 윤리관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윤리-고등학교)

“동성간의 사랑이나 성행위는 에이즈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도를 지나친 성도착증, 이상 성욕 등은 청소년이나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인 저해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건전한 성 의식과 성 역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교련-고등학교)

신청인들은 윤리 교과서에서 기재된 내용에 관해서는 ‘동성연애’라는 부분적 삭제를, 교련 교과서에서처럼 동성애자에 대해 사회적 통념을 직접적으로 실은 부분은 전부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국정 교과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자료이기도 하지만, 국가이념에 부합하는 국민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본다면 전국민적인 교육자료이다. 교련을 포함한 교과서에 기재된 동성애자들은 ‘에이즈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긴 설명을 제쳐두고 보더라도 국정 교과서가 동성애자들을 변태성욕자라는 식으로 규정을 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약하자면 한국에서는 학생들에게 동성애자들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한국이란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은 교정되어야 할, 없어져야 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야 사람들이라는 낙인찍기와 규정을 동시에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동성애자 뒤에 ‘인권’이란 단어를 붙이기가 뭐하다. 교과서를 가지고 들먹인다는 것이 주제넘는 짓인 것 같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그들은 비정상인이니까. 차근차근 따져보면 이것이 한국사회의 논리이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당연히 감내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그렇게 묻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송초아 씨(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는 “동성애를 이해하라는 것이 동성을 좋아하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성애든 동생애든 성적 지향성은 한 개인이 가진 수많은 성향 중 하나에 불과하다. 동성애자는 모두 정신병자라는 식으로 개인의 인격을 모독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 수정신청서를 같이 준비해온 이석태 변호사는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고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사람들은 사회적 소수자들입니다. 이 소수는 탄압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되어야할 사람들입니다”라며 이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밝혔다. 2년간의 침묵을 깨고 ‘교과서 내용수정’을 제기한 단체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이다. 대표인 임태훈 씨를 만나 보았다. “

"실제로 한국에서 인권을 운운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많습니다. 그러나 인권의 범위를 동성애자를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까지 적극적으로 확대시키는 경우는 드뭅니다”라며 한국의 인권개념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냐고 되물었다. 만약 교육부가 수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내년에 발행될 교과서에 다시 그대로 기재된다면 헌번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고 앞으로 계획을 설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확대시키고 더욱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여론수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이상 근거 없는 규정과 판단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고 따라서 앞으로는 공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성애자에 대한 찬반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을 뿐이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랬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다양성, 우리 사회의 인권개념과 도덕관의 범위 등을 살펴보았으면 한다. 또한 사회통념 내지는 보편적 이데올로기가 교과서를 통해 재생산되는 구조도 아울러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1999/10/01 00:00 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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