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편 (1)










이번호는 환경보존과 지역경제 개발을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있는 아름다운 노스캐롤라이나 편이다. 이곳에서 방문한 여성유권자연맹과 노스캐롤라이나 AFL-CLO 등을 소개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유권자 운동을 맹렬하게 펼치고 있는 여성유권자연맹의 할머니 상근활동가와 조합원이 급감하는 어려운 조건에서 분투하고 있는 AFL-CLO 상근변호사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1999.4.8 수요일

워싱턴 시내 어디나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 Circle 등 공공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집안의 작은 정원들로 말미암아 이 도시 어디에도 공해가 있으리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서울에서, 어느 곳에서나 불쾌하고 매쾌한 매연과 더러운 도시의 뒷골목을 맞부닥치며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나 그럴 뿐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랄레이 더함 국제공항 상공에서 내려보는 순간 이제 완전히 숲속의 나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주변 어느 곳에도 즐비한 건물군은 발견할 수 없었다. 착륙하면서 보니까 아주 시골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내려서 렌트카를 빌려 타고 나가는데 길을 몇 차례 잘못들어 고생을 했다. 7년만의 미국에서의 운전인데다 자동차도 낯설고 길도 어두웠기 때문이다. 일단 주 의회 뒤에다 차를 세우고 뒷마당 잔디밭에 누워 뒹굴었다. 다람쥐가 온통 파아란 잔디밭에 제 세상인 것처럼 놀고 있었다. 이빨 사이로 ‘쉬잇 쉬잇’ 쥐 우는 소리를 냈더니 다람쥐들이 무슨 새 친구가 왔는가 하면서 달리는 것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긴장하였다. 런던에서 살 때 만났던 네팔 친구가 다람쥐 부르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그 친구는 공원에서 놀고 있는 다람쥐를 불러 자기 손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한 도시의 발전과 환경발전은 어느 곳에서나 하나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환경만 생각하면 일체 개발을 하지 않는 게 최고이고 그렇다고 지역 주민의 소득수준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개발을 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그러나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지역에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라는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방대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환경은 거의 절대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정말 랄레이는 완전히 낙원 같았다. 주택가의 한 모퉁이 작은 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그 오후의 옅어져가는 햇살을 즐겼다. 낮은 곳이어서 노을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소녀의 볼에 피는 작은 미소처럼 은은한 노을의 연한 빛이 하늘가에 비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가게에 비치된 자료 중에는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OAKWOOD : TheNewsletter of the Society for the Preservation of Historic Oakwood. 이 뉴스레터에는 이 작고 아름다운 동네의 고민이 숨겨져 있었다. 이 동네에도 조그마한 범죄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의 경찰 책임자를 불러다 놓고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 자체 방범활동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 경찰책임자가 제안한 것이 재미있다.

▶ 당신 집과 거리에 불빛이 제대로 켜져 있는지 확인하라

▶ 당신 집 주변의 숲과 나무를 잘라 도둑이 숨을 곳을 없애라

▶ 차에는 눈에 보이는 아무 것도 남기지 말라. 동전조차도

▶ 지역감시단을 조직하라

▶ 의심스러운 행동은 즉각 경찰에 신고하라. 911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 당신의 이웃집을 살피고 당신 주변의 비정상적인 활동과 변화를 주목하라

이 권고에 따라 이 마을 공동체는 안전위원회를 만들어 회의를 열고 이메일을 통한 상호 연락체계 수립, 노인과 장애인 이웃을 위한 안전확인에 10대들의 참여, 지역사회 치안 세미나 개최 등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런 일이 아니어도 서양사회에서는 철저한 신고정신을 기초로 한 동네의 치안체계가 자동적으로 작동된다. 민간에 의한 자발적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인 셈이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살벌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곳의 봄기운을 즐기는 두어 시간 동안 결코 그런 느낌은 없었다. 산책 나오는 노인들, 어린이와 강아지를 함께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은 모두 이 이방인(異邦人)을 미소로 맞거나 때로는 말을 걸기도 하였다. 이들에게 어떤 적대감이나 의심의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이 뉴스레터는 부활절 때 5세 이하의 어린이들만 참가하는 Easter Egg Hunt, 이 동네의 Garden Tour, 식목행사 등을 함께 싣고 있었다. 거의 어둠이 내리고서야 그곳을 떠났다.

1999.4.10 금요일 08:30 - 09:30 NC AFL-CLO

-노조운동, 영원한 가시밭길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강행군이다. 몸살 기운이 있는 집사람은 호텔에 그냥 머물기로 했다. 만나려고 하는 AFL-CLO 사무실은 묵고 있던 호텔로부터 걸어서 10분이 채 안걸리는 곳에 있었다. 바로 한길가의 제법 괜찮은 단독주택이 바로 AFL-CLO 사무실이었다. 그 사무실 앞 작은 동판에는 1929년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한 방직공장의 노동자 6명이 파업을 주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에 처해진 비극적인 사건을 기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조용하기만 한 그 집의 방문을 한참 두드리자 그때서야 누군가 나왔다. 바로 Mr. 마이크 오쿤이었다.

이미 워싱턴에서 AFL-CLO의 방계조직인 APALA를 방문하여 현재 조직률 감소의 문제를 확인한 바 있기 때문에 그 질문부터 먼저 던졌다.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노스캐롤라이나는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주 중의 하나라고 했다. 4%. 그 원인이 무엇인지 이어서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다섯가지 이유로 요약했다.

첫째, 주공무원은 노동조합 가입대상이 안되고 한 사업장에 과반수 이상이 모여야 노동조합으로서 인정받는다는 1935년의 법이 아직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왜 그런 악법이 개혁되지 않고 있는지 물으니까 노동조합이 강력한 힘을 모으지 못하고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이 향상되고 중간층으로 진입함으로써 더 이상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이유를 상실했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 노동조합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은 제조업이 점차 퇴조하고 그 대신 벤처기업 등 사무직노동자들이 증가하고, 대단위 사업장들이 줄어드는 등, 구조적으로 노동조합 가입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셋째, 노스캐롤라이나는 기본적으로 농업이 중심인 주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강력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역은 돼지, 칠면조, 닭 등의 목축과 농업이 성하다고 한다.

넷째, 흑백간의 인종갈등이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것이 노동조합의 활동에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흑인이 완전히 장악한 노동조합에는 백인들이 별로 가입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NC AFL-CLO에는 흑인과 백인이 공동으로 의장을 맡고 있어 별로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흑백갈등은 과거의 역사가 되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다섯째, 노동조합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탄압이 조직률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을 주도하거나 가입하는 것이 해고의 사실상 이유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러한 경우 나중에 소송을 통해 이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4~5년 후의 일일뿐이다. 가처분 등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판사들의 대부분은 보수적이어서 친자본적이라는 것이다. 남쪽 주에서 노동운동하는 것이 1960년대의 그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여전히 민권운동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자신은 절감한다고 했다. 노동조합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노동조합의 간부들에 대한 트집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따라서 자신은 만사에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전화는 도청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믿고 있었다. 노동운동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역시 수난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절망하냐고 물었다. 물론 이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것은 진실로 힘들지만 결코 절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조직률은 낮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의 힘은 선거출마자들에게 적지 않은 힘을 행사하고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4%의 조직율은 6만 명의 노동자들이 조합원들임을 말해준다. 이들의 가족을 합치면 10만 명이 넘고 이들은 비교적 투표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조합은 선거시기에 모든 후보를 불러 정책토론회를 갖고 친노동조합적인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괜찮은 후보를 조합원들이 알 수 있도록 자료제공 등의 노력을 한다. 과거 어느 트럭운전사였던 조합원이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사례가 있으나 직접 노동자들이 정치에 진출하여 성공한 사례는 이 지역에는 별로 없다고 한다. 즉 노동조합원,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흑인을 다 합쳐도 결코 다수는 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제시 험스 상원의원은 가장 보수적인 사람인데 25년간 상원의원직에 있다는 것이다. 정말 “funny state”라고 그는 결론 내린다.

이러한 절대적 역부족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선거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좀더 노동조합에 유리한 입법이 가능하도록 주의회의 활동기간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의회에 출근한다고 한다. 이 지역에 있는 여러 조합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변호사인 자신은 일부 사건을 변론하기도 한다. 회원들의 교육과 조직활동도 그의 영역이다. 일반 조합원은 이 NC AFL-CLO를 위해 50센트씩 낸다고 한다. 자신은 당연히 정상적인 변호사보다는 훨씬 더 적은 월급을 받고 있지만 바로 자신이 받는 월급이 공장의 기계 앞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나오는 돈이라는 사실에 옷깃을 여민다고 했다. 그 말에 가슴설레는 동지애를 느낀다. 진정 이 세계는 이런 사람들에 의해 그래도 이렇게 살만한 곳이 아닌가!

13:00 - 14:15 League of Women Voters of NC

- 늙을수록 아름다워지는 한 할머니 활동가


이미 약속시간보다 30분이 늦어 있었다. 차를 주차하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올라갔다. League of Women Voters of NC라고 예쁘게 쓰인 방에 노크를 하자 예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할머니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예쁘게 늙은 할머니였다. 나이가 족히 70은 되어 보였다. 다른 직원이 있는 줄 알았더니 상근자는 자신뿐이라고 하였다. 자신이 바로 이 League의 회장, Marian Dodd라고 소개하였다. 이 할머니는 앉자마자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뭘 물어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말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소개하였다. 이 여성유권자연맹에는 NC의 100여 개 County 대부분에 지부가 조직되어 있고 일부 작은 County들은 몇 개가 합쳐 하나의 지부를 조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지부들은 각자가 자신의 지역 현안들을 독자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선거기간 중에는 각 후보들의 공약과 여성유권자들에게 보내는 statement를 실어 회원들에게 보내 투표기준으로 삼도록 한다. 또한 특정방송사와 교섭하여 여성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대한 후보자간 토론을 열기도 한다. 선거과정에서 등록하고 투표하는 요령을 ABCs of Voting and Registration이라는 작은 팸플릿으로 만들어내 홍보하기도 하였다. 또한 지난 선거에는 혼탁한 선거를 그만두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벌이자는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나에게 내놓은 당시의 벽보, 전단, 팸플릿 등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Support Positive Campaigns with Your Vote!

Tied of Negative Political Campaigns?

그리고 무엇이 네가티브한 캠페인이고 무엇이 포지티브한 캠페인인가? 한국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한번 들어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 포지티브한 정치선전

1. Informative

출마한 직책에 관한 이슈나 자격에 관한 것을 다룬다. 사실을 제시하고 관심사항을 표명하고 문제점을 드러낸다. 구체적인 계획과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2. In Context

유권자들에 의해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일정한 구도 안에서 사실에 부합하는 정보를 제시한다.

3. Forthright

중요한 이슈에 관해 후보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입장을 분명히 유권자들에게 말하고 선거일 전에 자신의 제안을 솔직히 드러낸다.

4. Inspiring

지도력을 보여주고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낙관주의를 고무한다. 유권자로 하여금 공동선을 위해 함께 일하도록 설득한다. 유권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의(代議)제도에 대한 확신을 불러오고 참여를 유도한다.

5. A Call to Action

유권자들에게 후보와 그의 입장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는 방법을 일러준다.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등록하고 투표할 때 이미 알려진 사실을 기초로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 네거티브한 정치선전

1. Not Informative

단지 적을 깎아내린다. 공직에 관련된 자격과 이슈는 무시한다. 주요 현안과 논쟁적인 상황과 이슈를 회피한다. 어떤 계획과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못한다.

2. Out of Context

어떠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또는 진실한 정보를 숨김으로써 유권자들이 오해하도록 만든다.

3. Evasive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면서 어떤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숨기고 선거일전에 제안을 제출하지 않는다.

4. Discouraging

모든 후보자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약화시킨다. 이들은 다른 그룹의 유권자들 사이에 공포와 편견, 그리고 이견을 확산시킨다. 정부제도에 대한 신뢰와 참여를 저조하게 만든다.

5. A Turn Off

제대로 알고 하는 투표가 불가능하도록 절반의 진실과 장애물만을 설정한다. 유권자들로 선거일에 집에 가만히 앉아있음으로써 자신들의 반대와 불만을 표현하도록 만든다.

그러면 이러한 네가티브한 선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 평가하라.

정치적인 전단과 광고물을 유심히 평가해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 포지티브한 선거인가 아니면 네거티브한 선거인가? 어떤 후보자에 대해 투표하도록 할만큼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가 아니면 상대방을 폄하하기만 하고 있는가?

2. 전화하거나 써 보내라.

가만히 있지 말고 후보자, 정당지도자, 그리고 언론에 전화하거나 써 보내자. 네거티브 캠페인에는 항의하자. 포지티브 캠페인에는 칭찬하자.

3. 큰소리로 외쳐라.

후보자들과의 대중적인 집회에서 큰소리로 외쳐라. 그들의 캠페인 자료나 광고, 토론 등에 관한 만족이나 불만을 그들이 책임지도록 표현해라.

4. 지지하라

당신이 그 후보가 대단히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고 공정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 후보를 지지하고 그를 위해 도우라.

5. 투표하라

어느 후보의 캠페인이 정부제도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고양시키고 있다면 그를 위해 등록하고 투표하라.

모두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그런 상식적인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이런 단체들이 나서서 유권자운동을 하는 것이리라. 재미있는 것은 노랑, 파랑, 분홍, 자주, 주황색 등 갖가지의 색종이로 만든 우편엽서에 각기 다른 이슈에 관한 이 단체의 의견을 간단히 인쇄한 다음 회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간단히 보태어 주 의회 의원이나 정부관리에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이 우편엽서이지 거기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 그 색깔이 하도 아름다워 그런 것을 받아도 기분 나빠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그것만 보아도 League of Women Voters에서 보낸 것으로 단박 알아차릴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일회적인 유권자운동으로는 결코 정치현실을 제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민간정치교육기관을 설립한다. The Citizen Education Foundation이 바로 그것이다. League of Women Voters의 부설기관으로 탄생한 이곳에서는 시민들과 여성유권자들이 놓쳐서는 안될 정치현안에 대한 강좌나 강연회 등을 꾸준하게 조직하고 홍보한다. 이러한 독자적 사업과 달리 시민들의 정치교육을 위해 60여 개 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 신경쓰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다. 8세 이하의 아이들과 고교생들을 위해 건전한 정치의식 함양을 위한 비디오 제작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디오자료 안에는 퍼즐 등 아이들이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헌법상의 권리라든가 유권자들의 권리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있는 것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KID’S VOTING을 실시한다는 사실이다. 코스타리카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공직선거일에 부모들과 함께 아이들도 함께 나가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투표는 한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 바탕 위에 나온 발상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모의투표에 불과하지만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유권자의식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교육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시간이 없어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실시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해 볼 수는 있겠다.

5월에 열릴 총회자료집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 얻어보니 1999~2000년 예산안이 나와 있다. 총수입액이 27,564달러, 지출액이 22,345달러로 계상되어 있다. 상근자가 혼자이니 그리 큰 예산일 수는 없다. The Citizen Education Foundation의 예산은 오히려 더 많아 4만 달러가 좀 넘는다. 도대체 이 많은 일을 혼자 어떻게 다 하느냐고 물었다.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동료들이 함께 한다고 한다. 물론 자원봉사이다. 자원봉사 로비팀이 구성되어 있어 이들이 의회가 열리면 줄곧 참석하여 자신들의 관심사항을 계속 체크하고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한단다. 연세도 적지 않은데 그래도 그 일을 어떻게 챙길 수 있느냐고 놀라움을 표시하자 노스캐롤라이나 지도를 보여주면서 그곳의 한 지역을 가리키며 그곳에는 90세가 다된 할머니가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하기는 할머니가 되면 이런 일을 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다음 약속시간에도 늦지 않기 위해 여러 질문을 접었다.

<다음호에 계속>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변호사
1999/10/01 00:00 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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