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위력이라는 게 얼마나 큰 지 실감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사람들의 문의전화는 방송 나가자마자 거의 20배 가까이 폭주한다. 물론 그 방송의 위력이란 것도 며칠을 넘기는 법은 없지만 하여간 쉬지 않고 엄청나게 전화벨이 울려댄다. 중요한 행사가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마음은 바쁘고 일은 더디지만 “안녕하세요? 참여연대 OOO입니다.”를 열심히 외치며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참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거기가 뭐하는 단체예요?” “회원으로 가입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긴 했지만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싶다는 전화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물음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전화는 언제나 멍~하니 잠시 말문을 막히게 한다. 너무나 자주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늘 막막하고 늘 민망하다.

이렇게 일반시민들에게 참여연대라는 단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데는 우리의 이름 탓도 있는 것 같다. 몇 차례 중간 과정을 거치며 줄어든 모호한 공식 명칭 탓에, 뭘 하는 곳인지 한마디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말 그대로 여러 좋은 일하는 단체들이 죄다 모인 데라고 생각하고 온갖 사연들을 다 풀어놓으며 해결해 달라고도 한다. 그럴 때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단체들까지 인덱스를 뒤져가며 비슷한 단체들의 전화번호를 좌악 읊어드려야 할 때가 있다. ‘OOO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든가 ‘OOO 대책위원회’와 같은 활동범주가 빤히 보이는 이름이 아닌 ‘참여연대’라는 이름. 안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그 많은 사업들을 밖에 있는 사람들이 어찌 다 알랴 무리도 아니다 싶다. 딱히 뭘 한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일, 거창한 일을 하는 각 위원회와 센터들, 그 안에서 간사들이 전화받을 틈도 없이 식사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하는 걸 옆에서 지켜볼 땐 참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정작 그 모든 활동들이 텔레비전에 1초라도, 신문에 한 줄이라도 나지 않으면 도무지 하는 일이 없다는 거센 항의를 받기도 한다. .

이러한 오해들은 참여연대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활동가들과 일반 시민들과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후원자로서 참여연대의 활동을 회비로 지원하는 너무나 중요하고 커다란 일을 담당하는 일반 회원들도 그 부분에서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익명으로 후원 ARS 전화를 거는 것처럼 맑은 사회를 만든다는 막연한 자부심 외에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당당함을 가질 수 있을까. .

언론에 스쳐 지나는 기사를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사업에 대해 알리고 설득해내는 우리의 작업은 너무 부족하고 미진한 게 아닐까. 잘나가는 언론에서 시민단체에 관한 특집기획을 준비하면 1만 명 2만 명 회원수를 늘리는 길은 더욱 수월해지겠지만, 변함없이 주눅든 의욕없는 회원으로 전락시키는 일도 같은 속도가 될 것이다. 현재의 5,000여 명 회원들이 모두 전문가처럼 모든 사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모든 활동마다 참가해야 하는 건 결코 아니겠지만, 제각기 속한 일터에서 눈에 띄는 활동가로 심지가 굳은 떳떳한 사업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어떤 우리만의 약속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배지를 달고 다니거나 캠페인마다 피켓을 들고 다 니는 것으로 공명심을 드날리는 것 말고, 기본적인 민주, 준법, 합리, 이해, 합의, 화해, 양보… 뭐 이런 것들이 저마다의 모임에서 사람들 속에서 나타났으면 좋겠다. 정작 해야할 일은 사업이 아니라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회원 한 사람이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그 가족들과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때 참여연대라는 이름 역시 떳떳해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꿈같은 10만 회원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1999/10/01 00:00 1999/10/0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349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