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할 수 없는 두 집단,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과 브라질 세계사회포럼(WSF)이 얼굴을 맞대고 설전을 벌였다. ‘특집 화상회의 : 세계화격차(Globalization Divide) 다보스 대 포르토 알레그레’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프로그램은 『아티클 지』(Article Z)가 중심이 되어 스위스 다보스와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를 쌍방향 TV로 연결해 중계했고, 인터넷에 올려놓은 상태이다(www.madmundo.com). 다보스측은 조지 소로스를 포함해서 4명, 포르토 알레그레측에서는 월든 벨로를 포함한 9명이 논쟁을 벌였다. 진행은 『아티클 지』 소속 파트리스 바라트가 맡았다. 본지는 이를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진행자 : 먼저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기관과 코카콜라, 맥도널드,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도 초대했으나 모두 거절당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토론의 활성화를 위해 3분짜리 필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필름은 시애틀, 워싱턴, 방콕, 프라하, 니스의 거리에서 시작된 시위가 어떻게 운동으로 발전했는가를 돌아보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국제 헤지펀드 매니저) : 시위로 인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었으니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도 볼 수 있죠. 하지만 폭력 시위는 결국 회의장의 보안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괴롭힐 뿐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제 시위로 인해 어느 정도 관심이 모아졌으니 대화를 통해 국제 기관들이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월든 벨로(Focus On Global South 이사) : 우선, 다보스 포럼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탄압한 스위스정부를 비난하고 싶습니다. 저는 작년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는데, 두 번 방문할 가치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서로 아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거죠. 다보스는 최고 부유층의 세계입니다. 포르토 알레그레는 빈곤층, 소외되고 억압된 자들의 세계입니다. 여기 모인 우리들은 지구를 살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뜻을 같이 합니다.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이 세상이 좀더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다보스에 모여 있는 수천의 기업 임원들을 우주선에 태워서 지구에서 떠나보내야 합니다.

아미아타 트라오레(말리의 전 문화부 장관) :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다보스 포럼 참가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민주주의가 사실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다보스에 모인 여러분들의 허울좋은 수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현재의 모델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여러분들도 이 모델의 실패를 인정하셔야 합니다.

마크 말록(유엔개발기구)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평등도 필요하고 고갈되는 자원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빈곤을 줄이는 데서 경제 성장은 핵심적입니다.

라파엘 알레그리아(Via Campesina 대표) : 현재 많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으며, 기술과 시장 발달에 힘입어 토지가 민영화됨에 따라 농민들은 생활의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시장은 우리에게 열려 있지 않고 다국적기업에 의해 조작됩니다. 이러한 비극적 사태로 인해 기아와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오데 그라제브(브라질시민연합 책임자) : 조지 소로스 씨에게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국제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의 돈이 유통되고 있습니까? 또 최근 20년 동안 개도국이 어느 정도의 외채를 갚았습니까? 마지막으로 현재 개도국 어린이들이 몇 명이나 죽어 가고 있습니까?

조지 소로스(국제 헤지펀드 매니저) : 지난 10년에서 20년 사이 국제금융시장의 세계화로 인한 문제는 전례 없이 빠른 경제성장이 이뤄진 반면, 또 한편으로는 빈부 격차도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는 충분히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개방경제 시스템을 파괴하면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사라집니다. 이는 현명한 생각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문제는 그럼 어떻게 실업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내느냐 하는 점입니다.

오데 그라제브(브라질시민연합 책임자) : 아까 제가 드린 질문에 대답해 주시죠.

조지 소로스(국제 헤지펀드 매니저) : 매일 수조 달러의 자본 이동이 있고, 수백만의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드리지는 못 하겠네요.

베르나르드 카상(ATTAC:금융거래시민과세연합 회장) : 매일 2만 명의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바로 대답을 못 하시는군요. 시위가 벌어지는 걸 보고 빈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셨는데 그걸 전에는 몰랐다니 대체 어느 별에 사십니까? 어느 행성에 계시는지 망원경으로만 세상을 내려다보지 말고 세계 최고 펀드매니저의 왕좌에서 내려와 현실을 직시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조지 소로스(국제 헤지펀드 매니저) : 제가 토빈세를 적극 찬성한다고 말씀드리면 놀라시겠죠? 토빈세 징수가 실현되기만 한다면 세계 공공물자 제공에 앞장서고 있는 국제기구들의 재정상태 호전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염병 퇴치 사업이나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사업도 활발해질 것이고요. 투기자본 매니저로서 개인적인 이익에는 반하는 일입니다만, 토빈세 징수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드(정의로운 직업 이사) : 시애틀, 워싱턴, 프라하 그리고 방콕으로 이어졌던 시위에서 보았던 분노는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이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토빈세도 징수되지 않고 있고, 최빈국들의 부채 탕감도 요원합니다. 4월에 퀘벡에서, 여름에는 제네바에서, 또 가을에 워싱턴에서 시위는 계속될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국제 헤지펀드 매니저) : 여러분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분노는 여러분을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많은 국제기구가 분노의 표적이 되는데 이처럼 잘못된 일은 없습니다. 사실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은 빈곤퇴치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물론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점은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은행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월든 벨로(포커스 온 글로벌 사우스 이사) : 저는 다보스측에서 두 명의 유엔 대표를 내보내 우리와 대면시켰다는 것이 매우 불쾌합니다.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앞장서서 다국적기업의 이해를 비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보스라는 도시는 1970년에 건설되었고 그후 30년간 우리는 빈곤, 불균형, 환경오염의 심화를 목격했습니다. 저는 다보스 거리를 점거하고 있는 우리의 동지들과 전 세계 많은 사람을 대표해 세계경제포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 감사합니다. 마무리 차원에서 포르토 알레그레측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다음 번에 포르토 알레그레측의 초청에 응하실 분 있나요?

조지 소로스(국제 헤지펀드 매니저) : 내년에 참석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로 참석하고 싶지 않네요.

진행자 : 네, 이 토론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례 없던 시도였는데요, 이것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을지라도 일단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겠죠. 그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2001/03/01 00:00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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