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굶는다. 배가 고파 수돗물을 먹는다’는 결식아동 소식이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IMF 때였다. 갑작스런 대량 실업사태로 인한 가정불화, 가족해체가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은 예전부터 저소득 가정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유야 어찌됐건, 모자가정, 부자가정, 조부모가정의 아이들이 많고, 부모가 함께 살더라도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부모가 들어오는 늦은 저녁까지 혼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다. 어른들의 책임 부족으로 나타난 저소득 방임 아동은 급식지원만이 아닌 다양한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가족갈등으로 인한 정서 불안정, 가족관계 단절,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열등감, 의사·감정 표현능력 및 대인관계 형성능력 결여와 자아존중감 부족 등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아이들에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어찌 먹는 것 하나로만 해결할 수 있겠는가?

열린사회 북부시민회는 이런 문제들을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해보고자 지난해 4월 ‘열린 방과후학교(이하 열린학교)’를 운영하게 됐다. 구청으로부터 위탁운영을 받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점심·저녁식사와 간식이 해결되고, 일정정도 운영비가 지원됐다. 처음부터 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건 아니다. 건물도 유상으로 임대했고, 낡고 추워서 아이들이 살기엔 너무나 황량했다. 그때부터 열린사회 북부시민회 회원들은 후원티켓을 팔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필요한 물품들을 후원받기에 바빴다. 보일러, 페인트, 문구류, 식기류까지 많은 분들이 지원했고, 동네 학부모들이 점심과 저녁을 준비하고, 대학생·고등학생들이 과외를 해주는 등 그야말로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모습을 만들어 갔다.

5학년인데 글을 모르는 아이, 올해 졸업을 해야 하는데 3학년 수학문제를 푸는 아이,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아이, 숙제를 안 해가서 선생님께 얻어맞는 것이 더 익숙한 아이, 자주 집을 나가는 아이. 이젠 이런 아이들이 열린학교를 더 좋아하게 됐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풍물, 연극, 등산, 바느질, 요리 등 일정한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수업을 하거나 자신을 표현하고,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훈련들을 하게 됐다. 숙제나 준비물을 챙겨주고, 학습이 뒤떨어진 아이들은 개인지도를 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문제를 관에 맡기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가자고 열린학교를 꾸린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문제는 자원봉사자가 넉넉지 못해 두 명의 교사들이 20여 명의 아이들 밥지으랴 수업도 하랴, 육체적인 고통은 컸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운 점은 열린학교와 정규학교, 그리고 가정과의 관계가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서 아이들의 자아존중감이나 자기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훈련을 해도 집이나 학교에선 예전에 비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히려 혼돈만 가중시키게 된다. 또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관심과 학습, 치료를 해야 하는데 두 명의 선생님으론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올해는 부모님들과 학교 담임교사들을 자주 만나 통합력을 높여 일관성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전문가 자원봉사자를 확대해 아이들 하나하나에 걸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열린학교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그들이 받은 도움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배려와 나눔’을 끊임없이 가르칠 예정이다.
김진숙 |열린학교 교사|
2001/03/01 00:00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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