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공포
2001/2001년 03월 :
2001/03/01 00:00
광우병 공포가 전 지구를 엄습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라며 온통 난리다. 수입쇠고기는 물론이고 한우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된다. 쇠고기 소비가 급감하고 소 사육 농가의 타격이 엄청나다.
연전의 ‘이상구 신드롬’ 때도 축산농가가 타격을 받긴 했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다. 완전식품으로 사랑받던 우유, 달걀이 창졸간에 기피식품으로 취급받고 쇠고기 소비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 사람의 냄비근성 덕택에 얼마 가지 않아 회복됐다. 엔돌핀이라는 낯선 용어가 전국에 유행되고 등푸른 생선이 갑작스런 인기를 끌긴 했어도 지금처럼 쇠고기가 기약없는 된서리를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 이제 식탁에서 쇠고기를 모조리 치울 것인가. 집집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검정 비닐에 싸여 꽁꽁 언 쇠고기가 한두 뭉치쯤은 있게 마련이다.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라 나 또한 아내를 재촉해 이 수상쩍은 비닐뭉치를 처리하자고 성화를 부렸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찜찜하고…. 예전 같았으면 흔히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며 ‘먹고 죽자’(?)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는데 이번엔 도시 자신이 없다.
이 때 옆에 있던 초등학생 딸아이가 성큼 나선다. “야, 고기다. 아빠, 오늘 저녁엔 로스 먹겠네….” 막내딸의 식성은 은근히 고기를 즐기는 편이었는데 비닐에 쌓인 뭉치를 보자 이내 고기타령부터 나온다. 그러는 앞에서 괜히 광우병 얘기를 꺼낼 수 없다. 결국 오래 전에 산 쇠고기라 괜찮을 것이라고 자위하곤 속으로 ‘주여,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을 보호하소서’ 하고 성호를 긋는 심정이 된다. 광우병 잠복기가 5년에서 10년이라지만 대한민국에선 내일의 일도 모르는 법, 까짓 것 10년 뒤쯤 일이야 에이, 먹자 먹어….
생각해 보면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할 때 딸아이의 경우 고기를 먹는 일은 너무 흔하다. 어느 조사에서 나타났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으뜸가는 외식은 아직까지는 갈비, 불고기 등 육고기 먹는 것이라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집이든 바깥이든 툭하면 고기판이다. 소득 수준의 향상, 축산업의 진흥 덕분이겠지만 회갑이니, 결혼이니 하는 잔치 때나 맛보던 쇠고기가 이제는 동네 슈퍼에만 가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제는 물려서, 혹은 다이어트 때문에 덜 먹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못 먹던 시절의 한풀이하듯 어지간히 고기를 먹긴 먹는 모양이다.
이토록 고기 소비가 늘어나니 축산업의 개념도 바뀌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소들을 풀어놓고 방목하던 것이 사료를 먹이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게다가 채산을 맞추려니 이런저런 검증되지 않은 동물성 사료까지 먹이다가 끝내 광우병 파동에 이르게 됐다.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먹이라니, 조물주의 섭리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어릴 때 어른들 말씀이 소에게 고기를 먹이면 소가 미친다더니 광우병이 그것인가.
광우병 파동을 보고 있노라면 1930년대에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시골로 들어가 직접 노동을 하며 육식을 하지 않는 생을 살았던 미국의 니어링 부부가 생각난다. 이들은 육식을 하는 관습은 인간의 음식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일 뿐이라며 육식은 “동물을 노예처럼 가둬, 새끼 낳고 우유 내는 기계로 전락시키며, 사람이 먹으려고 동물을 죽이고, 사람이 쓰려고 동물의 시체를 보존하거나 가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축산농가에서 들으면 섭섭할 말이지만 작금의 광우병 파동은 인류의 분별없는 질주가 가져다준 욕망의 한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저녁엔 콩나물국과 두부가 먹고 싶다. 그런데 여기엔 또 유전자변형 콩이 원료로 쓰이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스며든다.
연전의 ‘이상구 신드롬’ 때도 축산농가가 타격을 받긴 했지만 지금 같지는 않았다. 완전식품으로 사랑받던 우유, 달걀이 창졸간에 기피식품으로 취급받고 쇠고기 소비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한국 사람의 냄비근성 덕택에 얼마 가지 않아 회복됐다. 엔돌핀이라는 낯선 용어가 전국에 유행되고 등푸른 생선이 갑작스런 인기를 끌긴 했어도 지금처럼 쇠고기가 기약없는 된서리를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자, 이제 식탁에서 쇠고기를 모조리 치울 것인가. 집집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검정 비닐에 싸여 꽁꽁 언 쇠고기가 한두 뭉치쯤은 있게 마련이다.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라 나 또한 아내를 재촉해 이 수상쩍은 비닐뭉치를 처리하자고 성화를 부렸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찜찜하고…. 예전 같았으면 흔히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며 ‘먹고 죽자’(?)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는데 이번엔 도시 자신이 없다.
이 때 옆에 있던 초등학생 딸아이가 성큼 나선다. “야, 고기다. 아빠, 오늘 저녁엔 로스 먹겠네….” 막내딸의 식성은 은근히 고기를 즐기는 편이었는데 비닐에 쌓인 뭉치를 보자 이내 고기타령부터 나온다. 그러는 앞에서 괜히 광우병 얘기를 꺼낼 수 없다. 결국 오래 전에 산 쇠고기라 괜찮을 것이라고 자위하곤 속으로 ‘주여, 우리들의 일용할 양식을 보호하소서’ 하고 성호를 긋는 심정이 된다. 광우병 잠복기가 5년에서 10년이라지만 대한민국에선 내일의 일도 모르는 법, 까짓 것 10년 뒤쯤 일이야 에이, 먹자 먹어….
생각해 보면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할 때 딸아이의 경우 고기를 먹는 일은 너무 흔하다. 어느 조사에서 나타났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으뜸가는 외식은 아직까지는 갈비, 불고기 등 육고기 먹는 것이라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집이든 바깥이든 툭하면 고기판이다. 소득 수준의 향상, 축산업의 진흥 덕분이겠지만 회갑이니, 결혼이니 하는 잔치 때나 맛보던 쇠고기가 이제는 동네 슈퍼에만 가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제는 물려서, 혹은 다이어트 때문에 덜 먹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못 먹던 시절의 한풀이하듯 어지간히 고기를 먹긴 먹는 모양이다.
이토록 고기 소비가 늘어나니 축산업의 개념도 바뀌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소들을 풀어놓고 방목하던 것이 사료를 먹이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게다가 채산을 맞추려니 이런저런 검증되지 않은 동물성 사료까지 먹이다가 끝내 광우병 파동에 이르게 됐다. 초식동물에게 동물성 먹이라니, 조물주의 섭리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어릴 때 어른들 말씀이 소에게 고기를 먹이면 소가 미친다더니 광우병이 그것인가.
광우병 파동을 보고 있노라면 1930년대에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시골로 들어가 직접 노동을 하며 육식을 하지 않는 생을 살았던 미국의 니어링 부부가 생각난다. 이들은 육식을 하는 관습은 인간의 음식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일 뿐이라며 육식은 “동물을 노예처럼 가둬, 새끼 낳고 우유 내는 기계로 전락시키며, 사람이 먹으려고 동물을 죽이고, 사람이 쓰려고 동물의 시체를 보존하거나 가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축산농가에서 들으면 섭섭할 말이지만 작금의 광우병 파동은 인류의 분별없는 질주가 가져다준 욕망의 한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 저녁엔 콩나물국과 두부가 먹고 싶다. 그런데 여기엔 또 유전자변형 콩이 원료로 쓰이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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