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안정국에 맞선 검열반대운동
지난 6월 29일 정오 진보넷과 민주노총 등 전국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의 홈페이지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사이트파업을 벌인 것이다. 이들이 사상 초유의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한 이유는 정보통신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통신질서확립법) 시행으로 '인터넷 공안정국'이 도래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6월7일 충남 서천 비인중학교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 일부 삭제, 6월 8일 자퇴생 사이트 아이노스쿨 폐쇄, '81CLUB', '보헤미안73' 등 포털사이트 내 동성애자 카페 폐쇄 등.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잇따른 사이트 폐쇄조치는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한 심의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검열규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네티즌들의 검열반대운동도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진보넷, 문화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6월 29일부터 3일간의 사이트 파업과 더불어 정통부, 청와대 사이트 등에서 온라인 시위를 벌였다. 이번 파업에는 리차드 스톨만 국제진보통신연합, 미국의 페이퍼타이거, 독일의 노동단체 PROLPOSITION 등 해외 단체와 활동가들이 지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민주적 공간, 수평적 의사소통, 그리고 소수자/비주류가 활개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동성애 사이트의 경우처럼 현실의 문제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문제는 현실에서의 정치·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소수자의 권리 등이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한발 한발 전진하듯 인터넷의 좀 더 나은 미디어로서의 가능성도 현실의 지배권력과의 싸움에서 전진과 후퇴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점이다."

- 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 사이트 중에서

동성애 퇴폐 2등급, 여성의 생리혈 혐오 2등급…. 지난 7월 10일 통신질서확립법 시행령이 공표됨에 따라 지난해 네티즌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사실상 부활됐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각 사이트들을 '노출, 섹스, 혐오, 퇴폐, 폭력, 사행, 불법'의 등급기준에 따라 그 정도를 표기하고 이를 기준으로 12만여 건에 이르는 '차단목록'을 작성했다. 이 '차단목록'은 각 업체의 소프트웨어에 장착되어 오는 9월부터는 PC방, 공공도서관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동성애 퇴폐 2등급…누구를 위한 인터넷

정부는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세계적인 추세'이며 '민간자율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네티즌들은 '정부의 검열'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통부 장관에 의해 위촉된 위원들이 심의를 맡고 있으며, 심의결과를 정통부에 보고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민간자율기구라는 정부의 주장은 궤변이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입장. 통신질서확립법에 따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 역시 자율적인 규제와 거리가 멀다.

심의 주체뿐 아니라 모호한 등급제 판단 기준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김세균 소장(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은 사이트 파업 선언문을 통해 "불온이야말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터넷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어"라며 "인터넷 등급제는 과거 군사정권이 금서목록을 작성해 배포하던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통부는 '청소년 보호'를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 폐쇄나 아이노스쿨의 폐쇄는 사실 청소년 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들은 '불온'하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차단되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시위도 불법

통신질서확립법에 의해 "정보통신망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협하기 위해 대량의 신호나 데이터를 보내는 '온라인시위'"도 불법행위로 규제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특히 온라인 시위로 정부행정부서 서버가 다운됐을 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온라인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에 기반한 것"이라며 온라인 시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공동행동 장여경 실장은 온라인 시위 규제 논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과연 온라인 시위가 테러만큼 위험한 것인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을 뜯어보니…

청소년보호 명목으로 검열 정당화 안 될 말


지난 7월 1일부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일명 통신질서확립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 법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개인정보 보호 △정보통신망에서의 청소년보호 △정보통신망의 안정성 확보 등이 주된 내용이다.

현재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국가의 검열과 규제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 이 법의 시행령 23조에 따르면 청소년유해매체물인 정보는 '19세미만 이용불가'라는 취지의 내용을 선별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을 이용해 음성·문자 또는 영상으로 표시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정보의 유형 등을 고려해 정통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표시 규정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법률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변은 특히 '청소년 유해매체의 구체적인 기준은 정통부장관의 고시에 위임한다'는 동법 시행령 23조 3항은 "유해매체물 표시에 대한 형벌규정이 있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라는 원칙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변은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제를 내용선별소프트웨어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것은 강제적인 내용등급제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모법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심의할 때 내용등급제를 채택하지 않은 입법취지를 몰각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악성프로그램 유포 등 정보통신망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통신질서확립법 제48조는 온라인 시위 또한 금지하고 있어 시민단체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전홍기혜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2001/08/01 00:00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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