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기자도 접점 찾지못한 세무조사 공방
2001/2001년 08월 :
2001/08/01 00:00
동아 · 조선 · 한겨레 평기자 3인의 3시간 격정토론
일시 : 2001년 7월 12일 저녁6시
장소 : 서울 종로구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 카페
참석 : 『동아일보』,『조선일보』,『한겨레』젊은 기자
언론탄압이냐 언론개혁이냐. 그야말로 ‘전쟁’이다. 신문과 신문, 신문과 방송, 정치권에 문인까지…. 이러한 극한의 대립 속에서 취재현장을 뛰고 있는 젊은 평기자들은 언론사 탈세고발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자는, ‘세무조사는 언론말살 기도’란 내용의 기자 공동 성명을 채택한 『조선일보』 기자에서부터 언론개혁을 줄기차게 부르짖는 『한겨레』 기자까지, 되도록이면 많은 기자들을 모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마당을 마련하려 했다. 그러나 모은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동아』, 『조선』, 『한겨레』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참석자들의 이름은 가(『동아일보』 기자) 나(『한겨레』 기자) 다(『조선일보』 기자)로 하기로 했다.
사회 먼저 지난 2월 1일부터 시작된 ‘전쟁’이 6개월여 되어가는데요. 먼저, 현실진단을 한마디씩 한다면….
가 언론사, 언론사주의 탈세와 정권의 언론탄압이라는 두가지 측면이 있어요. 제가 『동아일보』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치적인 의도가 더 크다는 느낌이 들어요. 대통령이 연두에 언론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지자 국세청, 공정위 조사로 이어지고 검찰 수사로 넘어갔단 말이에요. 그 과정에서 방송이나 정치권이 계속 언론개혁을 이야기했어요. 언론개혁에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럼 의도가 뭐냐, 조중동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논조를 누그러뜨리거나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적 신문들이 벌여온 지면상의 또는 지면 밖의 횡포가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탈세는 우리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석연치 않은 의도에 따라 이뤄지는 분위기를 느꼈어요.
나 DJ집권 이전부터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언론단체와 『한겨레』의 요구가 있어왔죠. 또 정권의 의도가 언론탄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제 생각엔 정권이 그것을 의도했다면, 선배가 지적한 것처럼 유치한 조작을 통해 들고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세무조사를 통해 지면과 거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늘 옳은 소리만 한다는 언론이 이처럼 부도덕하고 이율배반적인 집단이라는 걸 폭로하고 싶었을지 몰라요. 무엇보다 세무조사에 정치 개입 여지를 준 것은 그동안 시민단체나 언론단체 혹은 언론계 안팎에서 언론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언론사와 사주, 기자집단 스스로가 진지하게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 세무조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 다 공감할 것 같고, 그것이 정당하냐 부당하냐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신문사 세무조사와 언론개혁을 연계시켰다 하더라도 세무조사가 언론개혁까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가 선배 얘기대로 몇 개 신문사를 낙인찍으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세무조사 받고 멀쩡할 수 있는 기업은 없어요. 그렇다고 세무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세무조사는 했어야 돼요. 법인에 대해 5년마다 하게 돼 있잖아요? 그렇게 해 왔으면 아무런 문제없다고요. 그러나 이제까지 국세청 조사는 비장의 카드였단 말이에요. 거래를 시도하고, 그것이 먹히지 않을 때 적당히 위협하는….
사회 낙인찍어 얻는 기대효과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 언론의 무기는 도덕성이에요. 그것을 침해받고 있는 거죠. 『조선일보』 기자들이 세무조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일로 우리가 쓰는 기사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발하는 거죠.
가 아마 대부분 젊은 기자들이 그럴 것 같은데, 우리 언론상황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언론개혁의 열망을 정부가 받아들인 거라고 해도 방법은 다를 수 있어요. 언론개혁 해야지요. 그런데 꼭 이런 식이어야 하나요? 『동아일보』에서는 올해 2차에 걸쳐 사이버 토론회까지 하면서 기자들 사이에 상당한 공론이 모아졌고, 회사를 기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보자는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부가 이런 국면을 만들면서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세무조사는 반대 논조가 수그러드는 걸 노리고 있어요. 당장 『동아』, 『중앙』에선 예정에도 없던 편집국장 인사가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변하는 게 언론개혁이에요?
나 그럼 언론개혁의 가장 좋은 방법은 뭐냐, 그건 자기정화고 자기개혁이죠. 법에 따라 이뤄져야 할 세무조사가 지금까지 되지 않았죠. 그것이 바로 비정상적인 것 아니었나요? 도대체 세무조사란 건 언제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겁니까? 또 편집국장 인사 등으로 꼬리를 내린다 했는데, 이럴 때 기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우리를 탄압하지 말라가 아니라 그런 탄압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이렇게 지면을 쓴다라고 할 권리가 기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다 저는 언론개혁이 논조개혁인지, 경영 및 소유구조 개혁인지를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논조개혁이라면 명백한 언론탄압이에요. 저는 언론개혁에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자기개혁도 마찬가지에요. 언론은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론개혁을 말할 때 지금의 시스템이 천년만년 갈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그러나 『조선일보』가 60년대에 1등 신문이었습니까? 아니잖아요. 70년대? 아니에요. 한때 『한국일보』의 시대가 있었고, 『동아』의 시대가 있었고, 그리고 지금 인정하신다면 『조선일보』의 시대인 건 맞아요. 하지만 『조선일보』의 시대가 천년만년 간다? 그래서 『조선일보』를 1등에서 끌어내리겠다? 방법도 문제지만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 언론개혁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가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죠. 세무조사도 해야죠. 중요한 건 기자들의 자정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쉽지 않아요. 남들이 족벌신문이라 부르는 데 있어봐서 아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소유와 경영은 분리하고, 경영은 지면간섭 하지 않아야 하고… 원론적인 얘기는 할 수 있죠. 그런데 그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영이 최대한 지면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기자들이 광고시장의 압력 때문에 굉장히 힘들잖아요? 그러나 반드시 소유와 경영이 완전 분리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저는 최근 상황을 언론개혁 문제가 아니라 언론자유의 문제라고 보고 싶습니다. 언론자유가 뭐냐, 사주나 신문사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언론자유, 독자의 언론자유, 기자의 언론자유라고 생각해요. 입사해서 맨 처음 배운 것은 너는 하나의 법인체다, 그거예요.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 수집한 사실을 가지고 기사 쓰고 책임지는 거죠. 기자의 사명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그것이 경영진이든, 편집국장이든, 선배든, 정치권력이든 언론자유의 적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동아』 『조선』 『중앙』 기자들이 쓰고 싶은 기사를 못 쓰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다면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모든 기자들이 동참할 수 있죠. 그러나 그 전에 냉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언론자유를 위해 기자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왔냐는 거예요. 기자들이 먼저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때서야 비로소 언론자유가 기자들에 의해 요구될 수 있고, 언론자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봐요. 그게 언론개혁이죠.
가 기자들 반성할 것 많죠. 요즘 『한겨레』 지면을 보면 언론개혁이 아니라 빅3(『조선』, 『중앙』, 『동아』) 개혁을 요구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대로 된 언론개혁이라면 최대한의 공론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돼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게임을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 언론계의 상처로 남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나 기자의 말이 성립하려면, 이번 세무조사가 정치적 의도 없는 조사여야 해요. 그렇지만 굉장히 무리하고 부풀려진 조사라는 건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어요.
나 그런 부분들은 법정까지 가서 판결날 문제죠. 설사 법이 판결한다 해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남겨질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기자라면, 적어도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예요. 작금의 과정이 정치권력이 언론사의 발목을 잡으려는 시도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이 뭐냐는 거죠. 선배가 우려했듯이 공론이 사라지고 존재하는 건 편파와 분파고, 한 정파의 이해뿐이라면 그걸 막아야 할 임무가 기자에게 있는 거잖아요. 그걸 위해서 각 사의 젊은 기자들이 편파나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공동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다 저는 『한겨레』 기자와 『조선』, 『동아』 기자가 의견을 공유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신문의 논조와 기사방향을 결정하는 유일한 단서는 독자라고 생각해요. 시장의 압력, 광고의 압력 그것도 독자예요. 독자 많은 신문에 광고가 몰리게 마련이에요. 각 신문은 자기 신문을 따르는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게 돼요. 『한겨레』가 그런 보도태도를 취하는 게 문제될 게 없다고 봐요. 그렇듯이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선』이 최근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세무조사를 때린 것은 잘못한 거예요. 그럼 『조선』만 그랬냐, 다 그랬어요. 『조선일보』가 개혁대상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예요.
맥주도 마시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마당을 갖자고 불러 모았지만, 그들은 처음 만나 명함을 교환할 때만 웃었을 뿐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시작부터 치열했던 논박은 누구도 끼어들기 어려울 만큼 뜨거웠다.
사회 오늘 좌담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전혀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화제를 돌려보면, 이번 좌담 섭외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선뜻 나오겠다는 사람이 없더군요. 혹시 사주나 회사 눈치를 봐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던데. 기자들이 할말 못하고 샐러리맨화해가는 게 아니냐, 우려도 됩니다.
가 실제로, 샐러리맨이 돼 가는 경향이 많이 있어요. 사회는 다양해지고, 다양한 가치들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기자들도 재능을 발휘하면서 많은 월급을 주는 직장의 하나로 신문을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게 언론발전에 도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론이 인재들 가지고 전문성 발휘해 심층적인 기사 쓰는 기자들을 육성하면 되는 거죠. 다만,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월급 때문에 억지로 써야 하고, 그런데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자로서 자격이 없겠죠.
나 세무조사 결과, 세금이 탈루된 것도 있지만 포탈된 것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세가 어때야 하나요? 선배는 사주관련 개인비리나 포탈 문제 등등에 대해 결국은 외부의 개입 없이 내부의 기자 혹은 조직원들의 힘으로 해결해보자 이런 건데, 어떤 방식으로 그 부분에 대한 처벌이
나 비판이 가능한 거죠?
가 기자총회도 하고, 노조에서 부별 대표자회의를 통해 문제제기할 수 있고.
나 세무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잖아요?
가 내가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 이유가 뭐냐 하면, 까놓고 얘기할까요? 『대한매일』, 모르긴 해도 조중동보다 더 심합니다.
나 그럼 『대한매일』 구속시키라고 기사 쓰시면 되잖아요.
가 그럼 불순한 의도를 가진 김대중정권은 물러나라고 『한겨레』가 문제제기하나요?
나 물러날 정도로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가 『한겨레』 안에서 그런 얘기 다 못 쓰죠. 방송도 굉장히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있고, 『한겨레』만 해도 편파보도 하고 있는데, 그것 다 스스로 비판합니까? 지면에 다 드러내나요?
나 저는 지금 지적하신 문제를 인정하고, 나름대로 해결방식을 찾고 있어요. 선배도 나름대로 『동아일보』의 문제점을 생각하신다면, 따로 판단하는 해결방식이 있을 것 아닙니까?
가 한 여당 인사가 이번 세무조사는 『동아일보』에 대한 배신감에서 출발했다고 얘기해요. 이런 상황이 되면 사안의 경중을 따지게 돼요. 제가 『동아일보』 몇 해 다녔지만 지금처럼 무기력한 때가 없었어요. 회사 안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이런데도 왜 기자들은 언론개혁만 부르짖고 있습니까? 정부가 언론자유를 유린하는 것부터 얘기해야죠. 그런 다음에 사주 문제, 언론소유구조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저 100% 받아들입니다.
나 그럼 기자로서 선배의 눈에는 정치적인 의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겁니까?
가 반성, 대응, 거듭나기 세 부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반성에 앞서 정치적인 의도를 비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나 제가 보기에는 이런 치욕을 언론사에 갖다 안긴 언론사주를 떼어내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 회사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하는 것 아니냐? 원론적으로는 맞죠. 그런데 우리 앞에는 거대한 현실이 있어요. 그 현실을 무시하고 당위적인 얘기를 하면 힘이 없어요.
나 제가 알고 있는 동아투위는 그 거대한 현실 앞에서 당위를 위해 움직였고,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 지금 기자들은 곤혹스런 딜레마에 빠져 있는 거예요. 왜 그런 결단을 못 내리나. 그렇지만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당시와 같은 결의수준을 요구합니까? 정권의 의도가 안 보이세요? 내가 족벌사주에 매여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나 정권은 가도 언론사주는 남으니까요.
다 사주가 아니라 신문이 남는 거죠.
나 물론 사주가 가도 신문은 남죠.
잠깐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 가 기자는 급한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남은 두 기자는 못다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정돈하자는 데 합의했다.
다 기자들의 샐러리맨적 성향, 있죠. 이것도 직업이에요. 직업인으로서, 기업의 조직인으로서,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것들이 복합돼 있어요. 어느 한 측면만 강조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동아, 조선투위 말씀하셨는데, 형식논리가 잘못 됐어요. 동아, 조선투위 당시에는 정권의 압력에 맞서 저항했던 기자들이 언론사와 정권의 유착에 거세게 반발한 거고, 잘린 거예요.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기자들이 왜 언론사하고 대립합니까? 세무조사로 만들어진 정국은 언론자유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어떤 언론도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어요. 부끄럽게도 한국의 특종은,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흘려들은 얘기들이었어요. 이런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정권에 빌붙어 하나라도 먼저 쓰려는 취재관행을 혁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언론개혁이라고 생각해요.
나 조선, 동아 투위 시절 명운을 걸고 투쟁했던 선배들이 입사 4∼5년차예요. 그 선배들은 지금보다 더 엄혹했던 시절 생존권을 걸고 싸웠죠. 샐러리맨화한다는 이야기는 기자들이 ‘나는 법인체다, 고로 독립적이다’란 판단을 하는 데에 자꾸 다른 요소들이 개입되는 걸 지적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까 가 선배 말씀하신 것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대한매일』과 방송사 어떻게 할 것이냐… 그야말로 지금의 보도태도나 틀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얘기죠. 예를 들어 『한겨레』가 방송사와 『대한매일』 비판하고, 『조선』이 『대한매일』 비판하려면 눈앞의 상황보다 더 큰 틀에서 언론자유와 언론개혁의 문제를 고민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젊은 기자들이 주체가 돼서 그런 고민을 하고, 총의를 모은다면 그게 바로 이번 세무조사로 얻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부분이 가려져서 안 보이는 거구요.
다 원론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한계라는 게 있잖아요. 제가 너무 기능론적인 사고에 빠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같은 때일수록 중요한 게 더 많은 독자들한테 다가갈 수 있는 예쁜 기사를 많이 발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 기자들이 이런 거대담론에 빠져 가지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평기자들의 목소리도 좀 담아줬으면 좋겠어요.
나 나는 만일 『한겨레』가 지켜야 할 한계선을 버렸다고 판단되면 떠나는 게 기자의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다 그렇죠,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는 거죠.
나 그러나 그 전에 바꿔야죠.
다 노력은 해야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신문사 내부의 문제나 지면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열띤 토론에서 때로는 고성이 오갔고, 때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애원(?)도 있었다. 그러나 소속 신문사의 입장을 뛰어넘는 얘기로 진전되지는 못했다. 이유는 뭘까. 한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기자들도 조직에 속한 조직원입니다. 조직논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죠. 누구나 부담스러운 자리입니다.” 다섯이면 넷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이야기마당을 피할 땐 80년대 한 언론인이 했다는 얘기가 귓전에 울린다.
“지금까지는 기자들이 정치권력의 감시 때문에 언론 탄압을 받았다면 지금부터는 사주로 대표되는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정도의 토론이 가능했던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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