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알바에는 최저임금도 사치
2001/2001년 08월 :
2001/08/01 00:00
10대 정규직이란 없다. 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당사자들도 원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는 것이지, 평생 직업을 정하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노동부나 교육부에 청소년 아르바이트 관련 부서나 담당자가 없었다. 10대 아르바이트 환경을 취재하면서 맞닥뜨린 상대는 가출 청소년과 아르바이트의 상관관계라는 계도 차원의 고정관념과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짜증 섞인 훈계, 어리숙한 애들 상대로 남는 장사나 해보자는 이중적인 어른뿐이었다.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은 10대들에게 확고부동한 진리다. 날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상품 광고의 주요 목표는 우량고객으로 급부상한 10대들이다. 이동통신, 게임과 인터넷, 캐릭터, 음반시장의 규모는 더 이상 10대들의 용돈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따라서 많은 10대에게 아르바이트는 폭발적인 관심사다.
청소년의 공간은 크게 삼분된다. 집, 학교, 학교 밖이 그것이다. 그런데 ‘실패한 학교’가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폐지함으로써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물론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줄어든 수업시간만큼 학원수강과 과외교습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많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1999년 문화관광부의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15∼1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0.6%로 10대 열 명 중 한두 명꼴로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다. 서울시 실업대책위원회의 ‘10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장 연구’(2000년 상반기/조혜정 감수)에 따르면 청소년이 주로 하는 일이나 일하는 곳은 음식점 서빙 및 배달, 전단지 배포 및 스티커 부착, 패스트푸드점, 콜라텍, 공장, 커피숍, 주유소, 신문 배달, 찹쌀떡 판매, 슈퍼 판매보조, 팬시점 감시, PC방, 당구장, 노동, 대학 서류 심부름, 꽃 판매, 노래방, 독서실, 미용실, 방송국 방청객, 벼룩시장 옷 판매, 아기 돌보기, 비디오대여점, 상품조사모니터링, 아이스크림가게, 우유 판매, 유급 가사노동, 의류점, 전화 설문, 중고레코드점, 클럽공연 등이다.
열악한 10대들의 노동 조건
이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10대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자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10대를 노동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10대에게도 일할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에 10대들은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공간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하긴 한국의 10대에게 청소년기란 게 있기나 한가.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이후 6년은 고스란히 박탈되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인생은 다시 시작될 뿐인데. 이렇게 입시를 위한 수험권만 강요되는 마당에 10대의 아르바이트는 당연히(?) 비행과 동의어가 된다. 사회가 10대의 아르바이트를 곱게 보지 않으니 건강하고 좋은 노동환경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청소년 주무부서랄 수 있는 교육부나 문화관광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근로청소년 개념 역시 혼란스럽거나 규제투성이다. 가령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의 근로청소년 규정은 제각기 다양한 기준과 연령으로 되어 있고, 실제 정책 시행은 1970~80년대 유형의 가사곤란 근로청소년에 기준을 두고 있다. 용돈 충당이나 기타 소비를 위해 일하는 지금의 10대 노동시장의 현실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을 계기로 크게 강화된 청소년보호법은 아르바이트 시장을 더 비좁게 만들고 오히려 불법아르바이트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임금체불, 임의해고, 성적 안전성 침해…
10대 아르바이트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말로 취업하는 비공식적 계약, 임금 체불, 임의해고, 성적(性的) 안전성 침해, 과도한 노동과 저임금 등이다. 같은 10대라도 남성과 여성의 구인 수요가 다르고 여성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로 인해 단란주점이나 원조교제처럼 10대 여성들이 성관련 산업에 유입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대해 단순한 처벌과 보호만 있을 뿐, 근본적 대책도 없고 관심도 없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땀흘려 일해 임금을 받는 경험이 성장의 귀한 밑거름이 되지 못하고 상처만 남기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청소년 이윤주 씨(18세)는 이런 현실을 따끔하게 꼬집는다. “기성세대는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10대 아르바이트는 오히려 교육적으로 장려해야 하지 않나요?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이 직업인데 말이에요.”
일본은 근로체험 플라자를 연다. 미국의 ‘학교에서 직장으로(school to work)’ 프로그램은 학교에서의 교육이 직업으로 바로 이어지게 하는 교육방식이다. 대만은 청소년 아르바이트 매뉴얼 북을 갖추고 있다. 프랑스는 청소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준다. 독일의 도제식 관리는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외국 사례를 잘 알고 있는 한국정부는 어떤가. 노동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명확한 방침이나 계획을 마련해두지 않았다. 노동부 여성고용지원과의 박홍근 감독관은 “현재 청소년 노동과 관련해 아무런 정책내용이 없는 것은 노동정책 전반의 문제이며, 청소년 정책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로선 근로기준법이 정한 단시간 근로조항과 1년 미만 단기간 계약 근로조항에 위배되는 사례를 단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교육인적자원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정책과나 조정2과의 경우도 현재 청소년 비정규 노동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손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
청소년 비정규 노동문제, 정부는 나 몰라라
결국 주무부서가 과연 노동부인지, 교육인적자원부인지, 문화관광부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정부부처에서는 청소년 비정규 노동문제에 대해 서로 떠넘기기만 할 뿐 대안제시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재정립을 위해 서울시와 연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Haja)는 8월 11일부터 알바 서바이벌 캠프를 개최한다. 10대들이 아르바이트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캠프가 끝난 뒤에도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하자센터 전효관 부관장은 “청소년기는 올바르게 돈버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이지만 이런 교육이 없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는 계급문제나 노동문제일 뿐 아니라 학습권의 문제고 성장과정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름 방학이다. 10대들은 운좋게 일자리를 구한 친구들에게 자리 있냐는 연락을 수시로 해대며 구인 광고를 찾아 거리를 헤맬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중얼거림처럼 어른들의 외면과 부정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오늘 한국 10대들의 현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은 10대들에게 확고부동한 진리다. 날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상품 광고의 주요 목표는 우량고객으로 급부상한 10대들이다. 이동통신, 게임과 인터넷, 캐릭터, 음반시장의 규모는 더 이상 10대들의 용돈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따라서 많은 10대에게 아르바이트는 폭발적인 관심사다.
청소년의 공간은 크게 삼분된다. 집, 학교, 학교 밖이 그것이다. 그런데 ‘실패한 학교’가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폐지함으로써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물론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줄어든 수업시간만큼 학원수강과 과외교습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많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1999년 문화관광부의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15∼1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0.6%로 10대 열 명 중 한두 명꼴로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찾고 있다. 서울시 실업대책위원회의 ‘10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장 연구’(2000년 상반기/조혜정 감수)에 따르면 청소년이 주로 하는 일이나 일하는 곳은 음식점 서빙 및 배달, 전단지 배포 및 스티커 부착, 패스트푸드점, 콜라텍, 공장, 커피숍, 주유소, 신문 배달, 찹쌀떡 판매, 슈퍼 판매보조, 팬시점 감시, PC방, 당구장, 노동, 대학 서류 심부름, 꽃 판매, 노래방, 독서실, 미용실, 방송국 방청객, 벼룩시장 옷 판매, 아기 돌보기, 비디오대여점, 상품조사모니터링, 아이스크림가게, 우유 판매, 유급 가사노동, 의류점, 전화 설문, 중고레코드점, 클럽공연 등이다.
열악한 10대들의 노동 조건
이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10대의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자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10대를 노동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10대에게도 일할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에 10대들은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공간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하긴 한국의 10대에게 청소년기란 게 있기나 한가.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이후 6년은 고스란히 박탈되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인생은 다시 시작될 뿐인데. 이렇게 입시를 위한 수험권만 강요되는 마당에 10대의 아르바이트는 당연히(?) 비행과 동의어가 된다. 사회가 10대의 아르바이트를 곱게 보지 않으니 건강하고 좋은 노동환경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청소년 주무부서랄 수 있는 교육부나 문화관광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근로청소년 개념 역시 혼란스럽거나 규제투성이다. 가령 청소년기본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의 근로청소년 규정은 제각기 다양한 기준과 연령으로 되어 있고, 실제 정책 시행은 1970~80년대 유형의 가사곤란 근로청소년에 기준을 두고 있다. 용돈 충당이나 기타 소비를 위해 일하는 지금의 10대 노동시장의 현실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을 계기로 크게 강화된 청소년보호법은 아르바이트 시장을 더 비좁게 만들고 오히려 불법아르바이트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임금체불, 임의해고, 성적 안전성 침해…
10대 아르바이트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공식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말로 취업하는 비공식적 계약, 임금 체불, 임의해고, 성적(性的) 안전성 침해, 과도한 노동과 저임금 등이다. 같은 10대라도 남성과 여성의 구인 수요가 다르고 여성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로 인해 단란주점이나 원조교제처럼 10대 여성들이 성관련 산업에 유입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대해 단순한 처벌과 보호만 있을 뿐, 근본적 대책도 없고 관심도 없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땀흘려 일해 임금을 받는 경험이 성장의 귀한 밑거름이 되지 못하고 상처만 남기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청소년 이윤주 씨(18세)는 이런 현실을 따끔하게 꼬집는다. “기성세대는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10대 아르바이트는 오히려 교육적으로 장려해야 하지 않나요?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이 직업인데 말이에요.”
일본은 근로체험 플라자를 연다. 미국의 ‘학교에서 직장으로(school to work)’ 프로그램은 학교에서의 교육이 직업으로 바로 이어지게 하는 교육방식이다. 대만은 청소년 아르바이트 매뉴얼 북을 갖추고 있다. 프랑스는 청소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준다. 독일의 도제식 관리는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외국 사례를 잘 알고 있는 한국정부는 어떤가. 노동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명확한 방침이나 계획을 마련해두지 않았다. 노동부 여성고용지원과의 박홍근 감독관은 “현재 청소년 노동과 관련해 아무런 정책내용이 없는 것은 노동정책 전반의 문제이며, 청소년 정책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현재로선 근로기준법이 정한 단시간 근로조항과 1년 미만 단기간 계약 근로조항에 위배되는 사례를 단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교육인적자원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정책과나 조정2과의 경우도 현재 청소년 비정규 노동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손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
청소년 비정규 노동문제, 정부는 나 몰라라
결국 주무부서가 과연 노동부인지, 교육인적자원부인지, 문화관광부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정부부처에서는 청소년 비정규 노동문제에 대해 서로 떠넘기기만 할 뿐 대안제시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재정립을 위해 서울시와 연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Haja)는 8월 11일부터 알바 서바이벌 캠프를 개최한다. 10대들이 아르바이트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캠프가 끝난 뒤에도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하자센터 전효관 부관장은 “청소년기는 올바르게 돈버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이지만 이런 교육이 없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는 계급문제나 노동문제일 뿐 아니라 학습권의 문제고 성장과정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름 방학이다. 10대들은 운좋게 일자리를 구한 친구들에게 자리 있냐는 연락을 수시로 해대며 구인 광고를 찾아 거리를 헤맬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중얼거림처럼 어른들의 외면과 부정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오늘 한국 10대들의 현실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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