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너는 머리보다 먼저 깨어 늘 머리를 지켜왔다.

머리가 생각만 하고 도무지 움직이려

하지 않을 때도

너는 몸을 던져 궂은일을 도맡아 왔다.

지금은 머리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손,

너를 기리고 찬양하는 날은 분명 온다.

너도나도 머리들만을 찾아 아우성치지만

네가 계속 움직이는 한

세상은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상상은 머리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멋진 아이디어, 벤처사업, 훌륭한 작품들은 모두 머리의 산물이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결국 머리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머리가 좋고 뛰어나다고만 해서 만들어진 것들로 튀어나올 수 없다. 움직이면서 온몸으로 느끼면서 온갖 시행착오와 고난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따지고 보면 훌륭한 상상력은 온몸으로 부딪쳤을 때 떠오르는 것이다. 즉 상상력은 온몸의 소산이다. 움직이지 않고 책상에 앉아 머리를 짜내 보았자 시들고 만다. 소위 탁상공론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머리가 지배하고 있다. 모든 정책이나 생각들이 또 지배 담론들이 머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모두가 머리를 신봉하는 자들뿐이다.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순전히 머리로만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근 백 년 동안 거짓과 혹세무민으로 그것이 일제 식민권력이든, 미제국주의든, 군사독재든, 식민매판자본이든, 악마의 검은 권력이든 가리지 않고 빌붙어 이 민족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했던 언론들의 본질도 사실은 머리들의 집합체다.

문화대통령임을 자임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문화란 고작 돈 많이 버는 문화 ‘상품’론이며, 불심을 온 천하에 밝히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게 세계에서 제일 큰 불상이며, 청소년에게 유해한 사이트를 적발하겠다며 김인규 교사의 건전한 사이트를 폐쇄하고 징계하는 일이며, 한나라당의 시도 때도 없이 좌충우돌하는 대여공세도, 민주당의 허우적거림도 세계화다, 신경제 자유주의다 하면서 날로 고꾸라지고 있는 경제상황도 모두 머리들의 그 잘난 결과물들이다. 추락하는 교육, 날로 타락해가는 종교, 대중을 볼모로 날뛰는 대중문화, 모두 머리만 있고 몸통은 없다.

몸통이 없는 머리들의 전쟁은 잔인하다. 싹쓸이도 불사한다. 왜냐? 아예 그들에겐 상황이나 현장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있다면 그 또한 머리 속에만 있다. 마치 컴퓨터의 모니터 상에만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머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손과 몸이 우선하는 세상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지식을 위한 지식, 지배하기 위한 지식, 관리가 목적인 지식에서 지식을 살피는 지식, 배우고 비우는 지식, 봉사하고 헌신하는 지식체계로 그 패러다임을 옮겨야 한다.

나는 몸으로 손으로 상상한다. 나의 머리는 이들을 위한 보조수단이다. 나는 가슴으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머리는 이들 모두를 잘 정리하여 저장하고 출력할 뿐이다. 몸에 봉사하는 머리다. 내 작품은 현장에서 행동에서 경험에서 나온다. 사회에 나를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를 관철시킨다. 관념이 아니라 실제요, 구체다.
임옥상 화가
2001/08/01 00:00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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