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이 무고한 생명을 죽이지 않게 하소서
2001/2001년 07월 :
2001/07/01 00:00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우리가 자연을 버리면 자연도 우릴 버립니다.”
전북 부안 해창 갯벌에서 울려온 천둥 같은 경고다. 너른 바다의 무수한 생명들과 교감하며 새만금 갯벌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성직자들은 갯벌에 움막 같은 해창사를 짓고 밤낮 없이 기도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을 죽이지 않게 하소서.”
그 선두에 선 두 사람은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지난 5월 24일 초여름의 땡볕 아래 서울 명동성당에서 종로구청 앞까지 삼보일배(三步一拜)를 올렸다. 수도하는 성직자들이 매연과 소음 가득한 도시 거리로 뛰쳐나와 두 무릎 꿇고 뜨거운 아스팔트에 입 맞추며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워준 것이다. 그러나 두 성직자의 고행도 헛되이 이튿날 정부는 새만금간척사업 순차적 개발계획을 발표해버렸다.
“창세기 28장에 보면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개혁’을 위해 (웃음) 홍수를 내리고 ‘노아의 방주’에 모든 생명을 암수 한 쌍씩 넣지 않았습니까. 그때 인간만 넣지 않았다구요. 그 의미를 새겨봐야지요.”
문규현 신부는 성경 말씀을 빌어 반생태적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짓밟으면 인간에게 돌아올 것은 거대한 재앙뿐이라는 게 두 성직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삼라만상 두두물물 비로 화장세계(森羅萬象 頭頭物物 毘魯 華藏世界)라. 우주 전체가 진리 자체다, 우주 전체가 생명이요, 진리요, 한 몸이라는 말씀이지요. 그걸 실천하는 일들이 수행이고, 일상 삶에서 그걸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뭇 생명을 이유없이 해치고 있어요. 무수한 생명을 죽이는 일은, 인간은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거스르고 있는 겁니다.”
수경 스님에 따르면, 해창사에 모인 종교인들은 서로 ‘우주적 인연’을 갖고 속세에 끊임없이 생명의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그는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을 계기로 모였지만 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생명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과 끊임없는 기도 그리고 성찰을 통해 자신들을 온전히 바칠 계획이라며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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