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푸대접론 잠재우려 내건 개발독재의 부산물
33km. '세계 최대'이자 '단군이래 최대'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통해 축조될 방조제의 길이다. 바닷물을 막아 전북 군산부터 부안까지 2만8300ha의 토지와 1만1800ha의 담수호를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2011년 내부 공사완료를 목표로 공사가 시작된 것이 지난 91년. 이미 1조1385억 원의 돈을 쏟아 19.1km까지 방조제 축조공사가 진행되다 1999년 말부터 지난 2년 간 중단됐다. 계획대로 예산을 더 쏟아 부어 개발을 마친다고 해도 실패로 돌아간 시화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환경단체들이 반대운동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1998년 대통령직 인수위 간사회의에서도 새만금사업을 김영삼정권의 3대 부실사업으로 규정하고 특별감사와 민관공동조사단을 통한 재검토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지난 5월 25일 '순차개발안'을 골자로 한 개발 강행안이 발표됐다. 동진강 수역을 먼저 개발하고 환경변화 추이를 보아 만경강을 개발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결정이 나오기까지 지난 5월 지속가능위와 국무조정실의 공동주최로 쟁점 및 대안모색 토론회 개최, 평가위원회의 재검토 등의 연구·논의 과정이 있었으나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볼 때 그간의 과정은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았으며, 사업강행은 정치적 이해에 따른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순차개발안도 결국 방조제를 33km 다 쌓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면개발"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며 거리 서명전과 1인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단 3개월 타당성 조사 끝에 새만금사업을 공약으로

사업 시작 6∼7년이 지나 뒤늦게 환경단체들이 반대운동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북도에서는 "이전 정권에서는 가만있다가 나중에서야 들고 일어선 것은 김대중 정부 흔들기"라는 여론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는 "지난 시기가 개발의 세기였다면 이제는 생태계를 살리고 복원하는 세기로, 90년대 이후 환경과 생명, 그리고 생태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점차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새만금사업은 "전형적인 20세기형 개발시대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의 정치가 낳은 산물"이라는 지적은 이 사업이 정치 논리에 따라 어떻게 이용돼 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역대 정권의 고질적인 호남차별로 인한 소외감은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그나마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전남지역 보다 전북지역 주민들이 더욱 심각하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노태우 후보는 단 3개월의 타당성 조사 끝에 앞다투어 새만금간척을 통한 전북개발을 공약했다. 김대중 신민당 총재도 서해안고속도로, 새만금사업을 통한 지역감정 해소를 여러 차례 주장했는데, 그 결과 91년 11월 공사는 일사천리로 착공됐고, 92년 대선을 겨냥해 김영삼 민자당 총재는 새만금사업의 적극 추진을 거듭 약속했다.

그 해 대선에서 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2년 내에 새만금사업을 완성할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또한 95년 전북도지사 선거 당시 유종근 후보는 다우코닝사를 유치하고 마이클 잭슨을 현지에 초청하면서 '복합산업단지로의 개발계획'을 가시화시켜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샀다. 97년 대선 때도 김대중, 이인제, 이회창 후보는 경쟁적으로 새만금간척지를 공업단지로 개발할 것을 공약하기도 했다.

지역 내에서는 현재 개발찬성과 반대쪽으로 여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그런데 찬성쪽의 대표적 인사인 송기옥 부안애향운동본부 사무총장은『녹색평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부안 뿐 아니라 전북 민심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호근 녹색연합 부장은 "현장에 가보니 지역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사업이 여기서 중단되면 전북은 영영 버림받는 동네가 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난 4·26 보궐선거 당시 임실·군산지역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을 사업 속개를 요구하는 지역민의 표현이라고 해석한 민주당이 결국 내년의 지자체선거와 대선 등을 감안해 여러 무리수를 안고도 사업 강행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렇게 묻는다. "정치놀음에 휘둘려도 좋을만큼 새만금갯벌이 그렇게 싸구려인가?" 여의도 면적의 140배, 서해안 최대이자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가 바로 새만금 갯벌이다. "구럭 하나 들고 나가 하루 3∼4시간 안에 5∼10만원은 거뜬했다"는 지역 어민들의 얘기는 이제 안타까운 회상으로만 남게 됐다. 모두 4309억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 대신 2만여 어민들은 생계의 터전이었던 갯벌과 그 앞바다의 어업권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역에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는 새만금개발을 통한 전북도의 장밋빛 미래가 그대로 실현되기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여러 차례 복합산업단지로의 개발을 주창했던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최근 농림부의 원래 계획에 따라 '농지 전용' 입장을 수용하고 기존의 입장을 철회했다고 장세환 전북 정무부지사는 토론회에서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결국 생기는 건 모두 농지일 뿐"이다. 그나마 수질악화가 예상돼 간척지에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새만금호 등이 농업용수로 쓰일 수 있도록 수질이 제대로 관리되려면 인근지역의 축산폐수 완전처리, 그린벨트 강화 등 오히려 개발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실정이다. 남호근 부장은 "공사 끝나면 정부 예산지원은 끝나게 될 것이고, 개발 결과 파생될 것으로 우려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비용은 결국 고스란히 전북도민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라고 했다. 당장 전북, 군산시, 김제시 등 5개 자치단체는 만경·동진강에 환경기초시설 확충에 필요한 33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게다가 앞으로 간척될 땅은 모두 농업기반공사의 소유인데, 조성원가가 워낙 비싸서(감사원 평당 7만 원 추정. 인근 농지는 2만 원) 불하하더라도 이를 살 지역 농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세 지가로 낮춰 불하한다면 그 엄청난 차액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지역발전에 대한 원망이 부른 지역 파괴"

물론 농림부가 주장하는 대로 농지 확보 외에 고군산도를 육지로 만들었을 때 교통 수익 등 다른 측면의 지역경제 상승효과도 있을 수 있다. "벌써부터 새만금은 관광명소가 됐다"는 지역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도 일정 부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어민의 수입을 계속 보장하면서 동시에 적은 비용으로도 갯벌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전환시키도록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 급격한 농업인구의 감소·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부안, 김제, 군산지역 뿐만 아니라 국내 농업 현실을 보건대 과연 이렇게 무조건 농지만 늘리는 것이 국토확장이며, 식량안보 대책이 될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토론회에서 장세환 정무부지사는 지역 언론 기사를 토대로 "새만금사업을 저지하려는 이들은 전북의 발전과 전북에 대한 국가투자를 막기 위한 세력들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전북 지역의 민심을 전했다. 그만큼 지역감정의 망령과 '전북홀대론'의 뿌리는 깊다.

어쨌든 이미 새만금사업은 개발 강행으로 결론지어졌다. 각계의 엄청난 반대에도 정부 방침을 결국 되돌리지 못한다면, 그래서 사업이 재개돼 만의 하나 새만금사업의 결과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이 훗날 하나하나 현실로 나타난다면 "지역발전에 대한 원망이 결국 지역파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암담한 예언이 후세대에 부끄러운 현실로 남을 것이다.
한혜영 본지 객원기자
2001/07/01 00:00 2001/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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