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위약에 분노 폭발한 충북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대청댐으로 인한 피해 때문이 아닙니다. 댐 때문이라면 피해를 감수할 수도, 국가발전에 기여했다는 위안을 가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문의지역 개발이 취소된 근본 원인은 청남대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속상한 거죠.”

물 맑고 살기 좋은 고장인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이 청남대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문의대책위원회(위원장 이찬희)는 최근 청남대로 인해 문의면민들이 받아온 고통을 알리기 위해 다시 일어섰다. 대책위는 “정부가 인허가한 국민관광휴양지가 취소된 데 이어 선착장 유람선 모터보트 사업도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되었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동안 이 곳 주민들은 거리 시위를 벌이고 당국에 건의문, 호소문 등을 보내 어려운 사정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따라 대책위의 활동이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주민화합잔치를 열어 흩어진 마음을 모으는 등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문의면민들이 놓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1980년 충북도는 교통부로부터 상장리, 덕유리 등 9개 리를 호수와 인접한 국민관광단지로 조성토록 지정받았다. 기대에 부푼 주민들은 빚을 얻어 큰길가에 상가를 짓고 유람선 2척, 모터보트 17척을 사들였다. 이들의 대다수는 대청댐으로 하루아침에 수몰민이 된 사람들로 가구당 300∼500만 원의 이주보상비를 받고 문의면에 새로 둥지를 튼 사람들이다. 그러나 1983년 이 계획은 돌연 취소된다. 당시 교통부는 대청호가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수질보호를 위해 국민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지만, 진짜 이유는 청남대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굳게 믿고 있다.

이로 인해 유람선은 충주호로 갔고, 모터보트와 호반관광개발주식회사 건물, 선착장은 지금까지 쓸모 없이 방치돼 있다. 청남대에는 또 대통령 경호를 위해 공수부대가 주둔해 있고, 농지 경작과 조상의 산소 관리를 제한하고 있어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문의대책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수몰에 울고 관광단지 취소에 운 우리들에게 정부 당국이 해준 보상은 융자로 딸기·포도·표고작목반을 구성하게 해준 것과 장학금 10억 원이 전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80년 당시 1만4000여 명이었던 문의면 주민은 지금 6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생계가 막막한 농민들이 빚더미만 안고 고향을 등졌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한 천주교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신성국 신부는 “문의면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충북도민 전체의 문제다. 83년 청남대가 문의로 들어오고 국민관광단지가 취소됐지만,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이라 아무도 말을 할 수 없었다. 청남대=청와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남대로 인한 피해보상 대책은 문의체육공원 설치와 문의초등학교 방송시설이 고작이다. 대청댐은 400만 충북도민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돼야 하지만 청남대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대책위원회는 당국에 국민관광단지 재추진을 비롯해 △군사보호구역 축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보상 △청남대 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홍강희 본지 충북통신원 · 『충청리뷰』기자
2001/07/01 00:00 2001/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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