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 똑바로 알자
사회적인 논란을 빚었던 ‘신문고시’가 우여곡절 끝에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한 이후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해 확정되기까지 3개월여 동안 신문지면을 어지럽혔던 신문고시에 대해 일반시민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언론고시’라고 하는데 이를 빗대어 ‘신문고시’는 신문사에 입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관문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신문고시’는 정확하게 말하면 ‘신문업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말한다. 다시 말해 혼탁한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공정거래 유형을 예시함으로써 신문사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 신문시장은 매우 혼탁하다. 신문사들은 연간 4000억 원에 이르는 무가지를 발행하여 무료로 배포하고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뻐꾸기시계, 에어컨선풍기, 여성용 비데, 킥보드 등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 독자들을 협박하여 신문을 강제로 투입하기도 한다. 광고주에 대한 횡포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신문사가 광고주와 사전 협의 없이 광고를 게재한 뒤 광고요금을 강요하거나 구체적 근거 없이 광고료를 높게 매겨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신문 판매 및 광고 시장은 시장경제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왜곡된 구조로 되어 있다. 대량의 무가지와 고가의 경품 살포, 구독강요가 횡행함으로써 독자들은 신문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광고주들도 반강제적으로 많은 돈을 들여 모든 신문에 광고를 게재해야 한다.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일부 신문이 돈으로 독자를 사서 발행부수를 부풀리고, 이를 근거로 광고단가를 높여 광고수입을 올린 뒤, 벌어들인 돈으로 독자를 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신문시장은 자본이 지배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제정된 신문고시는 판매시장 및 광고시장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무가지를 유가부수의 10%, 경품은 신문대금의 10%로 제한했으나 신문사들의 반발로 무가지와 경품을 포함하여 20% 이내로 허용했다. 또 신문의 강제투입기간을 3일로 제한했다가 7일로 늘렸다. 이밖에 의뢰하지 않으면 광고주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겠다고 하는 등 광고게재를 강요하는 행위나 광고주 허락없이 미리 게재하고 사후에 광고료 지급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3대 신문사들은 신문고시의 제정이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하고 나섰으며,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은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문고시를 제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렇듯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3대 신문사들은 신문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여론 독과점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는 해악이다.

신문고시는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위반 신고센터를 개설하여 국민의 신고를 활성화하고 신고내용이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신문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를 토대로 공정거래법, 방문판매법, 우편법, 표시광고법 등 시장관련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신문고시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시작일 뿐 모든 신문사들이 공정한 게임법칙 아래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2001/06/01 00:00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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