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로비에 의원들 딴소리
한마디로 갈팡질팡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모성보호 관련법 2년 유예(민주당), 출산휴가 90일 연장·육아휴직기간 동안의 소득보장 조항 삭제(민주당), 생리휴가 무급화를 전제로 한 출산휴가 90일 확대(자민련), 의료보험에서의 재원마련이 전제이나 의보의 재정파탄 때문에 일반회계를 통한 즉각 시행(한나라당)…. 이처럼 각 정당은 관련법을 올해 7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당초의 당론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꾸고 있다. 소신도, 대책도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당론이 바뀌다보니 여성노동 관련법을 개정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해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청원된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대안법률(안)까지 만들어놓고, 올해 7월부터의 시행을 예상하여 300억 원의 예산까지 책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법개정이 통과되리라는 기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대안법률(안)은 여성·노동계가 청원한 안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빠진 최소한의 수준으로, 그 핵심은 모성보호 확대와 육아의 사회부담화이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휴가는 60일로 그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터키보다도 짧은 출산휴가기간을 90일로 연장하고, 30일 연장에 따른 임금을 고용보험에서 지급한다는 것, 또 생후 1년 미만의 자녀가 있을 경우 통상적으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육아휴직기간의 임금을 고용보험에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또한 임산부 태아검진휴가, 육아휴직시 소득보장, 유·사산시휴가제, 가족간호휴직제를 신설하자는 내용도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를 거치면서 여성노동 관련법 개정은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경제5단체가 모성보호 확대조치에 따르면 8500억 원이 추가소요된다는 터무니없는 산출을 내놓았고, 거기에다 2003년이면 고용보험재정이 바닥난다는 노동부의 발표는 재계의 반대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었다. 여성·노동계를 의식하여 개정의사를 표하긴 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은 때 만난 듯 조건을 달면서 딴소리를 계속 하고 있다.

애를 낳고 키우는 문제는 결코 한 개인이나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여성의 재생산 기능과 육아를 사회 전체가 보호하고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에 대한 의무와 책임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전담돼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남성과 달리 25세에서 34세 사이에 현격히 떨어지는 M자형이라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연령대 여성의 상당수는 임신과 출산으로 노동시장에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 개인의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교육비용과 여성의 활동경력을 사장시킴으로써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M자형을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첫걸음이 여성의 모성보호 확대와 육아부담의 해소이고, 그에 따른 비용을 현재와 같이 한 개인이나 기업에게만 부담시킬 게 아니라 사회보험화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출산과 육아가 여성노동자의 지속적인 노동권과 평등권 실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건강한 노동력의 재생산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난한 싸움은 올 여름을 더욱 달구게 될 것이다.
최명숙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사무국장
2001/06/01 00:00 2001/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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