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바꾼 사법시험 법안 증원은 안돼?
2000/2000년 12월 :
2000/12/01 00:00
사법개혁의 방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전혀 다른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언론은 일본의 사법제도개혁심의위원회가 사법시험 폐지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국의 국무회의는 현행 정원제의 골간을 유지하는 사법시험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물론 일본의 사법시험 폐지안이 실제 시행될지, 그리고 사법시험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의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같은 상반된 흐름은 사법개혁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법조인 양성과 법학교육 및 법조인 증원이라는 문제를 놓고 한국은 향후 수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며, 일본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란 법조인 선발방식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해 법조인 수를 대폭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로스쿨(Law school) 제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변화와 개혁을 꾀하고 있는데도 우리 법무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정원제와 자격시험 고수에 숨겨진 함의는 무엇인가?
정원제인가, 자격시험인가
사법시험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선발방식’이다. 사법시험법안은 선발인원을 제한하는 현행 정원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법시험의 성격은 법조인으로서의 자격유무를 검증해 이에 합당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원제는 법조인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도 합격정원에 들지 못하면 탈락하게 되고 자격이 없는 사람도 합격 등수 안에 들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받는 폐해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정원제는 자격 없는 이에게 국민의 법률서비스를 맡기거나, 유자격자를 탈락시켜 사법서비스의 총량을 줄이는 결과를 야기한다. 따라서 국민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좀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당하게 되는 것이다. 정원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의 수를 조정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익의 실현은 직업의 자유, 공무담임권 및 국민의 재판청구권 등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익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원제는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비례성 면에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밖에도 사법시험법안은 응시자격 제한, 시험 주관부서의 이관, ‘사법시험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법시험법은 사법시험의 과열화를 막고, 법학교육과 법조인 선발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35학점 이상의 법학교육 이수자’에 한해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응시자격 제한이 오히려 법학 이외의 전공교육을 형해화시킬 뿐, 법학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내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시험 주관부서를 행자부에서 법무부로 이관하는 것 역시 법무부를 비롯한 법조계가 선발인원이나 방식에 대한 국민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리고 선발예정인원과 시험문제의 출제방향, 정답, 채점 등의 기준을 결정하는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구성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을 법조인으로(11명 중 7인) 정한 것은 법학교육의 담당자인 교수(3인)와 법률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1인)의 편에서 보면 불공정한 것이다. 기실 사법개혁이 국민의 관점에 서서 철저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사법개혁과 관련한 각종 위원회가 법조인 중심으로 이뤄진 것 때문이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그랬고,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그러했다.
일본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 위원 13인 중 법조인 수를 3명으로 제한한 것을 ‘강 건너 불 구경’으로만 볼 것인가? 이번 사법시험법안에서 법무부의 기만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이른바 자격시험 전환에 대한 ‘장기적 검토’ 의견이다. 즉 현재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현상적인 이유의 현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은 법조인의 이해를 거스르면서까지 사법개혁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며, 또한 로스쿨이나 법과대학원 도입 등 법학교육과 관련한 이슈는 교육당국이 알아서 할 일이고, 법조인 선발만은 법조계가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3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계획은 아무런 실효성을 지닐 수 없다. 아무런 혜택도 없는 전문대학원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학생은 없을 것이며, 선발과 교육이 전혀 무관한데 전문대학원을 설립할 대학 역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없는 사법시험법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법조계가 현행 정원제 선발방식을 고수하는 사법시험법 제정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사법시험제도는 법조인의 전유물이며 사법개혁 문제 또한 법조인의 고유영역이라는 법조이기주의 때문이다. 대한변협의 공식 의견서에서도 확인됐듯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입장과 법조인들의 주장은 하등 다를 바 없다.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의 법조인 양성 및 법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이 법안은 결국 그간의 합의와 국민적 바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법조인 선발 및 양성과도 무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법안으로는 법학교육 정상화, 법조인 양성방식의 개선, 법조인 수 증원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기대할 수 없다. 국민에게 정의롭고 저렴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질 높은 법률 전문가의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였다.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법학교육과는 무관한 선발방식으로 법학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있으며, 합격자 수를 제한함으로써 법조인의 과소현상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의 경쟁력 약화와 법조비리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선인 사법시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즉 법학교육의 확충과 개선을 전제로 한 순수한 자격시험으로 사법시험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전문법과대학원, 즉 로스쿨을 도입해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양질의 응시자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원제와 자격시험 사이의 선택은 단순히 선발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 법학교육 정상화, 법조인 증원 등 사법개혁 전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법조인들이 중심이 된 현재의 논의는 그러한 바람과는 거리가 먼 현행 제도를 고착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사법시험을 정원제한 없는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판사와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기간 경험을 쌓은 자 중에서 능력과 사회적 기여도에 따라 별도의 평가를 거쳐 임용되는 법조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는 사법시험법안 및 동 시행령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사법개혁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공룡이 탄생하는 것과 같다. 아직 국회의 심의 절차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전국 법학교수 300명을 대상으로 사법시험의 자격시험으로의 전환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29명의 법학교수들이 회신한 결과, 28명이 자격시험 전환에 찬성하며, 유일한 반대의견도 자격시험이 법조인 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결국 전원이 법조인 증원을 전제로 한 자격시험 전환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법무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원제인가, 자격시험인가
사법시험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선발방식’이다. 사법시험법안은 선발인원을 제한하는 현행 정원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법시험의 성격은 법조인으로서의 자격유무를 검증해 이에 합당한 사람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원제는 법조인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도 합격정원에 들지 못하면 탈락하게 되고 자격이 없는 사람도 합격 등수 안에 들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받는 폐해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정원제는 자격 없는 이에게 국민의 법률서비스를 맡기거나, 유자격자를 탈락시켜 사법서비스의 총량을 줄이는 결과를 야기한다. 따라서 국민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좀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당하게 되는 것이다. 정원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의 수를 조정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익의 실현은 직업의 자유, 공무담임권 및 국민의 재판청구권 등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익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원제는 방법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비례성 면에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미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밖에도 사법시험법안은 응시자격 제한, 시험 주관부서의 이관, ‘사법시험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법시험법은 사법시험의 과열화를 막고, 법학교육과 법조인 선발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35학점 이상의 법학교육 이수자’에 한해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응시자격 제한이 오히려 법학 이외의 전공교육을 형해화시킬 뿐, 법학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내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시험 주관부서를 행자부에서 법무부로 이관하는 것 역시 법무부를 비롯한 법조계가 선발인원이나 방식에 대한 국민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리고 선발예정인원과 시험문제의 출제방향, 정답, 채점 등의 기준을 결정하는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구성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을 법조인으로(11명 중 7인) 정한 것은 법학교육의 담당자인 교수(3인)와 법률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1인)의 편에서 보면 불공정한 것이다. 기실 사법개혁이 국민의 관점에 서서 철저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사법개혁과 관련한 각종 위원회가 법조인 중심으로 이뤄진 것 때문이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그랬고,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그러했다.
일본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 위원 13인 중 법조인 수를 3명으로 제한한 것을 ‘강 건너 불 구경’으로만 볼 것인가? 이번 사법시험법안에서 법무부의 기만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이른바 자격시험 전환에 대한 ‘장기적 검토’ 의견이다. 즉 현재는 자격시험으로 전환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현상적인 이유의 현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은 법조인의 이해를 거스르면서까지 사법개혁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며, 또한 로스쿨이나 법과대학원 도입 등 법학교육과 관련한 이슈는 교육당국이 알아서 할 일이고, 법조인 선발만은 법조계가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2003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계획은 아무런 실효성을 지닐 수 없다. 아무런 혜택도 없는 전문대학원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학생은 없을 것이며, 선발과 교육이 전혀 무관한데 전문대학원을 설립할 대학 역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없는 사법시험법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법조계가 현행 정원제 선발방식을 고수하는 사법시험법 제정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사법시험제도는 법조인의 전유물이며 사법개혁 문제 또한 법조인의 고유영역이라는 법조이기주의 때문이다. 대한변협의 공식 의견서에서도 확인됐듯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입장과 법조인들의 주장은 하등 다를 바 없다.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의 법조인 양성 및 법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이 법안은 결국 그간의 합의와 국민적 바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법조인 선발 및 양성과도 무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법안으로는 법학교육 정상화, 법조인 양성방식의 개선, 법조인 수 증원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기대할 수 없다. 국민에게 정의롭고 저렴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질 높은 법률 전문가의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였다.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법학교육과는 무관한 선발방식으로 법학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있으며, 합격자 수를 제한함으로써 법조인의 과소현상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의 경쟁력 약화와 법조비리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선인 사법시험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즉 법학교육의 확충과 개선을 전제로 한 순수한 자격시험으로 사법시험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전문법과대학원, 즉 로스쿨을 도입해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양질의 응시자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원제와 자격시험 사이의 선택은 단순히 선발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 양성제도 개혁, 법학교육 정상화, 법조인 증원 등 사법개혁 전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법조인들이 중심이 된 현재의 논의는 그러한 바람과는 거리가 먼 현행 제도를 고착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사법시험을 정원제한 없는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판사와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기간 경험을 쌓은 자 중에서 능력과 사회적 기여도에 따라 별도의 평가를 거쳐 임용되는 법조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는 사법시험법안 및 동 시행령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은 사법개혁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공룡이 탄생하는 것과 같다. 아직 국회의 심의 절차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전국 법학교수 300명을 대상으로 사법시험의 자격시험으로의 전환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29명의 법학교수들이 회신한 결과, 28명이 자격시험 전환에 찬성하며, 유일한 반대의견도 자격시험이 법조인 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었다. 결국 전원이 법조인 증원을 전제로 한 자격시험 전환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법무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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