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NGO학과에 부임해 와서 제일 처음한 일이 학생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대학원 과정이므로 학생들의 배경이 다양하리라 예상은 했었지만 실제 현황은 필자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각종 시민단체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활동가가 태반인 가운데 이른바 전업학생도 몇몇 눈에 띠었다. 활동단체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만큼 다양해서 NGO 운동의 전 분야가 고루 대변되어 있었다. 강의실에는 학부를 졸업한 지 오래지 않은 학생과 중년을 훨씬 넘긴 노장이, 말 그대로 노소동락했다. 이들의 학부 전공구성 역시 편차가 이를 데 없이 다양했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우리 학과의 석사과정에서 얻고자하는 기대의 범위와 방향이 결코 같지 않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또한 이론과 실천, 사실과 가치, 규범과 정향 사이의 긴장을 언제나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차원의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에 불과한 이 학문공동체를 에워싸고 독특한 친교성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극단적 이질성과 통합적 우애의 공존이 NGO학(그런 것이 가능하다면!)을 다른 학문과 구별짓게 하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경합의 영역

우리가 여기서 가장 먼저 동의할 수 있는 바는 NGO학이 바로 여러 차원의 긴장이 경합하는 영토라는 사실일 것이다. 일정한 학문경향을 의도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한 이 점은 NGO학에 영구히 내장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긴장은 NGO학의 학제간 성격에서부터 당장 확인된다. 필자는 지난 여름 국내에서 나온 NGO 관련 문헌과 학위논문을 거의 모두 조사해볼 기회가 있었다. NGO 연구영역에 진출해 있는 분과학문들은 실로 대단히 광범위했다. 정치학에서는 정치사회-시민사회 간의 상호작용과 압력집단 정치를 많이 다루었고 사회학에서는 시민사회의 개념과 국가와의 구분방식, 사회운동론, 노동운동론 등이 단골로 등장했다. 행정학은 주로 국가와 시민단체와의 바람직한 관계설정과 지원방안에 골몰했고 국제관계학에서는 근대 국민국가의 주권잠식, 지구적 공치의 모색을 이야기했다. 사회정책학에서는 정책과정 행위자로서의 NGO와 시민적 참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고 사회복지학에서는 제3섹터의 성립과 자발기구, 공동생산과 사회적 자본의 증식 등이 제기되고 있었다. 경영학에서는 비영리조직 경영론과 자원활동 운영 등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의 수준과 질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각 분과 학문에서 취하는 접근은 선진국 NGO학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NGO 영역의 긴장과 NGO학

그러나 NGO학의 학제간 성격 자체가 이 학문에 잠재된 긴장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한 가지 현상을 놓고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이 반드시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NGO학의 긴장은 그 연구대상인 NGO 활동영역 속에 이미 존재하며 그 경향이 학문에 반영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NGO 활동영역에는 애초부터 긴장이 존재할까? 두말 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NGO라는 영역 속에 역사적ㆍ이념적으로 다른 뿌리를 가진 경향들이 불편하게 동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NGO 현상의 이면에는 복지국가를 놓고 좌, 우파가 서로 다른 이유에서 시민사회에 기대를 걸기 시작한 데 그 연원이 있다. 우파는 시장을 보완해서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단으로 NGO를 바라보았다. 반면 좌파는 복지국가의 비효율, 관료제, 탄압, 인간소외에 실망해서 NGO가 민중의 자력화와 강력한 시민사회의 성장에 도움이 되주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 결과 ‘개혁적 급진파’와 ‘신자유주의자’가 제3섹터에서 어색하게 동거하는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좌파와 우파의 NGO 비판에도 이념적 골이 깊다. 우파는 기회균등과 투명성이라는 기준으로 보아 NGO가 결코 민주주의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NGO가 사익을 공익으로 위장하거나, 편협한 특수이익을 공공선으로 포장하는 경향에 대해 비판한다. 이에 반해 좌파는 NGO가 공허한 공공선의 논리로 우리 사회 내의 계급현실을 호도한다고 느낀다. 좌파는 NGO를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적 시장자본의 일부로 간주하고, 탈국가주의적 ‘민주주의의 민영화’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본다.

좌우파의 논쟁과 연관되지만 조금 다른 차원에서 사회운동과 시민운동간의 긴장이 있다. 이 문제는 여러 논자들에 의해 지적되어 온 것이라 이 자리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약 2세기에 걸친 세계 NGO의 역사 속에 존재해온 사회운동의 한 뿌리를 상기한다면 양자를 배타적으로 구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라는 점을 지적해야만 하겠다.

마지막으로 NGO(비정부기구)와 NPO(비영리조직) 사이의 긴장을 들 수 있겠다. NGO라는 말이 대중 속에 채 뿌리도 내리기 전에 NPO란 용어가 대두되면서 어느 쪽으로 용어를 통일하느냐를 놓고 미묘한 균열선이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비영리조직의 개념이 훨씬 포괄적이므로 NPO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학문적으로 NPO 영역의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고 시민섹터의 중요한 특성이 비영리성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NGO건 NPO건 그것은 어떤 조직의 특성만큼이나 지향성을 나타내는 용어임을 잊어서는 안 되며, 더 중요하게는 그런 용어가 자리잡고 있는 문화적ㆍ역사적 조건을 반영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시애틀과 프라하에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했던 단체들 조직상의 특징이 비영리적이라고 해서 그들을 NPO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점을 한 사회복지학 교수는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사회의 제3부문 논의에서는… 서비스 제공 영역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한국의 제3부문의 등장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민주화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오히려 한국의 제3부문의 이해를 위해서는 시민 사회라는 개념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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