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희가 지은희에게
2000/2000년 10월 :
2000/10/01 00:00
이부영 위원장님께
평소에 자주 뵙기는 했지만 어렵기만 해서인지 깊은 대화도 나누지 못한 가운데 답장을 쓰게 됐습니다. 가끔은 외람되게도 행동하고 발언한 일도 있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는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실 줄 믿습니다.
이번에 저희 단체 창립11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11년간의 사진을 몽땅 꺼내놓고 볼 기회가 있었어요. 초창기에는 거의 모든 활동을 전교조와 함께 했고 이후에도 전교조와 함께 한 세월이었던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직교사 복직투쟁, 해직교사 후원회활동, 전교조합법화 투쟁, 어린이날 행사, 교사대회, 집회 등 전교조와 학부모회는 늘 동지애로 함께 해왔습니다. 그것은 전교조 선생님들과 학부모회의 회원들이 지향하는 아이들 세상의 모습이 같았기 때문일 겁니다.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몇 가지 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로 결국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의 갈 길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염려도 있었습니다. 교육 일반과 일반 교사에 대한 불만, 불신이 워낙 컸던 것도 한몫 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전교조가 잘 읽지 못하고 원칙만 내세울 때, 일반 교사의 이해에 너무 경도될 때, 또 우리 학부모회가 정책의 표면에 흐르는 장점만을 쫓을 때 그 간극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학부모회가 전교조에 대해 섭섭함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 그것은 전교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전히 현장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바라기는 조합원의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좀더 철저한 조합원 교육에 힘쓰고, 거대 조합원의 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학부모와 교육시민단체와 늘 공유하는 자세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년 이상을 끌어온 단체교섭 때도 전교조의 단체교섭이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방향에 관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국민 모두와 관련된 것이라면 전교조만의 행사로 진행되지는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7차교육과정 반대투쟁도 그렇습니다. 교육과정의 문제이니까 전교조 내부에서 의견통일해서 선언하고 밀고 나가면 된다는 것인지, 교육시민단체들 간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따라오면 그만이고 안 따라와도 전교조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학부모단체로서는 더욱 난감할 뿐입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조직세가 약한 교육시민단체의 역량을 북돋는 일에서 함께 손잡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전교조에 거는 지나친 기대와 요구인가요? 사안별 연대와 대화는 부분적으로 자주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긴밀한 이해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과 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합법화 이전 10년의 세월보다도 합법화 이후의 시간들이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법화 이전에는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참교육에 대한 열정과 결의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서 교육 주체와 더불어 헤쳐가야 할 막중한 중압감이 더욱 클 것입니다. 요즘 저는 새삼 전교조가 가질 수 있는 위력에 대해 생각합니다. 7만의 조합원, 조합비, 상근자 수, 전문성, 참교육에 대한 신념과 의지 등 전교조가 가진 조건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거의 없는 조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정예화된 조직력을 갖춘 단체는 전교조가 유일하지 않나요. 이런 힘으로 아이들의 밝은 세상을 위해 힘껏 애써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래서 우리 학부모회가 지금까지와 같이 전교조와 늘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참세상, 참교육이 이루어지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윤지희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드림.
지은희 대표님께
갑작스러운 편지에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릴레이 편지’를 받고 편지를 띄울 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선생님이었습니다. 평소 회의나 행사장에서 곧잘 뵙기는 하지만 까마득한 후배로 늘 어렵기만 했습니다. 여성운동계의 대표로서, 사회운동의 지도자로서 어느 자리에서든 당당한 자세와 낭랑한 목소리로 주장을 펼치는 당찬 모습에서 많은 후배 여성 운동가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모든 자리에 30% 여성할당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토론장이든 기자회견장이든 우리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의 장에서든 여성은 한 명이라도 있을까 말까 한 현실에서 선생님의 존재는 한국 여성운동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고 계신 선생님처럼 저 역시 10년, 20년 이후에도 꿋꿋한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선생님을 뵐 때마다 잠깐씩 자문합니다. 특히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운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합니다.
올해로 저희 참교육학부모회가 창립 1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교육부문에서도 교사운동과 함께 학부모운동이 그 싹을 틔웠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자녀분은 모두 성장했겠지요. 우리 학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을 학교에 맡겨둔 죄인과 같은 심정이다 보니 늘 당당하지 못한 존재였습니다. 혼자 바로 서기도 힘든 세상에 자식 앞세워 놓고 당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다 대학 입시가 자식의 장래를 결정짓는 사회에서 본질적인 ‘참교육’을 부르짖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운동과 학부모 교육운동의 성장으로 교육이 어느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임을, 학부모도 교육의 한 주체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다소 형성되고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도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학부모 교육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부모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어떤 사회운동보다도 조건이 열악한 학부모 운동은 오로지 교육을 변화시키고 진정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에 몸바쳐 온 순수하고 열정적인 선배학부모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희 단체 회원의 대부분이 여성인지라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참관단체로 들어가 있으면서도 여연의 활동과 많은 보조를 맞추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다 여연 소속단체 가운데 교육관련 단체가 거의 없다보니 교육문제가 공론화되거나 쟁점으로 부각되는 일이 거의 없어 소속감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 몫이 저희들에게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여연의 회원 다수가 또한 학부모이기 때문에 교육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여연이 개입한다면 훨씬 힘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해마다 저희 단체 창립기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주셨는데 올해도 힘찬 격려 해주시고, 모두 좋은 조건에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특히 학부모 교육운동이 척박한 토양에서 하는 활동임을 기억하셔서 앞으로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선생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2000년 9월 윤지희 올림.
평소에 자주 뵙기는 했지만 어렵기만 해서인지 깊은 대화도 나누지 못한 가운데 답장을 쓰게 됐습니다. 가끔은 외람되게도 행동하고 발언한 일도 있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는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실 줄 믿습니다.
이번에 저희 단체 창립11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11년간의 사진을 몽땅 꺼내놓고 볼 기회가 있었어요. 초창기에는 거의 모든 활동을 전교조와 함께 했고 이후에도 전교조와 함께 한 세월이었던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직교사 복직투쟁, 해직교사 후원회활동, 전교조합법화 투쟁, 어린이날 행사, 교사대회, 집회 등 전교조와 학부모회는 늘 동지애로 함께 해왔습니다. 그것은 전교조 선생님들과 학부모회의 회원들이 지향하는 아이들 세상의 모습이 같았기 때문일 겁니다.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몇 가지 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로 결국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의 갈 길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염려도 있었습니다. 교육 일반과 일반 교사에 대한 불만, 불신이 워낙 컸던 것도 한몫 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전교조가 잘 읽지 못하고 원칙만 내세울 때, 일반 교사의 이해에 너무 경도될 때, 또 우리 학부모회가 정책의 표면에 흐르는 장점만을 쫓을 때 그 간극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학부모회가 전교조에 대해 섭섭함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 그것은 전교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전히 현장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바라기는 조합원의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좀더 철저한 조합원 교육에 힘쓰고, 거대 조합원의 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학부모와 교육시민단체와 늘 공유하는 자세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년 이상을 끌어온 단체교섭 때도 전교조의 단체교섭이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방향에 관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 국민 모두와 관련된 것이라면 전교조만의 행사로 진행되지는 않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7차교육과정 반대투쟁도 그렇습니다. 교육과정의 문제이니까 전교조 내부에서 의견통일해서 선언하고 밀고 나가면 된다는 것인지, 교육시민단체들 간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따라오면 그만이고 안 따라와도 전교조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학부모단체로서는 더욱 난감할 뿐입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조직세가 약한 교육시민단체의 역량을 북돋는 일에서 함께 손잡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전교조에 거는 지나친 기대와 요구인가요? 사안별 연대와 대화는 부분적으로 자주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긴밀한 이해를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과 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합법화 이전 10년의 세월보다도 합법화 이후의 시간들이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법화 이전에는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참교육에 대한 열정과 결의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서 교육 주체와 더불어 헤쳐가야 할 막중한 중압감이 더욱 클 것입니다. 요즘 저는 새삼 전교조가 가질 수 있는 위력에 대해 생각합니다. 7만의 조합원, 조합비, 상근자 수, 전문성, 참교육에 대한 신념과 의지 등 전교조가 가진 조건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거의 없는 조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정예화된 조직력을 갖춘 단체는 전교조가 유일하지 않나요. 이런 힘으로 아이들의 밝은 세상을 위해 힘껏 애써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래서 우리 학부모회가 지금까지와 같이 전교조와 늘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참세상, 참교육이 이루어지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윤지희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드림.
지은희 대표님께
갑작스러운 편지에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릴레이 편지’를 받고 편지를 띄울 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 선생님이었습니다. 평소 회의나 행사장에서 곧잘 뵙기는 하지만 까마득한 후배로 늘 어렵기만 했습니다. 여성운동계의 대표로서, 사회운동의 지도자로서 어느 자리에서든 당당한 자세와 낭랑한 목소리로 주장을 펼치는 당찬 모습에서 많은 후배 여성 운동가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모든 자리에 30% 여성할당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토론장이든 기자회견장이든 우리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의 장에서든 여성은 한 명이라도 있을까 말까 한 현실에서 선생님의 존재는 한국 여성운동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고 계신 선생님처럼 저 역시 10년, 20년 이후에도 꿋꿋한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선생님을 뵐 때마다 잠깐씩 자문합니다. 특히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운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합니다.
올해로 저희 참교육학부모회가 창립 1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교육부문에서도 교사운동과 함께 학부모운동이 그 싹을 틔웠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자녀분은 모두 성장했겠지요. 우리 학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을 학교에 맡겨둔 죄인과 같은 심정이다 보니 늘 당당하지 못한 존재였습니다. 혼자 바로 서기도 힘든 세상에 자식 앞세워 놓고 당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다 대학 입시가 자식의 장래를 결정짓는 사회에서 본질적인 ‘참교육’을 부르짖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운동과 학부모 교육운동의 성장으로 교육이 어느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임을, 학부모도 교육의 한 주체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다소 형성되고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도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학부모 교육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부모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어떤 사회운동보다도 조건이 열악한 학부모 운동은 오로지 교육을 변화시키고 진정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에 몸바쳐 온 순수하고 열정적인 선배학부모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희 단체 회원의 대부분이 여성인지라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참관단체로 들어가 있으면서도 여연의 활동과 많은 보조를 맞추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다 여연 소속단체 가운데 교육관련 단체가 거의 없다보니 교육문제가 공론화되거나 쟁점으로 부각되는 일이 거의 없어 소속감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 몫이 저희들에게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여연의 회원 다수가 또한 학부모이기 때문에 교육문제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여연이 개입한다면 훨씬 힘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해마다 저희 단체 창립기념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주셨는데 올해도 힘찬 격려 해주시고, 모두 좋은 조건에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특히 학부모 교육운동이 척박한 토양에서 하는 활동임을 기억하셔서 앞으로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도 선생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2000년 9월 윤지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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