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사회를 판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다름 아닌 정보사회이다. 정보사회의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사회이론 내에서는 여전히 분분하다. 그것은 정보기술의 고도화가 낳은 유토피아의 장밋빛 사회일까, 아니면 푸코가 말하는 디스토피아의 원형감옥 사회일까.

정보사회의 미래에 대한 진단에는 그 동안 두 가지 입장이 상호 대립해 왔다. 우선 첫 번째 시각은 정보사회를 기존의 자본주의 또는 산업사회와는 구별되는 또 다른 사회라고 보는 견해다. 탈산업사회, 제3의 물결, 정보적 발전양식 등에 관한 담론들이 이에 속하는데, 이들은 연속성보다는 변화를 중시하고 변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의 단절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두 번째 시각은 정보사회와 산업사회의 연속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보기술의 개발과 확산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본의 세력이 우세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적 관계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요컨대, 현재 세계사회의 새로운 사회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개념으로 정보사회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그것이 산업사회를 대체할 정도로 새로운 사회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합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보사회의 도래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역 가운데 하나가 사회운동의 영역이다. 정보기술의 비약적 성장은 시민사회의 구조는 물론 시민운동의 전략에도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사회 도래가 시민운동에 미친 영향

정보사회의 도래가 시민운동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크게 보아 두 가지이다. 먼저 새롭게 등장한 가상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그 하나라면, 이른바 전자시민사회를 주요 활동 공간으로 하는 정보운동의 등장이 다른 하나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은 모두 관찰되고 있다. 우선 다양한 NGO들은 가상 공간을 새로운 사회운동 공간으로 인식,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이러한 전략은 ‘동강 살리기 운동’이나 ‘총선시민연대’ 홈페이지 운영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운동 전략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향후 시민운동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어 전자시민사회의 형성과 이를 주요 활동 공간으로 하는 정보운동 또한 새롭게 등장한 시민운동 영역이다. 전자시민사회(Online Civil Society)란 정보 공간 속에서 형성된 가상 현실의 시민사회, 즉 사이버 공간의 시민사회를 지칭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된 만큼 전자시민사회는 시간과 공간의 구속을 넘어서고 수직적인 지배를 거부한 쌍방향 의사소통의 공간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전자시민사회를 주요 무대로 활용하는 정보운동은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안티사이트나 소비자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몇 년간 크게 증가해 왔다. 이러한 정보운동은 그 동안 시민운동뿐 아니라 노동운동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효력을 발휘해 왔으며, 특히 문화운동의 경우에는 네티즌과 N세대를 중심으로 커다란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오프라인 운동과 온라인 운동

간단히 말해, 전자의 흐름이 온라인 영역을 활용하되 여전히 무게 중심을 오프라인에 두고 있다면, 후자의 흐름은 온라인 영역에서의 다양한 활동에 주력하면서 이른바 정보민주주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가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영향의 정치’를 강화하는 것에 있다면, 사이버 공간을 통한 새로운 여론 형성과 이를 통한 ‘영향의 정치’의 활성화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으로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전자 시민사회가 민주주의의 새로운 보루로서의 의미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지하듯이 사이버 공간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공간인 동시에 그것이 가상의 공간인만큼 사회적 책임이 면제된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온라인을 통한 시민운동은 운동을 일상화하고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운동이 일시적이고 일회적이라는 약점 또한 존재한다. 그뿐 아니라 정보에 내재한 의사소통 논리가 상업적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식민화되는 것이 정보사회의 또 다른 경향이며, 오히려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전자시민사회의 또 하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문제의 핵심은 시장의 논리에 의한 의사소통의 식민화를 비판하고 정보의 고유한 개방성, 소통성, 비판성을 유지·확대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전자시민사회의 등장은 이른바 지구적 시민사회(Global Civil Society)의 형성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주목을 요한다. 오늘날 정보화와 한 쌍을 이루는 세계화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자본과 권력의 세계화이며, 이러한 초국적 자본과 권력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세계화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 그 영향력은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할지라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지구적 시민운동의 연대를 활성화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볼 때 매우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정보사회에 대한 전망은 현재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정보사회의 진보성에 낙관적 기대를 거는 이들은 전자정부, 전자민주주의, 네트워크 조직, 소비자 주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희망적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정보기술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와 평등한 사회관계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 이런 낙관론의 핵심이다.

정보사회의 미래와 시민운동의 역할

이에 반해 비관론은 사회적 개입을 통해 올바르게 유도되지 않는다면 정보화가 전지구적으로 또는 국민국가 내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기술을 통한 대자본의 더욱 자유로운 국제적 이동은 노동과 국민국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사회복지를 감소시킴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비관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강대국 대중매체의 직접적인 침투는 약소국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엄격히 볼 때 정보사회의 미래가 예정된 경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속성이 소통성에 있고 정보사회의 가치관이 개방성과 민주성에 있다고 해서 현실의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이 뜻하는 바는 정보화의 긍정적 측면들을 살려나가기 위해 정보의 독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권력과 의사소통 왜곡에 적극 대처하는 정보 민주주의를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고 정보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 참여연대 협동처장
2000/10/01 00:00 200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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