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실을 가로막는가?
2000/2000년 10월 :
2000/10/01 00:00
공동경비구역 JSA
1954년 11월 8일, 유엔과 북한의 협정에 따라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이 만들어졌다. 군사분계선상에 세워진 회담장을 축으로 하는 지름 800m의 원형지대로, 양측이 당시 남북 4km의 비무장 지대 내에 군사정전위 본부지역을 설정하면서 그 안에 공동경비구역을 두기로 합의하였다. 이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에서 벌어진 남북 병사 총격살인사건의 미스터리와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남북관계를 다룬 기존 영화 <간첩 리철진>, <쉬리>와 이 영화는 자못 다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북한 지도자의 답방 약속 등이 이 영화의 흥행을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JSA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육군 김훈 중위가 권총에 맞아 숨진 데 이어 경비병들이 북한군과 수시로 접촉하며 각종 선물을 건네받은 사실이 드러난 적도 있기 때문에 흥행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사람다움’이 가져오는 진실된 정(情)일 것이다.
분단의 상징적 공간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측초소에서 격렬한 총성이 울리고, 어린 북한 초소병과 중년의 북한 중위가 살해된다. 그리고 남북분계선 한가운데서 이 사건의 용의자이자 총상을 입은 이수혁 병장이 발견된다. 살아남은 이 병장은 ‘진실’ 앞에서 무엇 때문인지 침묵하고 있고, 이 사건 최초의 목격자인 남성식 일병은 두려움에 떨며 자살을 기도한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남한 병사에 의해 기습테러공격을 당했다”, “초소 경계 근무 중에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투한 북한군에 의해 납치, 감금되었던 남한 병사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을 벌였다”고 남과 북은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영화이기 때문에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완벽한 ‘진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단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사는 한민족이라면 가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나 ‘부치지 않은 편지’와 함께 흐르는 한민족의 정과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판문점 총격 살인사건의 책임 수사관으로 아버지가 인민군으로 한국전에 참가했던 소피 E 장(이영애 분)을 통해 이 영화는 진실을 밝혀간다.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 용의자들인 남북한 군인들을 수사해 가며 이념을 떠나 분명히 존재하는 진실을 향한 인간적인 고뇌를 겪는 소피 E 장. 그의 모습을 통해 보여지는 남북한의 현실 때문에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 영화는 재미있다. 남한의 이수혁 병장과 북한의 오경필 중사가 처음 만나게 되는 사건이나 남성식, 정우진과 함께 펼쳐지는 유쾌하고도 행복한 시간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미국인 관광객의 모자를 주워준 오경필, 웃음을 참으며 옆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남성식, 뒤에서 신나게 행군하고 있는 정우진, 사진 찍으려는 사람을 가로막으려다 찍혀버린 이수혁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은 이 영화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담고 있다.
우리 민족의 가슴에 남아 있는 ‘사람다움’, ‘인간다움’의 정(情)처럼, 밀레니엄의 첫 올림픽에서 공동 입장하는 한민족을 바라보며 감동받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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