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1세기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상생의 시대로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기 성장지상주의에 의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 무참히도 파헤치고 개발해오면서 무너진 생명을 일으켜 함께 살아가야 할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상생의 시대를 여는 것은 잘못된 개발정책을 바로잡아 올바른 환경정책의 이정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환경단체가 개발지상주의의 대표적인 실책사업으로 새만금사업을 꼽는 이유는 그 사업규모의 방대함만큼이나 환경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갯벌파괴사업이자 환경파괴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새만금사업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시 고군산군도를 거쳐 비응도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33km의 방조제를 쌓고 갯벌을 매립하여 토지와 용수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86년 서남해안 간척사업 개발계획으로 시작되어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북도민의 표를 의식한 선거공약으로 발표된 이후 91년 거대사업으로 착공되었다. 물론 사업 타당성조사는 갯벌의 가치나 환경영향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이 사업은 그 동안 전북도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는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역구 정치인들과 지방정부 관료들의 공약사업으로 늘 재탕되면서 정치적인 기반 노릇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간척사업으로 공기업을 확대시켜 온 농업기반공사 또한 여기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있어 새만금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감사원의 공기업 경영구조 감사 결과에서 농업기반공사는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경기지사 등 8개 지사와 그 산하에 86개 시군지부를 운영하면서 경리 등 지원부서 인원이 전체 인원의 최고 70%까지 달할 뿐만 아니라 많은 지사와 지부에 지사장, 지부장과 같은 직급인 부지사장, 부지부장을 둠으로써 조직을 과대하게 운영해 온 것이다. 간척사업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간척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케케묵은 조직이기주의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새만금사업을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의 개발욕구와 정치적 배경 때문에 새만금 사업을 중단시키고 갯벌을 보전하려는 환경단체들의 운동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치는 고난의 과정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갯벌보전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힘을 얻어 새만금사업을 중단시키려는 큰 물결은 멈추지 않고 있다.

새만금 갯벌은 사람과 자연의 생태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는 평화의 바다이다. 수 천년 생태계 역사 속에 만들어진 갯벌은 결코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의 힘이며, 생물의 살림살이이다. 칠게, 꽃게, 백합, 동죽, 갯지렁이, 도요물떼새, 망둥어, 짱둥어 등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땅 갯벌은 이들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 자궁이며, 품어 기르는 어머니 품이다. 갯벌을 지키며 그 은혜로 자식을 키우고 시집, 장가 보내 온 우리 어버이들의 삶의 무대이다. 그리고 더러운 오염물을 걸러내고 생명을 길러내는 에너지를 만드는 자연의 콩팥이다.

또한 새만금 갯벌은 미래로 자연유산으로서 미래세대는 현 세대에서 갯벌이 개발로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갯벌은 현 세대의 소유물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관리를 맡긴 공공의 재산이다. 미래세대의 의사와는 달리 현 세대가 일방적으로 처분하여 사유재산화하는 것은 공공신탁법리를 위반하는 것이며, 권한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0여 명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시켜 달라는 환경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93년 필리핀 고등법원은 미래세대들이 천연림 벌목으로부터 숲을 지키기 위해 낸 소송을 정당한 것이라고 보고 벌목중지 판결을 내렸다. 그 당시 이 소송을 이끌었던 변호사 안토니오 오포사 씨는 “현 세대가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자연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한다면 이는 세대적인 종족살인행위”라며 사람의 자기보전과 영속에 대한 권리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3년여의 투쟁끝에 미래세대에게 천연의 숲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였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미래세대의 필요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적 가치가 높은 새만금 갯벌을 매립해 얻고자 하는 개발이익에 과연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인가?

4만ha(여의도 면적의 120배)의 갯벌을 매립하여 2만8,300ha의 농지와 1만1,800ha의 담수호를 만들면 앞으로 국가 식량위기에 대비할 수 있으며 갯벌보다는 농지를 만들어야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과연 농지가 부족해 식량위기가 오는가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토이용정책을 보면 농지는 도시화와 개발을 위해 급격하게 축소돼 왔다. 절대농지는 줄고 준농림지가 늘면서 준농림지는 개발을 위한 전용물이 되고 있다. 해마다 3만ha의 농지를 전용하여 도시용지를 만들고 난개발로 도시환경을 황폐화시키고 있건만 농지의 가치를 강조하며 갯벌을 매립한다니 이런 정책모순이 어디 있는가? 농업기반공사의 소유가 된 동아매립지, 현대 소유의 서산간척지의 경우처럼 갯벌을 매립해 농지를 만든 후 다시 간척농지를 도시용지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결국 땅장사를 위해 매립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농지는 전용을 막아 보전하고 유휴농지를 잘 관리하는 정책개혁을 통해 보전되어야 하며, 식량위기는 WTO의 농업개방압력으로부터 우리 농업과 농민을 지키는 정책을 통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진행한 사업이니 개발을 멈출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와는 달리, 세계는 개발로 사라진 자연을 복원하는 데 많은 지혜와 인력, 예산, 기술을 투자하고 있다. 덴마크는 ‘개발로 사라진 갯벌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라는 기치를 들고 87년부터 매립된 갯벌의 10%를 갯벌로 복원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갯벌 전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전, 관리하고 있다. 간척의 나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90년부터 ‘자연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제 간척사업은 더 이상 경제성이 없을 뿐더러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오히려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덜란드는 간척지를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돌리는 이른바 역간척을 시작하면서 생물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사라진 생물종이 돌아오게 하고, 시민들은 잃었던 자연을 찾아 생태관광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최근 진행중이던 200여 개의 공공사업을 중단하는 방침을 세웠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중해 혼조지구 사업과 같은 간척사업이다.

이만하면 새만금사업의 운명은 결정이 난 것 같다. 보전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전북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정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하겠다면 갯벌 생명체들의 요구, 미래세대의 요구, 올바른 지역발전의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사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사례로 새만금 갯벌은 훌륭한 스승이 될 것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2000/10/01 00:00 2000/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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