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행사 일꾼 박경호
“저는 통일 마니아, 평화 마니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남들보다 좀더 많이 통일은 어떤 것일까, 평화의 모습은 무엇인가 등의 고민을 한다. 그것을 ‘마니아’라고 표현했다. 그도 정확히 이유는 모르지만 그의 내면적인 본성 중 어떤 것이 끊임없이 통일과 평화에 대해 관심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거창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통일에 관련된 행사가 열리면 그는 자원활동가로 뛴다. 그 동안 통일관련 행사라면 어디서건, 통일맞이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 대인지뢰대책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어떤 단체건 그는 자원활동에 나섰다.

그는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박경호(26세) 씨이다.

평화 마니아라는 그가, 현재 관심있는 분야는 인권 개념에 접근한 통일운동과 군축문제 등이다.

“그 동안 한국은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폭력이 동원되는 사회였다고 생각해요. 폭력을 대치할 만한 관용이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나 문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일 것입니다.”

현재 그는 민족회의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에서 준비한 ‘갈등해소를 위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독일의 갈등해소 전문가를 초청해 통일 후의 독일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양상과 해소방법에 대해 듣고, 반대로 한국 사회에 대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정보들을 접하다보면 때로는 인간적인 한계를 느낀다. 상상력이 미흡하다는 자책을 누구나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환경에 길들기 마련이다 보니, 다른 상황에 대한 상상력이 차츰 도태되는 것이다. 그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통일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한국 사회. 우리가 통일을 상상할 수 있는가? 통일은 어떤 것일까? 그래서 그는 최근에는 몽상을 자주 한다고 한다. 통일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이다.

그는 96년 연세대에서 있었던 범민족대회에 참여했다가 구속되어 3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때 감옥에서 신체적인 자유가 억압되어 있어 힘들기도 했지만, 단 하루의 고통과는 비길 수 없었다. 매일 면회 오던 어머니가 어느 날 말도 없이 면회를 안 온 것이다. 그 하루 동안 걱정되고 답답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8월 이맘때쯤이었을 거예요. 창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도 예뻤어요.”

그때 그가 느낀 것은 보편성에 대한 것이다. 소위 운동권 사람들은 “특정한 주제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보편적인 것의 아름다움이나 소중함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는 반성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제시하는 이념이나 의견들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 사회 내에 공존하는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학부 시절에는 자신을 ‘운동가’로 자리매김해 막중한 책임의식을 부여했다면, 지금은 그저 평화에 관심있는 마니아 정도라고 소개할 정도로 변했다. 그러나 그 가벼움은 자신의 무게를 다소 덜고, 자신 속에 타인을 허용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가벼움이 아닐까?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2000/09/01 00:00 200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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