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당신의 땅에 미군 폐장갑차 8대가 들어온다면 …
2000/2000년 09월 :
2000/09/01 00:00
불평등한 SOFA, 미군 공여지
미군 공여지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에게 기지, 시설, 군사훈련 등에 필요한 부지를 정부가 양도하여 ‘미군이 사용권을 가지는 땅’을 말한다. 미군 공여지에는 미군기지와 시설을 포함해서 미군의 군사훈련을 위해 확보한 땅 등이 함께 포함된다. 현재 미군 공여지는 모두 93개 지역 7,445만평에 달하며 자산가치는 공시지가로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미군 공여지는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전용공여지. 이는 미군이 배타적 사용권을 가지는 땅(예 : 미군기지, 훈련장, 기타시설 등)을 일컫고, 둘째 지역 공여지는 원래의 토지사용 용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미군이 사용권을 행사하는 땅으로 일종의 그린벨트개념이다. 세번째, 임시공여지는 군사훈련을 위해 임시로 미군에게 사용권을 주는 땅을 말한다.
이와 같은 미군 공여지는 실제 한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따라서 최근엔 동두천 등지에서 미군과 주민, 관계당국간의 행정소송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미군 공여지의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자.
미군 공여지 위치도 발표 안해
우선 미군의 공여지 위치가 정확히 발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자신의 땅이 미군의 공여지인지 아닌지 모르고 공사를 시작했다가 번번히 나중에 그곳이 미군 공여지라는 사실을 알고 낭패에 빠진다.
지난 95년 2월 피혁제조회사인 국제케미칼이 건축허가를 받아 공장 신축공사를 진행하던 중 완공 1개월을 앞두고 ‘미군공여지’라는 통보와 함께 건물철거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군 유류 저유소에 의한 토양오염으로 인해 10년간 논농사를 망쳤다며 포항주민이 하소연했지만 미군측은 묵묵부답이다. 지난 3월 24일 미8군이 군사목적으로 공여받은 국방부 터인 이태원 크라운호텔 주변 3,300여 평은 아리랑 택시에 대여해 장병복지기금 명목으로 약 4억 원의 자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런 미군 공여지의 문제는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의 사유권 침해에도 한몫 한다. 동두천 쇠목마을에서 미군이 아무런 통보없이 이갑순 씨 토지의 소유에 폐장갑차 8대를 배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토지소유자의 동의없이 진행된 이 사건에 대해 미군은 이와 같은 지역 공여지는 언제든지 군사상 미군이 필요하다고 하면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를 대며 현행 SOFA 규정을 십분 활용하였다. 결국 토지소유자와 사용권한이 있는 미군과의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파주군 적성면 장좌리 마을도 마찬가지이다. 주민들은 국가에게 징발당한 토지를 군사적 목적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 원소유주에게 환매하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미군 공여지’라는 이유로 미군의 반환결정이 날 때까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군사적 목적이 다한 공여지라도 미군이 허락하지 않으면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의 사유지 토지 징발은 공익을 위해서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무리한 SOFA협정으로 당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평등한 SOFA에 따라 주둔하고 있는 미군. 그 기지가 들어선 도시의 공통적인 특징중의 하나는 도시구조가 상당히 기형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용산, 대구, 의정부, 춘천, 평택, 인천은 도심 한복판에 대형 미군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용산의 경우 서울시 신청사 건설계획도 원점으로 돌아갔고 동작대교는 아직도 미완의 다리 그대로이다. 의정부의 경우 만성적인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95년에 우회도로 건설에 착공했지만 신설도로와 의정부를 잇는 700m구간이 미군부대를 통과하지 못해 아직도 완공을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미군기지는 군사상 사용목적도 상실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지난 1965년에 결정된 25.7㎞의 대구시내 3차 순환선은 미군부대 헬기장 활주로 때문에 아직까지 완전하게 완공되지 못해 심각한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 14만 253평을 차지하고 있는 부평 미군기지에는 현재 미군 9명과 한국인 경비 등 5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기지 내에 빵공장 인쇄공장 등이 가동되는 것은 물론 폐트럭 등 폐기물해체작업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생활 불편과 도시발전의 저해
사실상 이러한 미군 공여지의 문제는 SOFA에서 비롯된다. SOFA에는 미군 공여의 사용기간, 반환에 대한 조건 등이 전무하다. 좀더 세밀히 조약을 검토해보자.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하면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한국은 이러한 조약을 기반으로 미군의 공여지를 영구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영구 무상 지원과 더불어 시설의 관리, 경호 등 모든 부분을 미국측에 넘겨줌으로써 사실상 주권적 위치를 상실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구체적인 단서는 SOFA 2, 5, 12조, 20조, 24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초에 기지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미국의 군사적 판단이 우선이고, 미군기지를 관리, 경호하는 것은 미군측에게만 일임되어 있으며, 기지의 반환에 대해서도 ‘합동위원회에서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라고 명시하고 있어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불필요한 기지의 반환도 어렵게 된다. 전적으로 미국의 판단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미군 공여지의 ‘소유’ 개념을 ‘사용’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 협정은 공여지를 미군의 ‘소유’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공여지 제공에서 관리, 반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미군측에 일임되어 있고 공여지에 대한 감독권조차 한국정부에 없는 상황에서 공여지의 환경파괴 배상과 원상회복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 이는 ‘한국속의 미국의 섬’이기에 충분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공여지 반환을 서두르고 있다. 주한미군은 먼저 불필요한 공여지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환해야 하며 현재의 공여지도 전면조정 되어야 한다.
공여지에 대한 임대기한 설정과 임대료 지불 문제는 SOFA개정의 가늠자이다. 이번 8월 협상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 공여는 쉬워도 반환은 어려운 것이 현행 협정이다. 영문도 모르는 사이 공여지가 되고 어느날 갑자기 탱크가 들어와 훈련을 한다. 이러한 비상식적 행위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SOFA가 있음은 분명하다. 정부와 미국은 공여지에 대한 무제한적인 사용에 대해 국민의 재산권과 국가의 주권을 지킨다는 분명한 원칙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미군 공여지, 외국은 이렇게 처리한다
독일의 경우 공여지 반환에 있어서 전적으로 독일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더욱이 현 공여지는 1967년 이전에 사용하던 모든 기지에 대해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고 있어 미군의 사용권을 소급 인정해 버렸다. 한국전쟁 이후 1967년 협정 체결까지 13년 동안 징발했던 미군기지와 시설에 대한 사용권이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그대로 소급 인정된 것이다.
필리핀은 1947년에 99년을 기한으로 하는 기지 임대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19년이 지난 1966년 필리핀과 미국은 미군기지의 임대기한을 25년으로 갱신하였고, 그 25년이 만료된 1991년에 필리핀은 전체의 미군기지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일본은 그간의 미군기지 임대기한이 10년이던 것을 오키나와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1992년에 미군기지의 임대기한을 5년으로 단축해 놓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