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들
무공해 유토피아 <뷰티플 그린>. 이 혹성엔 문명에 지쳐 자연회귀한 사람들이 산다. 지천에 널린 과일을 따먹고 호수와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아직도 자동차를 타고 화폐를 사용하며 머리 대신 컴퓨터를 쓰는 지구인들을 한심스럽게 바라본다. 콜린느 세로 감독은 <뷰티플 그린>에서 환경오염과 공해에 찌들어 야박하고 쫀쫀하게 살아가는 지구인들에게 ‘평화와 사랑’의 메신저 밀라를 파견한다. 강력한 텔레파시로 지구인들의 오염된 정신을 맑고 투명하게 회복시켜 주는 밀라. 그녀는 각박한 사회, 대화 없는 가정에 잊혀진 웃음을 되찾아준다.

머지않아 밀라가 정말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피폐해져만 가는 지구의 현대문명을 코미디로 비판한 영화 <뷰티플 그린>은 다가올 미래를 이렇게 점치고 있다.

생명경시풍조, 누구를 밟고 올라서야 생존할 수 있는 경쟁사회, 극도의 이기심과 강자 중심의 패권주의…. 이미 지구는 병들고 있다는 판단아래 좀더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는 우리시대 소수자들이 있다. 갈비집 앞을 지날 때면 코를 막고 다녀야 하고, 나무와 부딪히면 “아이구, 나무야,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사람들. 모든 살아 있는 것엔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만큼 존중받아야 하며, 인간의 욕심으로 그것들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 바로 ‘푸른생명 한국채식연합’(이하 채식연합) 회원들이다. 그들은 모두 채식주의자들.

세미베지탈리안(Semi-Vegetarian 닭고기류까지는 먹어도 됨)부터 페스코(PESCO 생선까지만 먹음), 락토(Lacto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은 먹지 않음), 락토오보(Lacto ovo 유제품과 달걀 모두 먹지 않음), 완전채식주의자(Vegans 꿀, 우유 등 동물성 음식은 전혀 먹지 않음)까지 다양한 채식주의자들이 있다. 이처럼 현재 한국에서 채식동호회에 가입해 활동중인 채식인구는 대략 800여 명. 이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나누고, 오프라인에서는 채식전문식당에서 만나 채식주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공유한다.

밀고기와 콩단백 살로우만

지난 8월 9일 저녁 7시, 말복을 하루 앞둔 터라 대부분의 삼계탕집들이 특수를 누리는 동안 포이동의 한 채식뷔페를 찾았다. 한 명상단체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주로 채식주의자들의 쉼터로 이용되는데, 일반인들이 가끔 호기심에 들러 음식 맛을 보기도 한다고.

겨자잎과 신선초, 콩단백 탕수육, 밀고기로 만든 햄버거, 콩고기 살로우만. 접시를 가득 채운 음식은 모조리 식물성이다. 이처럼 여느 뷔페음식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식물’ 맛을 즐기고 있는 채식연합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나라 최초로 채식인들의 모임을 제기한 이광조 씨. 가톨릭 신자이던 그는 천리안 정보과학동우회에서 활동하다 8개월 간의 수행 후 체질변화를 겪었단다. 특히 고기를 먹는 등의 살육을 하면서 좀더 ‘평화로운 삶’을 갈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동이라고 생각됐다고한다. 그후로 그는 채식문화를 전파하자고 다짐했고, 하이텔에 자신의 고민을 글로 올리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료와 관심을 갖고 함께 모임을 하자고 동의해왔던 것이다.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어요. 그러나 저는 동물도 엄연한 생명을 가졌기 때문에 인간들이 무차별로 살육해서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다행히도 관심있는 회원들이 많았고, 그들은 환경문제, 기아문제, 세계식량부족 차원에서 채식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소식지를 발간하고, 플래카드를 만들어 캠페인도 벌이고 채식관련 책자를 종로일대에서 무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건강, 생명보호, 환경 차원에서 육식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채식의 장점을 설파했다. 이렇게 모인 회원들은 대략 다섯 가지 이유에서 채식을 한다. 첫째, 생명존중사상, 둘째 환경과 자연생태계보호를 위해, 셋째 건강과 의학적 측면에서, 넷째 종교상의 이유, 다섯째 기아와 식량문제를 전지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옥수수 중 식용은 20%, 사람이 먹을 가축에게 먹이기 위해 소비되는 옥수수는 80%이다. 모든 인류가 육류중심의 식사를 할 경우 현재 알려진 원유 매장량이 전부 소진되는 데 걸릴 시간은 13년, 인류가 더 이상 육류를 먹지 않는다면? 260년 간 원유는 보장된단다. 육류중심의 식단을 위한 농지조성을 위해 사라진 미국 삼림의 면적은 2억 6,000만 에이커(약 1조 2,000억 제곱미터), 매일 육류를 먹는 여성이 1주일에 1회 먹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는 3.8배, 고기·치즈·달걀·우유를 매일 먹는 남자가 거의 먹지 않는 남자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도 3.6배. 미국 존 로빈(John Robbins)이 쓴
2000/09/01 00:00 200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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