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은 땅따먹기 전쟁 중
2000/2000년 09월 :
2000/09/01 00:00
지난 7월 13일부터 5일 간의 일정으로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ICANN(Internet Corporation fot Assigned Numbers and Names) 총회'가 열렸다. ICANN은 국제적으로 인터넷 관련 제반 문제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인데, 이번 총회에서는 40여 개국 500여 명의 인터넷 관련자들이 참가하였다. 총회에 참가한 한 활동가로부터 현재 인터넷을 둘러싼 세계적인 이슈와 쟁점의 핵심에 대해서 들어보자. (편집자 주)
ICANN 총회는 도메인 네임을 비롯하여 사이버 스페이스를 둘러싼 ‘땅따먹기’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고 중요한지를 확인시켜준 행사였다. 이 중 이번 총회에서의 핵심적인 이슈를 두 가지로 주목하면, 새로운 gTLD의 생성과 관련된 의제들과 ICANN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At Large Membership and Election’(일반회원 제도와 선거)의 정착이었다. 즉 앞의 이슈는 닷컴을 선점한 기업들의 독점과 관련하여 ‘.shop’,‘.web’등과 같은 더욱 다양한 도메인네임을 생성하자는 논의였고, 뒤의 이슈는 인터넷 거버넌스(Governance)와 관련하여 ICANN에 대한 일반 이용자들의 정치적 참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민주적인 운영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미국 중심 신자유주의, 인터넷 내에서도
여기서 새로운 도메인 네임 생성의 경우는 이번 총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미국과 서구 중심의 초국적 기업들은 이미 선점한 도메인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도메인 네임 생성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반면에 기업의 경제적 독점에 반대하는 선진국의 NGO들은 새로운 도메인 네임의 광범위한 생성을 통해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평등한 기회제공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과 같은 비선진국가의 기업들은 아직도 도메인 네임과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여로 구체적인 주장과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비선진국에 속한 NGO들 역시 ‘자본에 대한 반대’(도메인의 무한 확장을 통한 독점 해체)와 ‘자국의 경제 및 정보화 수준’(당장 새로운 도메인 네임을 생성할 경우 이 역시 선진국 기업들에 의해 선점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라는 중첩된 현실 속에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관계 속에서 결정된 사항은 닷컴의 사례에서와 같이 향후 인터넷과 사이버 스페이스를 둘러싼 세계 경제와 시민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이해주체들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총회기간 내내 총성 없는 전쟁을 치열하게 치른 셈이다.
문제는 현재의 인터넷 거버넌스에서 ICANN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고, 아직까지 ICANN 내외부적으로 미국과 서구 중심의 권력체계, 민족주의 및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현재 ICANN의 정책 결정단위 및 운영방식만 보더라도 대부분이 영어권 중심의 서구 선진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경제적 이득과 권력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ICANN을 둘러싼 권력의 불균형은 앞으로의 인터넷 거버넌스에서도 문제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의 초국적 기업 및 일반 사용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국제 인터넷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과거 산업사회의 서구중심주의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도 제3세계 국가 및 시민사회의 배제와 소외가 또다시 답습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가들의 ‘힘의 논리’는 인터넷의 민주주의적 가능성을 고사하고, 신자유주의적 구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즉 정보화 자체가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현실 사회의 발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미국식 정보주의의 배후에는 현실의 지배력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도 현재의 구조화된 세계체제와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지배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
“제3세계를 배제하고 소외시켜라”
더욱이 정보화라는 것이 어느 한순간 부여되거나 단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의 연속선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인터넷과 그 하부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 사회의 갈등은 가히 정보화 경쟁인 동시에 인터넷 거버넌스의 주도권과 관련된 힘겨루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출발선이 다른 이 게임에서 비선진국가와 그 시민들이 또다시 피해자가 될 확률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은 이번 총회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ICANN의 정책결정권을 가진 이사위원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서구중심주의적 가치관으로 무장해 민주적 운영방식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현실의 논리에 입각하여 인터넷의 기술적 가능성이나 대안성보다는 상업주의적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단적으로 모든 회의가 철저하게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준비되고 진행되었으며, 비영어권 및 비선진국의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욱이 형식적 민주주의를 근거로 한 수평적 참여만이 강조되었을 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터넷 거버넌스의 진보적 운영에는 너무나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몇몇 비영어권 및 비선진국 국가들의 개입 방식 역시 아직까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라는 현실 사회의 한계를 그대로 네트에 투영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단적으로 ‘At Large Membership’만 보더라도 지난 2월 모집을 시작한 이후 요코하마 총회가 있기 전까지 미국 중심의 북미가 60%, 유럽이 20% 등 전체의 80%를 서구 선진국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 밖의 모든 나라들은 단지 전체의 20%만을 구성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요코하마 총회를 전후로 일본, 중국 등이 국가가 주도하는 멤버십 드라이브를 진행하면서 현재 ICANN의 ‘At Large Membership’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조만간 진행될 선거에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인원동원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ICANN에 존재하는 서구중심주의는 일정 정도 견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터넷 거버넌스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실험단계에 있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국가중심의 인원동원과 민족주의적인 이데올로기가 개입할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온, 국가와 민족에 기반한 지역적·문화적 갈등만을 재생산하거나 오히려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국가 단위의 사고에 기반한 일반 시민 및 사용자에 대한 소외와 배제의 논리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ICANN과 인터넷 거버넌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출발선상에 있는 ICANN과 인터넷 거버넌스는 기술에 기반한 무한한 가능성과 현실의 모순 관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ICANN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니라 ‘열려진 가능성에 얼마나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의 힘의 원리에 의해 소외되는 개발도상국 혹은 비선진국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도록 인터넷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인터넷 거버넌스의 진보성과 네트의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ICANN 총회는 도메인 네임을 비롯하여 사이버 스페이스를 둘러싼 ‘땅따먹기’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고 중요한지를 확인시켜준 행사였다. 이 중 이번 총회에서의 핵심적인 이슈를 두 가지로 주목하면, 새로운 gTLD의 생성과 관련된 의제들과 ICANN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At Large Membership and Election’(일반회원 제도와 선거)의 정착이었다. 즉 앞의 이슈는 닷컴을 선점한 기업들의 독점과 관련하여 ‘.shop’,‘.web’등과 같은 더욱 다양한 도메인네임을 생성하자는 논의였고, 뒤의 이슈는 인터넷 거버넌스(Governance)와 관련하여 ICANN에 대한 일반 이용자들의 정치적 참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민주적인 운영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미국 중심 신자유주의, 인터넷 내에서도
여기서 새로운 도메인 네임 생성의 경우는 이번 총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미국과 서구 중심의 초국적 기업들은 이미 선점한 도메인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도메인 네임 생성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반면에 기업의 경제적 독점에 반대하는 선진국의 NGO들은 새로운 도메인 네임의 광범위한 생성을 통해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평등한 기회제공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과 같은 비선진국가의 기업들은 아직도 도메인 네임과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문제의식의 결여로 구체적인 주장과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비선진국에 속한 NGO들 역시 ‘자본에 대한 반대’(도메인의 무한 확장을 통한 독점 해체)와 ‘자국의 경제 및 정보화 수준’(당장 새로운 도메인 네임을 생성할 경우 이 역시 선진국 기업들에 의해 선점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라는 중첩된 현실 속에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관계 속에서 결정된 사항은 닷컴의 사례에서와 같이 향후 인터넷과 사이버 스페이스를 둘러싼 세계 경제와 시민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이해주체들은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총회기간 내내 총성 없는 전쟁을 치열하게 치른 셈이다.
문제는 현재의 인터넷 거버넌스에서 ICANN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고, 아직까지 ICANN 내외부적으로 미국과 서구 중심의 권력체계, 민족주의 및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현재 ICANN의 정책 결정단위 및 운영방식만 보더라도 대부분이 영어권 중심의 서구 선진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경제적 이득과 권력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ICANN을 둘러싼 권력의 불균형은 앞으로의 인터넷 거버넌스에서도 문제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의 초국적 기업 및 일반 사용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국제 인터넷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과거 산업사회의 서구중심주의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도 제3세계 국가 및 시민사회의 배제와 소외가 또다시 답습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가들의 ‘힘의 논리’는 인터넷의 민주주의적 가능성을 고사하고, 신자유주의적 구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즉 정보화 자체가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현실 사회의 발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미국식 정보주의의 배후에는 현실의 지배력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도 현재의 구조화된 세계체제와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지배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다.
“제3세계를 배제하고 소외시켜라”
더욱이 정보화라는 것이 어느 한순간 부여되거나 단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의 연속선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재구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인터넷과 그 하부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제 사회의 갈등은 가히 정보화 경쟁인 동시에 인터넷 거버넌스의 주도권과 관련된 힘겨루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출발선이 다른 이 게임에서 비선진국가와 그 시민들이 또다시 피해자가 될 확률은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은 이번 총회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ICANN의 정책결정권을 가진 이사위원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서구중심주의적 가치관으로 무장해 민주적 운영방식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현실의 논리에 입각하여 인터넷의 기술적 가능성이나 대안성보다는 상업주의적 활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단적으로 모든 회의가 철저하게 영어권 국가를 중심으로 준비되고 진행되었으며, 비영어권 및 비선진국의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욱이 형식적 민주주의를 근거로 한 수평적 참여만이 강조되었을 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터넷 거버넌스의 진보적 운영에는 너무나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이를 견제하기 위한 몇몇 비영어권 및 비선진국 국가들의 개입 방식 역시 아직까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라는 현실 사회의 한계를 그대로 네트에 투영시키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단적으로 ‘At Large Membership’만 보더라도 지난 2월 모집을 시작한 이후 요코하마 총회가 있기 전까지 미국 중심의 북미가 60%, 유럽이 20% 등 전체의 80%를 서구 선진국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 밖의 모든 나라들은 단지 전체의 20%만을 구성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요코하마 총회를 전후로 일본, 중국 등이 국가가 주도하는 멤버십 드라이브를 진행하면서 현재 ICANN의 ‘At Large Membership’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조만간 진행될 선거에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인원동원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ICANN에 존재하는 서구중심주의는 일정 정도 견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인터넷 거버넌스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실험단계에 있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국가중심의 인원동원과 민족주의적인 이데올로기가 개입할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온, 국가와 민족에 기반한 지역적·문화적 갈등만을 재생산하거나 오히려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국가 단위의 사고에 기반한 일반 시민 및 사용자에 대한 소외와 배제의 논리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ICANN과 인터넷 거버넌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출발선상에 있는 ICANN과 인터넷 거버넌스는 기술에 기반한 무한한 가능성과 현실의 모순 관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ICANN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니라 ‘열려진 가능성에 얼마나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의 힘의 원리에 의해 소외되는 개발도상국 혹은 비선진국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도록 인터넷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인터넷 거버넌스의 진보성과 네트의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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