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민옴부즈맨 동경대회 참관기
필자는 지난 4월 참여연대 측이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맺은 연대의 끈으로 8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전국시민옴부즈맨 동경대회'에 초청을 받게 되었다.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는 『참여사회』5월호에 소개된 적이 있는 단체로서 이 참관기는 대회에 참여한 이후에 작성된 것이다. 이 글을 RMx으로 일본시민운동탐방은막을 내린다. (편집자 주)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는 일본에서 정보공개를 통한 예산감시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시민옴부즈맨 단체들의 네트워크 조직이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을 벌이던 시민옴부즈맨 단체들은 1994년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결의하고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를 창립한다.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는 창립 이후 매년 1번 전국대회를 열고 있다. 이번 동경대회는 제7회 대회로서 전국 72개의 시민옴부즈맨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계획하는 자리이다.

한국에서 정보공개운동에 참여하면서 일본에서의 선례들을 많이 참조해왔기 때문에 일본 시민옴부즈맨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번 대회의 참석은 개인적으로도 가슴설레는 것이었다. 일본의 시민운동, 특히 정보공개운동의 본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시민옴부즈맨들이 일본사회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지는 대회 하루 전인 8월 18일 동경으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 펼친 『아사히 신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18일자 1면에 ‘전국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가 발표한 예산낭비 사례인 ‘시오즈케’의 실태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시민옴부즈맨들이 발굴한 예산낭비 사례인 ‘시오즈케’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토지개발공사들이 명확한 사업계획도 없이 토지를 취득하여 오랫동안 방치해 두는 것을 말한다. ‘시오즈케’로 인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금이 토지에 묶이는 바람에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가 조사한 것에 의하면 전국 86개의 지방공사가 작년에 금융기관에 지불한 이자비용만 724억 엔에 달한다고 언급하고, 자세한 내용은 19, 20일에 열릴 ‘전국 시민옴부즈맨 동경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19일 1시부터 시작되는 대회참석을 위해 대회장인 동경교육회관으로 들어서면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자원활동가들이 접수부터 안내까지의 업무들을 맡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놀란 점은 대회의 규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참석자들의 숫자가 300명을 훨씬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사 안내원은 “작년 대회에는 500명도 넘게 참가했었다”면서 올해는 그에 비해 참석이 저조한 편이라고 전했다.

2001년 4월을 기다리는 사람들

1시 정각에 개회선언과 함께 시작된 동경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2001년 4월부터 실시될 예정인 국가차원에서의 정보공개법을 시민운동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일본에서는 80년대 초반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정보공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으로만 한정된 것이었다. 그래서 2001년 4월부터 실시될 예정인 국가차원에서의 정보공개법에 거는 시민운동의 기대는 매우 커 보였다.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는 국가차원에서의 정보공개법 시행에 대비하여 ‘정보공개 시민센터’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보공개 시민센터’는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각 지역에서 전개될 국가를 상대로 한 정보공개운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날 대회에서는 ‘정보공개시민센터’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이 설립추진상황을 보고했는데, 약 700만 엔의 설립자금을 모금했고, 저널리스트·작가 등으로 구성된 55명의 응원단이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센터 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구로다 씨는 금융기관을 다니다가 은퇴한 이후에 카나가와 시민옴부즈맨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보공개 시민센터’에 대한 보고 이후에는 각 지역별 활동보고가 이어졌다. 각 지역 시민옴부즈맨을 대표해서 나온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서의 활동성과를 열심히 설명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동경시민옴부즈맨의 활동보고였다. 동경시민옴부즈맨은 지방의원들의 낭비성 국내시찰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지방의원들이 관광성 시찰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보고했다.

보고가 끝난 이후에는 ‘정보공개’, ‘공공입찰 담합’, ‘시오즈케’, ‘제3섹터’의 4개 분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직접 참관한 ‘정보공개’ 분과회의의 경우에는 각 지역에서 진행중인 정보공개소송의 현황을 소개하고, 시민단체에 패소판결을 내린 법관의 이름을 거론해 가면서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였다.

본대회와 ‘정보공개 분과회’에서는 참여연대의 활동과 한국에서의 정보공개운동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참석자들은 한국 시민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고 지난 총선 때의 ‘낙선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튿날(20일) 오전에 계속된 대회에서는, 국가차원에서의 정보공개법이 시행되면 어떤 정보를 정보공개청구했으면 좋을 지에 대해서 자유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회선언을 채택한 이후에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대회는 끝났다. 대회선언의 마지막은 “본 대회에서 우리는 한국의 시민운동단체와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들은 앞으로 국제연대를 중심으로 시민ㆍ납세자의 권리가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는 연대사로 끝맺어졌다.

자원활동과 풀뿌리 조직의 힘

이번 대회를 참관하면서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시민옴부즈맨 단체들의 활동은 전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의 자원활동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을 통틀어 우리 식의 상근자는 단 1명뿐이라고 했다.

또한 대회 진행과정이나 토론과정을 볼 때, ‘전국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는 지역에 뿌리박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만든 수평적 네트워크라는 것이 느껴졌다. 참가한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모두 나름의 지역기반과 활동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역에서도 많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역단체들도 정보공개ㆍ예산감시 운동을 벌이기에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네트워크 내에서 모든 것이 자유로운 토론에 의해 결정되고, 참여하는 단체들간에 계열화나 서열화란 처음부터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내에서 머릿속으로 끄적거린 메모는 이런 것이었다. “각 나라의 시민운동은 고유한 역사와 배경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다. 어느 나라 시민운동의 조직이나 방법론이 다른 나라에 곧바로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향하는 사회,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내용이 동일한 것이기에 시민운동간의 연대는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
하승수 변호사 ·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2000/09/01 00:00 200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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