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
한국사회에서 ‘중심’과 ‘높이’, ‘크기’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는 상상 이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모든 분야가 가장 높고, 가장 크고, 가장 중심인 곳으로 향한다. 따라서 그 동안 작고, 낮고, 변두리인 ‘지역’은 무관심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대통령, 국무총리, 정당 대표의 이름과 활동은 알고 있어도 시장, 군수, 군의원, 지구당위원장의 이름과 활동은 잘 알지 못한다. 각 중앙일간지의 1면을 장식하는 전국적 쟁점에 대해선 알아도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지역적 현안은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별로 없다.

따라서 중앙의 각종 비민주적 요소들이 개혁되고 퇴행적 수구세력이 서서히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을 때에도 지역의 비민주적 요소들은 사라지지 않고 토호세력은 여전히 굳건하게 기득권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회장 이재만)는 주변부로 인식되던 지역의 관념을 거부하고 민주주의와 자치의 지역 공동체 건설을 위해 활동해 왔다. 대부분의 지역 시민단체들이 그러하듯 당진의 시민단체도 과거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을 자양분으로 지방자치와 지역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94년 11월 17일 농민회, 전교조, 성직자모임, 당진사랑시민모임 등 지역의 각계 민주단체들이 참여해 만든 시민단체가 현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의 전신인 당진민주시민회이다. 당진민주시민회는 창립 이후 군유지 불하 특혜의혹 진상규명과 김종필 신당창당 반대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운동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난 96년에는 유공의 석문공단 입주 반대투쟁을 이끌면서 지역주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99년 좀더 대중적이고 전문적인 시민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당진민주시민회는 명칭을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로 바꾸고 과거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던 회칙과 기구를 대폭 손질하는 등 일대 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사무실 마련과 함께 상근간사를 두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진 참여연대가 창립된 후 첫 번째로 벌인 사업은 ‘소난지도 간이상수도 부실공사’에 대한 비리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이었다. 이 사건은 지난 98년 5월 당진군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식수가 부족한 소난지도에 간이상수도 사업을 하기로 하고 한전으로부터 1억 600만 원을 지원받아 시행한 사업이 부실 투성이로 밝혀진 데서 비롯되었다. 이 상수도는 준공 반 년 만에 심정보호실 내 설치된 유량계와 급수배관이 얼어터져 3일간이나 급수가 중단되는 등 수많은 부실이 발견됐다. 또한 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해 필요없는 공사를 설계에 넣는 한편, 실제 하지도 않은 공사가 준공서류에 기재돼 있고, 설계와는 전혀 다르게 시공된 부분도 많아 공사비가 어디론가 새어나갔다는 의혹마저 일었다. 이에 따라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현장조사와 함께 성명서 제작, 군청 앞 침묵시위 등을 전개하며 지속적으로 비리규명과 관련 공무원의 처벌을 요구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각 지방언론사에서도 앞다투어 이 사건을 취재했으며, 많은 주민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또한 지난 99년 8월 교육부의 경제 논리에 입각한, 무분별한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에 맞서 지역 내 각 시민단체 및 통폐합 대상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성명서 제작과 항의시위 등 통폐합 저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활동으로 당진지역의 대상학교 모두 통폐합이 유보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군민의 혈세를 자기 돈 쓰듯 하는 행정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군수 판공비에 대한 행정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군수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이 크게 긴장하고 담당부서인 자치행정과 직원들이 뒤늦게 관련서류를 만들고 영수증 처리를 하느라 법썩을 떨기도 했다.

주민의 대표인 군의회에 대한 감시도 이 단체의 주요활동이었다. 지난 98년부터 ‘참여의정단’을 구성해 정기회기 때 행정사무감사 및 예산안 심의 등에 대한 방청활동을 벌였으며, 특히 올해에는 의정평가서와 함께 상위 3명의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의 자리이석이나 무성의한 태도가 상당히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사업은 뭐니뭐니해도 ‘2000년 총선시민연대’활동이었다. 지역 시민단체 중 가장 먼저 참여의사를 밝히고 활동에 뛰어들었으며 ‘당진 총선연대’ 결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모두 4차에 걸친 서명운동과 함께 후보 초청토론회 등을 벌였으며, 특히 선거기간 마지막 날에는 낙선대상 후보측 청년당원들의 위협적 분위기 속에서도 촛불대행진을 강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당진 총선연대는 낙선 대상자였던 당시 자민련 사무총장이었던 김현욱 의원을 낙선시키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 당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당진군이 특정인에게 도로공사 예정지에 영업허가를 내준 사실을 확인하고 진상규명 및 보상금 환수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건은 당진-신평간 국도32호선 확대포장 공사가 95년 12월 15일 착수됐음에도 이듬해인 2월 공사예정지에 식당 영업을 허가해 결국 8억여 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나간 사건으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현재 당진군에 관련자료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주민감사청구를 위해 주민연서명을 추진하고 있다.

활동연수에 비하면 비교적 많은 일을 한 셈이지만 지역 시민단체로서 겪는 어려움과 한계도 많다. 아무래도 인구가 많지 않은 군단위 단체이기 때문에 회원이 얼마되지 않고 따라서 회비수입 역시 적을 수밖에 없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공연 및 판매사업 등의 수익사업으로 간신히 버텨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시지역과는 달리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얼마 없어 깊이있는 활동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들이 해당 지역출신이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강한 애착심과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있다.

당진 참여연대 조순형 간사는 “지역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회원들 대부분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에 헌신성이 어느 단체보다 강하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역의 민주화와 진보에 기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준 『당진시대』주간 기자
2000/09/01 00:00 200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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