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랑은 진부한가?
2000/2000년 09월 :
2000/09/01 00:00
[첨밀밀]
<첨밀밀>은 그 영화를 떠올리다보면 지금도 기억나는 건 서서히 젖어오는 감흥에 벌떡 일어나 옆에 누구에겐가 말이라도 하고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렸을 정도로 느낌이 강한 영화였다. 허나 모두가 흐뭇해한다면 가끔은 딴지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비뚤어진 욕심에 시비를 한번 걸어보고 싶어진다.
무슨 소리냐구? 이제 <첨밀밀>이라는 영화를 한번 삐딱하게 들여다보자는 얘기다.
제1장 인연에 대한 얘기
왠지 인연이란 단어는 기억과 추억을 배경으로 하는 듯 하면서도 전자수첩의 다이어리 기능과는 조금은 비켜 서 있어야 그 참맛이 느껴지는 단어다. 뽀얀 수증기와 번짐의 여유가 있어야 똥(?)도 웃음과 향수가 되는 법을 얄밉게도 이 영화는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별다른 내용없이 상징만으로 찍어 내려간 감독의 선택과 필연임을 강조하는 도입부와 결말부분도 뭐 그리 새로울 것까지 없는 구성법인데도 새삼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현실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그렇지만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사랑법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거다. 소년 같은 남자와 소녀 같은 주인공들의 캐릭터, 극복하기 힘든 현실의 벽들을 보다 애절한 인연을 만들어내는 양념으로 우리 입맞에 맞게 잘 버무려 냈다.
특히 이 영화의 모든 인물들은 사랑에 대해선 지고지순하다.
한번의 만남으로 일생을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늙은 창녀를 보며 느끼는 애틋함과 둘의 사랑 때문에 버려지는 사람들. 그 누구도 둘의 사랑을 사랑 그 이하의 사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 다들 그렇듯 관대해진 거지?
사랑이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 것에 우월했던가? 아니면 그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작은 희망이라도 품어보란 건가?
“원래 사랑이 그런 거야! 이건 관계없는 뭔가 절대적인 거야. 바로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는 거야. 넌 잘 모르지? 그래도 뭔가 느낌이 오지 않아? 그래, 그냥 생각하지말고 대충 느낌으로 알면 되는 거야. 굳이 설명 안 해도 되지?”
내려놓은 시선에도 선명히 들려오는 비웃음은 역시 내 뒤틀린 대뇌의 지병(?)때문일까?
하여간에 운명은 그 두 사람을 예정된 사랑의 공간으로 인도하게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란 말도 입에 담은 적 없지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 관객들 앞에서 러브 스토리로의 보장된 대로를 걸어가기 시작한다.
제2장 시간
이 영화는 시점도 10년 간인데다 아주 충실히 날짜까지 자막으로 넣어주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허나 정작 이 영화에서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시간의 흐름을 공간적 인식으로 표현해나가는 감독의 생각대로라면 영화의 진행시점이 어느 해 몇 월 며칠이건 별다른 의미가 없어야 되는데 말이다.
아무튼 단절과 연속이 거듭하고 일상의 자잘함과 소박한 웃음과 허전한 미소로 남겨질 사람을 향한 그런 얘기들로 시간과는 별 의미없이 흘러만 간다.
그럼 과연 무슨 의도일까?
그건 바로 관계에서 시간을 찾고자 하는, 즉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건 아마 언제라는 시간이 아니라 누구와 혹은 무엇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게 정답이라고 감독은 강변한다.
“사람들은 날마다 새로운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 속에서 또 다른 시간을 꿈꾸지. 그 안에서 한없이 지쳐도 차마 변하지 못하는 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야!”라는 감독의 주장에 약간은 씁쓸한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제3장 사랑
세상은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
나도 아직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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