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위기는 장관 책임
1999/1999년 06월 :
1999/06/01 00:00
교단위기는 장관 책임
지금 우리 교육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성급하고 실험적인 교육개혁정책, 학교현장 실정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식 추진방식, 교원경시정책과 이로 인한 교권불신 등으로 교육의 포기현상이 빚어지는 등 교육공동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교총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정책의 총괄책임자인 교육부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4일까지 서명한 교원수는 5월 13일 현재 23만 2,000명으로 전체교원 34만 6,000명의 67%가 참여했다. 이번 서명운동에 전체 초·중등교원의 3분의 2가 참가했다는 점은 현재의 교육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학교현장과 괴리된 획일적이고 성급한 교육개혁정책이 교육을 혼선과 갈등 속에 빠뜨리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 등 환경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성급하게 시행한 수행평가가 오히려 ‘수행평가 잘받기’과외를 급증시키고 있고, 교사들에게는 1인당 몇백 명씩이나 되는 학생들을 평가해야 하는 한계상황으로 좌절하게 하고 있다.
대안과 교육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홍보만을 앞세운 체벌전면금지 정책이 중고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에게 교사의 교육적 지도를 거부하는 풍조를 조장하고, 이에 따라 교원들은 교육을 방임하거나 포기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재정 차등지원을 무기로 한 각종 평가가 오히려 학교에서 실적만들기와 형식적 보고 경쟁을 조장해 교원의 잡무를 양산하는 등 교원의 근무부담을 늘리고 오히려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 일부 교원의 촌지와 비리를 확대해 교원사회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왔다. 촌지를 이유로 스승의 날 변경을 검토하고, 심지어 ‘촌지거부 교사 인사상 우대책’을 발표해 교원들의 기를 꺾었다. 학부모가 교원을 평가하고 학생이 담임을 선택하도록 해 교원의 전문성을 부정하고 교원들의 자존심마저 꺾어버렸다. 정규교원의 법정정원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계약제 교사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교육의 질은 아예 도외시하고 있다. 획일적이고 평가기준조차 마련 안된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안도 잘 가르치는 교사를 우대하기 보다는 교직사회의 갈등만 초래할 위험성이 큰 것이다. 교사정년을 일시에 5년 단축하겠다는 것도 민주사회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가히 혁명적 발상이었다. 교육공백과 연금기금의 부실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교총의 경고와 교원들의 호소를 외면한 채 고령교원 1명을 줄이면 3명의 초임교사를 쓸 수 있다는 경제논리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지금 교단 어디에도 1명의 고경력 교사가 빈 자리에 3명의 초임교사가 채워지는 사례는 없다.
중등교원 양성정책에 실패한 교육부는 초등 수급부족 사태를 빌미로 중등교사자격자를 초등학교 교과전담 기간제 교사로 임용하려는 편법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육의 질이나 학교 급별 교육의 다양성과 차이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교총은 그동안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을 향해 쏟아진 교원들의 불만을 애써 자제시키면서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시정을 촉구하고 교육위기 초래를 경고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교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는커녕 반개혁세력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였다. 법으로 강제되어 있는 교총과의 교섭·협의조차 거부해 교원들의 대규모 이탈과 교육위기를 부른 것이다.
오늘의 교육위기 극복대안은 교원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상황 초래 책임자로서 장관의 퇴진은 새로운 교육발전과 개혁의 틀을 짜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이다. 물론 장관의 퇴진으로 당장 교육위기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교육부장관이 그대로 있는 한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학교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교원들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깊이 유념해 교육부장관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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