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운동순례·광진시민모임
1999/1999년 04월 :
1999/04/01 00:00
아차산 지켜낸 작지만 큰 시민파워
우리 모임의 활동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더 많은 지역사업을 통해 서서히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지요.”‘광진구 지역운동지킴이’ 광진시민모임 조남식 사무국장의 말이다. 두달간의 연대사업국 견습간사 기간동안 서류를 통해 참여연대 지역운동연대사업의 개괄만을 파악하고 있던 필자에게 지역운동단체를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작은 행운이었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광진시민모임. 그곳을 찾아가던 중 잠시 떠오른 생각으로 약간의 망설임을 갖게 됐다. 이유는 사무실을 옮긴 지 며칠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빈손으로 방문하기가 머쓱했기 때문이다. 우리네 정서상 이사한 집에 처음 가면서 맨손으로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인터뷰까지 부탁해 놓은 터에 그냥 갈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머니를 뒤져 본 순간 수중의 돈은 무슨 선물 비슷한 걸 살 수 있을 만한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배도 고픈데 간단하게 먹을 것이나 사가자.’ 덜렁 만두 2인분을 사들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광진시민모임은 금방 이사한 사무실답게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마치 원룸의 가정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실내화를 갈아 신어야 하는 귀찮음(?)을 빼고는 약 20평 공간(고백하건대 나의 평수 개념은 거의 믿을 것이 못 된다)은 참여연대의 어수선함에 익숙해 있던 필자에게 더 없는 부러움을 갖게 했다. 커다란 창문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로움까지 제공하는 쾌적한 사무공간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은 광진시민모임의 유일한 상근 활동가 조남식 사무국장. 10년 넘게 광진구 지역운동을 해왔다는 그는 96년 10월 광진시민모임 창립 당시부터 사무국장을 맡아 지금까지 살림을 꾸려오고 있다. 혼자 적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냥 씩 웃으며 사실은 광진복지센타 활동가 두 명과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거기에 회원 50여 명이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가질 여유가 많지는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속내는 금방 탄로났다. 술이나 같이 하면서 인터뷰하자는 말은 사실 사람이 그립다는 뜻일진데….
친목모임 변질 안되도록 전문활동 권장
광진시민모임의 회원은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의 전문직 종사자와 일반시민으로 구성돼 있다. 회원의 자격은 광진구에 거주하거나 광진구에 직장이 있는 사람. 활동기간은 2년 정도 되지만 실제 광진구 시민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낮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창립 초기에는 활동내용의 부족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실무력의 한계와 명망성을 중시하는 시민의식 등이 성장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 국장은 “조급하게 외양을 확장하는 것보다 긴 안목으로 올바른 시민운동의 길을 공유하고 적극성을 갖는 주민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또한 모임의 안정화를 위해 40∼50대가 중심 되는 조직으로의 변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회원 각각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직장, 사회활동이 조화될 수 있는 조직운영이 회원의 확대와 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광진시민모임은 작은 규모의 모임인 만큼 회원들의 결속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회원 각자의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지역시민운동의 전형이 없는 현실은 그만큼 회원 상호간의 조율이 힘들고 자칫 단순 친목모임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다행히도 광진시민모임 회원들은 의료·법률·복지 등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사회공익적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바가 현실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들은 회원 월례모임을 통해 시사관련 강연과 토론회를 갖기도 하고, 야유회를 통한 친목도모도 빼놓지 않는다. 아마도 이 양자의 활동이 적절하게 ‘긴장과 이완’으로 작용함으로써 광진시민모임 식구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모양이다.
방만하고 일회적인 사업 안한다
지난 해 광진시민모임이 펼친 주요사업과 이후 사업계획에 대한 질문을 계속 했다. 지난 해 대표적 사업은 아차산 녹지보존을 위한 주민연대 활동이었다고 한다. 토지주 홍필훈의 별장증축을 둘러싼 갈등으로 야기된 이 운동은 아차산 녹지보존을 위한 서명운동과 홍보, 문화공연 등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던 대표적 사업. 그밖에도 지역실업대책위 활동, 실직가정돕기 결연사업,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 ´98 지방선거 광진구청장 후보초청 정책토론회, 제2기 아파트시민학교 등 왕성한 지역사업을 전개했다. 이는 지역시민운동체로서 위상을 분명히 하고 시민운동의 영역을 중장기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을 지향하는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참여하여 기획과 실천을 공유하고 사업의 성과를 조직의 성과로 축적해 나가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를 나타냈다.
이런 광진시민모임의 99년 사업목표는 지난 2년간 진행됐던 사업을 성과적으로 계승하면서 지역주민과 호흡하는 주민참여의 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총체적이고 각론적인 문제에 접근, 이슈를 제기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업방식과 자유롭게 참가하여 토론할 수 있되 부담을 갖지 않게 하는 운영, 방만한 사업계획과 일회적인 사업을 지양하고 회원참여를 제고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한단다. 이밖에도 지방자치 참여를 위한 구 행정감사 보고서와 의정감시 활동은 일상적인 사업으로 안착화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기획·조직·재정 등의 문제는 운영위원회의 강화를 통해 해결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단히 현실적인 고민이다. 지난 2년간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실제 역량을 넘어서는 무리한 욕심을 갖고 활동해왔던 것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진지하게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중앙과 지역 단체의 회원연대 필요
광진시민모임 사무국장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운동의 현실적 상황과 한계가 지난 몇년간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여자치 지역운동을 통해 시민운동의 전국화와 상호간의 질적 성장을 공동으로 고민하고자 했던 초기 문제의식이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참여연대에 바라는 바를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지만 현재 참여연대 회원들 중 각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을 지역단체에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실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작년 아차산 보존운동을 펼칠 때 관련단체 회원 중 광진구에 거주하는 회원들을 참여시키려 했던 사실을 예로 들며 참여연대가 광진구 소속 회원들을 광진시민모임에 결합시켜 실천활동을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참여연대 사업의 특성상 회원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할 수 없다면 이들을 각 지역단체에 소개해서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다만 회원의 이동이 회비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운동의 먼 미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현재의 작은 출혈을 감당할 대승적 자세는 필요할 것이라고. 끝으로 언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만족을 느끼냐는 질문에 “부족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일뿐, 회원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느낄 때”라고 말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사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초기 단계일수록 인적 신뢰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적극 동의를 표하면서 우리의 인적 신뢰를 위해 다음 술자리를 기약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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