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모니터운동의 현주소
1999/1999년 05월 :
1999/05/01 00:00
언론모니터운동 전문성이 아쉽다
1986년 범국민적으로 벌어졌던 KBS 시청료 거부운동. 이것은 전두환정권에 대한 편파, 왜곡보도를 참다못한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저항한 시민언론운동이다. 13년이 지난 오늘 그 운동은 시청자가 언론의 수용자로서 정권과 방송에 ‘본때’를 보여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됐으며 실질적인 의미로서 한국 시민언론운동의 뿌리로 알려진다.
이런 역사 속에서 현재 시민언론운동의 맥을 잇고 있는 것은 언론모니터운동. 이 운동의 목적 또한 시청료 거부운동을 펼쳤던 당시의 목적과 다를 바 없다.
“언론모니터운동은 비뚤어진 언론 바로잡기 운동이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신문기사로 생산된 언론 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의 재생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매체비평우리스스로(매비우스)의 강에스더 씨의 말이다.
현재 언론모니터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민단체는 50여 곳. 이중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는 곳은 10여 개 단체 정도다. 기독윤리실천운동 밝은문화모임 방송모니터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분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보리방송 모니터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방송모니터회,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 등이 꼽힌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모니터교육을 실시하고, 교육받은 수강생이 주로 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대개 주 1회의 정기모임을 갖고, 매달 모니터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모니터 제일주의 극복해야
역사적 뿌리가 깊은 언론모니터운동.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 언론보도 태도에 즉각적 대처를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지속적인 조처를 취하지 못해 언론이나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망원경으로 봐야 할 것을 현미경으로 본다. 무엇보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다. 이미 오래 전에 게재되거나 방송된 내용을 감시하는 체계다. 자연스레 보도기사의 공정성보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의 공공성을 주로 다루게 된다. 근본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후약방문이 될 때가 많다.” 서강대 김기태 언론학 교수의 지적이다. 이처럼 언론모니터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모니터 제일주의’를 꼽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모니터운동단체의 주된 활동은 정기모임이다. 기사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모니터하고 모니터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 여론화한다. 보고서는 활동가들의 활동성과이며 언론운동의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일쑤다.
“우리가 모니터한 자료가 신문이나 방송에 게재되는 경우는 드물다. 모니터운동단체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자위행위에 그치는 활동은 활동가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분과 이유경 간사의 말이다. 이에 대해 김기태 교수는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되기를 기다리는 소극적 여론화 작업으로 좋은 언론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언론운동의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언론수용자운동이 모니터활동에서 시작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니터만을 위한 운동으로 전락하는 것은 문제며, 모니터를 통해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도, 정책 등 구조적 해결책을 찾는 일에 소홀했다”고 비판한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는 언론모니터활동에 대한 언론사들의 부정적 태도다. 지난 해 11월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신문보도와 비평에 나타난 신문보도 비평관련 기자의 의식조사」에 따르면, 대개의 신문기자들은 ‘비현실성, 전체적인 구조적 맥락보다 지엽적인 문제에 치중, 획일적 비평보도, 편협된 시각 등’을 이유로 모니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런 현장 기자들의 지적은 언론모니터활동이 객관적이고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 이런 지적은 언론모니터운동의 전문성 부족으로도 이어진다. 언론모니터운동은 대개 방송 분야에서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오락, 교육 프로그램에 한정되고 있다. 언론운동단체마다 활동이 비슷하고, 모니터 보고서의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전문성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언론모니터운동 전문성 확보 절실
그렇다면 언론운동단체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건이나 상황은 갖춰져 있는가. 한 마디로 언론운동단체의 상황은 열악하다. 우선 활동가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모니터 활동가는 20∼30명이고 한 회 참가인원은 10∼20명 정도다. 대개 언론모니터 단체가 모니터요원을 수혈받는 것은 자기 단체에서 실시하는 모니터교육을 통해서다. 수강후에도 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는 예가 드물다는 것이다. 또, 여성이 주류를 이루면서 여성에게 익숙한 문제를 다루는 것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된다. 이뿐 아니라 예각적으로 언론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면서 오랜 기간동안 모니터활동을 해야 하는데, 단체에서 2년 이상된 모니터요원을 찾기는 힘든 실정이다. 교육도 문제다. 자체내에서 모니터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강의 위주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아닌 일시적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 따라서 교육, 지도자 양성, 모니터 방법과 관련된 교재개발 등이 체계적 연구로 이뤄지기 보다는 예전의 것을 답습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몇가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단체가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분과는 지난 4월 『조선일보를 말한다』 『개마고원』라는 책을 냈다. 『조선일보』의 국가안보 상업주의와 노동, 사회, 인권 분야의 보도태도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책은 모니터분과 활동의 성과물이다.
“이승복사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에 대한 『말』지의 보도도 꾸준한 모니터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벌어진 최장집 교수 사건에 대해서도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일상적 모니터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획모니터를 신설했고, 특정주제를 정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하다보니 성과가 나오는 것같다. 앞으로 이런 기획모니터를 계속할 생각이다.” 민언련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비우스 또한 올해의 목표를 모니터 활동 영역의 다양화와 전문화로 내걸고 주제별 팀을 구성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운동단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우선 언론모니터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 요즘의 언론환경은 예전과 다르다. 김 교수의 생각이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문가집단의 적극적 결합이 필요하다. 활동가들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그들의 활동을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도 요구되는 바이다.”
체계적 미디어모니터교육 시급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는 시민언론운동단체로서 기존의 언론모니터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존 모니터운동의 폭을 노동, 환경문제 등으로까지 확대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언론모니터운동은 특성상 전문적이며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경제적 지원 등 구체적으로 언론모니터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언개연은 기존 활동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보다 실용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생각이다. 공동교육이나 공동교재개발도 함께 고민중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과과정과 교육방법의 개발, 다매체 다채널 언론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현실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공동연구도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1,500여 개 일간지와 700여 개의 지역 텔레비전 방송국이 있는 매체의 천국이다. 하지만 시민언론운동단체는 고작 서너 개다. 그곳도 두 곳은 언론의 개혁성을 감시하는 보수 성향의 단체고, 한 곳만이 언론과 정부, 기업의 유착을 감시하는 진보적 언론운동단체다. 그러나 미국은 시민단체까지 조직해가며 언론을 감시할 필요가 없다. 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언론은 수용자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언론문화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런 부분은 어떤가. 가능한 일인가? 그 해답의 한 부분을 스스로 짊어질 언론운동활동가들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