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흥 '윤락 명소' 파주 용주골
빨간 안경을 벗으시라. 모두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 오갈 데 없어 모여든 매음굴이라는 인식도 버리시라. 40년 역사의 파주군 용주골은 지금껏 상상했던 매매춘지대의 풍경과 다르다. 시골 풍경 그대로의 논밭 사이에 파고든 신식 원룸주택가.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 이후 미아리 텍사스를 빠져나온 매매춘 여성들과 업주들이 대거 용주골로 몰려갔다는 언론보도로 주목받은 파주군 파주읍 연풍리 RED ZONE. 지금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서울에서 차로 달려 약 2시간 거리. 문산 시내를 거쳐 광탄 방향으로 가다 보면 작은 시골동네가 나온다. 총천연 빛깔의 무대의상류를 파는 옷가게. 클론의 신곡 ‘초련’이 흘러나오고, 미용실 등이 즐비한 것으로 봐 여느 시골동네와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하루 24시간 내내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파주읍 연풍리 300번지 일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 형성된 이곳의 매매춘지대는 처음엔 미군 상대의 기지촌, 1970년대는 한국군 상대의 매매춘지역, 2000년이 된 지금은 수도권의 신흥 윤락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개미골목 벗어나 원룸주택 지은 매매춘 업소

사람 한둘이 겨우 어깨를 부딪치며 걸을 수 있는 개미골목. 그 길을 따라 골목골목 빠져나가보면 어느새 전원풍경이 펼쳐지고, 원룸빌딩 같은 건물이 마치 소규모 연립주택가처럼 들어서 있다. 깔끔한 주택가를 연상시키는 그곳은 똑같은 높이로 1층에 빨간 통유리문을 달고 매매춘 업소란 걸 눈치채게 한다.

“낮이라 손님도 없고….”

파리채를 쥐고 푸념섞인 투로 장사 안되는 대낮을 성토하는 서른살의 여자 포주. 그녀는 “화장품 팔러 온 줄 알았다”며 기자들에게 빨간 의자를 내주었다. 긴 생머리의 빨간 티셔츠, 베이지 반바지. 언뜻 보기에 그녀는 여대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6개월전 남편과 결혼해 한 명의 매매춘 여성을 직원으로 두고 이 장사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첫 물음으로 요즘 경기는 어떠냐고 물었다.

“IMF 직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주말엔 차가 안 빠질 정도예요. 손님은 주로 서울, 인천, 일산에서 3인 1조로 택시 타고 오는 분들이 많아요. ”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가 한 주의 대목. 영업피크 시간대는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등지에서 1차로 술을 마시고 남자들끼리 이리로 몰려온다는 것.

“여기는 미아리처럼 술 먹고, 쇼하고 지저분하게 그런 데가 아니에요. 여긴 깨끗하게 연애만 하는 데예요. 그리고 미아리는 ‘미짜’(미성년자)들이 많아. 왜냐하면 대개 얘들이 가출하고 기차역 화장실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하거든요. 숙식제공, 월수 200 보장. 혹해서 미아리로 가는데…, ‘미짜’들이 일을 알아요? 그러니까 일 가르쳐서 영업시키고, 도망가려고 하면 감금하고 그러다 보면 폭행 저지르고 싸우고. 그러니까 미아리에서 얘들이 못 버틴다니까. 그리고 여긴 기본이 6만원인데 업주랑 아가씨랑 계산해서 돈을 딱 나눠요. 그런데 미아리는 ‘미짜’한테 1만원만 준데. 그게 임금착취지 뭐야.”

그럼 용주골 여성들은 미아리와 달리 ‘떼돈’ 번다는 해석? 다그쳐 그녀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빙긋이 미소만 띄울 뿐 대답은 회피했다. 공연히 부스럼 만들지 말고, 대강 자기들 사는 거나 알고 가라며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갖은 감언이설로 꼬셔 물었다.

“글쎄…, 얼마나 벌 것 같아요? 내가 솔직히 말해주면 까무라칠 걸? 제일 못 버는 얘들이 한 달에 한 1천만원 정도. 왜? 아닐 것 같아요? 그런데 뭐, 버는 만큼 씀씀이 큰 애도 있고, 정신 못차리는 것들은 ‘호빠’(호스트바)나 다니면서 물 쓰듯 돈 쓰고 그러는 거지 뭐. 그런데 알뜰한 얘들도 많아요. 여기 있다고 다 사치 심하고, 제 앞가림도 못하고 그렇지는 않아요. 벌어서 동생들 학비 대고, 집에도 부치고, 집 사고 차 산 아가씨들도 많아요. 야무진 애들도 있고, 어영부영하는 애들도 있고. 사회에 나가도 마찬가지잖아요. 여기도 다 똑같아요.”

매매춘 여성이 1,000만원이라면 업주의 수익은? 계산이 안된다. 다시 그녀에게 물었지만, 이번엔 대화살이 날아왔다. “몰라요. 그건 묻지 말아요.” 결정적인 순간 그녀는 함구해버렸고, 오렌지쥬스 한잔을 따라 준 후 몇번이고 이렇게 당부했다. “제발 잘 좀 써요. 없는 얘기 좀 쓰지 말고. 네?”

용주골의 한달 매출 35억 가량

현재 용주골에서 매매춘 영업을 하는 업소는 총 92개. 285명의 매매춘 여성이 연풍지소에 등재돼 있다. 김강자 종암서장의 단속 이전 이곳은 총 156개 업소 370∼380여 명의 매매춘 여성이 영업중이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이 실시됐고, 파주경찰서도 ‘50일작전’을 펼쳤다. 그후 업소 92개소, 285명의 매매춘 여성으로 매매춘 활동을 위축시켰다. 대략 100여 명의 매매춘 여성이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용주골은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파주경찰서 방범계 지도계장 강대순 경사의 말을 들어보자.

“여기는 주로 인천, 서울 등 외지에서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그들은 주로 호기심으로 이 지역을 찾더라구요. 인천에서 온 손님 하나는 용주골이 서비스가 좋아서 온다고 하데요. 그래서 그 서비스가 뭐냐 했더니 ‘샤워’를 시켜준대. 영업상술이겠죠 뭐.”

1층의 쇼 윈도우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가정집 같은 구조의 3∼4평 남짓 작은 방에 침대 하나, TV, 작은 옷장 그리고 샤워꼭지만 있는 욕실이 달려 있단다. 그 방은 그곳서 영업하는 매매춘 여성의 개인 방 겸 영업장. 쇼 윈도우에 나와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주로 이 방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 20대 초반 여성이 70%, 19세∼20세 사이의 여성이 29%, 35세 이상의 업주 겸 매매춘 여성이 1%인 그곳의 영업패턴은 오로지 ‘연애’. 방법은 두 가지. 기본 30분 짜리 쇼트타임과 긴 밤을 보내는 롱타임. 쇼트타임은 30분에 6만원, 롱타임은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20만원∼40만원선.

용주골엔 상호가 붙은 업소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고작해야 신관3호, 신관 2O호… 모두 쇼 윈도우 앞에 증명사진 사이즈의 번호판만 붙여 놓았을 뿐이다. 이에 대한 용주골 한 포주의 입장이다.

“윤락행위 자체가 불법인데, 무슨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겠어요. 그리고 무허가로 장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안내는 만큼, 업주들이 스스로 사회봉사도 하러 다녀요. 없는 애들 학비도 대주고, 여기 아가씨들 데리고 고아원 양로원도 다녀요. 세금 안내니까… 업주들이 스스로 결심해 그런 데에 봉사도 합니다.”

현재 영업 중인 92개 업소는 모두 무허가. 당연 세금도 전혀 징수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업주와 매매춘 여성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계산해보자.

A라는 여성이 있다고 치자. A의 쇼트타임(30분)은 6만원, 초저녁부터 시작하는 롱타임은 40만원선. 롱타임은 쇼트타임 회수를 모두 상계할 수 있어야 하니까 대개는 롱타임 가격과 쇼트타임 여러 번의 가격을 동일시 할 수 있다. 그럼 A가 벌어들이는 하루 수입은 대략 6만원×7회=42만원꼴. 여기에 용주골 매매춘 여성의 수를 곱하면(42만원×285명=119,700,000원) 1억 1,970만원. 하루 1억 1,970만원×30일=35억 9,100만원.

이를 다시 285명으로 나눈다면 개인이 월평균 벌어들이는 소득은 1,260만원꼴. 이렇게 번 돈을 업주와 매매춘여성이 대개 5 : 5(업주 주장 3 : 7(매매춘 여성의 몫)/경찰조사 5 : 5)로 나눈다니까 개인당 돌아가는 한달 수익은 630만원꼴. 이 기준에 따른다면, 하루 일하는 시간은 210분(3시간 30분), 주간단위로 계산하면 3시간 30분(1일)×주 6일=1,260분(21시간). 일반 직장인과 비교한다면 27시간(직장인 : 8시간(1일)×주 6일=48시간)의 차이가 난다.

용주골에 있는 업소들은 대개 적게는 1명, 많게는 6명이 일한단다. 그들중 가장 많은 매매춘 여성이 있는 6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월평균 630만원×6명=3,780만원. 업주에게 매월 돌아가는 이익이다. 여기에 그들이 내는 세금이란 각종 공과금(전기세, 수도세 등) 정도. 매월 400만원~500만원 선의 임대료를 내고 건물을 빌려쓰고 있지만 그들이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에 비한다면 그 임대료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아니다. 연단위로 계산해보자. A여성의 경우, 630만원×12월=7,560만원, 업주(매매춘 여성 6명 기준)의 경우 연간 소득은 4억 5,360만원 정도. 물론 이 계산은 최고의 소득만을 전제로 계산했고, 월별, 일별 편차가 있으므로 이 적용이 100% 들어맞을 수 없다. 그러나 대략의 수익을 꼽아본다면 이런 계산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쪽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그 지역을 사회문제로만 조명할 것이 아니라 과세지역으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업 후엔 PC방으로

어슴프레 농촌에 석양이 물들면 용주골 여자들은 활기를 찾는다. 헤어드라이어로 젖은 머리칼을 말리고, 볼륨업 브라에 허리를 졸라 섹시한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어깨엔 유리알 반짝이를 붙이고, 짙은 마스카라에 속눈썹을 붙여 다시 한번 시커멓게 눈가를 색칠한다. 텅텅 비었던 미용실은 혼잡해지고, 짙은 화장의 늘씬한 여성은 밤꽃으로 단장하고 자리에 앉는다.

대개 그들의 하루일과는 오후 4시에 기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부지런한 여성들은 오전에 일어나 에어로빅을 하거나 운전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밤늦게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그들은 주로 오후 늦게까지 충분한 취침을 취한다고. 일어나 씻고 화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2시간.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인 시간 소요는 이렇게 든단다.

영업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자유. 근처 상점에 나가 쇼핑도 하고, 비디오를 빌려다 보거나 노래방 혹은 PC방에서 게임이나 채팅을 즐긴다고. 그들에게 매매춘은 단지 직업일 뿐 20대 초중반 여성들이 즐기는 문화를 그대로 누리고 있었다.

대개 매매춘 여성은 생면부지의 여성이 접근하면 아래위로 쳐다보며 당장 육두문자를 토해낼 듯 경계심을 표한다. 말을 붙여도 천편일률적으로 “할 말 없어요”로 압축적 답변을 할 뿐. 파주경찰서 연풍지소의 도움을 받아 말머리를 터도 대개는 실패하고 만다. 실개천 둑 옆에 위치한 업소에서 물끄러미 기자들을 바라보는 5명의 여성. 그들을 향해 꾸벅 절을 하고 몇 마디 할 수 있겠냐며 문을 열었다. 다섯중 가장 연장자라는 경상도 말씨의 20대 중반 여성은 이곳에서 독특하게 다른 취미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옷도 연풍리에 있는 의류점에서 한벌에 7~8만원 수준 하는 투피스를 사 입는 것이 고작이라고.

노동자로 인정하라

이 지역을 순찰하는 제1의 임무는 파주경찰서 연풍지소에 있다. 원래는 연풍파출소였는데 지난 1월 공무원 구조조정 끝에 이 지역은 지소로 격하됐다. 연풍지소장 김형수 경사는 ‘귀향살이’하는 심정으로 이곳에서 일한다고 털어놨다. 지원 나온 또 다른 경찰도 “밤이 되면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징그럽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막상 이곳을 없애면 생길 수밖에 없는 또다른 사회범죄를 생각하면 이 사회의 ‘계륵’처럼 매매춘지역을 존재시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물론 그들은 김강자 서장의 부임 이후 몰아친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 탓에 미성년자 귀가운동을 자체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79년생~81년생까지의 어린 윤락녀들을 대상으로 집에 서한을 발송했어요. 100여 통 보냈는데 직접 파출소로 찾아온 가정은 열 집 안팎이에요. 여기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가정의 자녀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번은 제주도가 고향인 스무살의 여자가 있었어요. 부모님과 언니가 직접 올라왔는데 오자마자 언니는 흥분해서 따귀를 때리며 막 욕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집에 안가겠다는 거예요. 여기가 더 좋다고. 그렇게 막 싸우다 집으로 데려갔는데, 도로 왔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참…. 밖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미용사, 봉제기술사로 80~90만원 받아가며 못살더라구요. 살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또다시 이리로 들어오게 되던 걸요.”

취재기간 내내 곁눈질로 기자를 바라보던 한 매매춘 여성이 입을 열었다.

“나라에서 우리 다 구제해줄 수 있어요? 윤락가 없애면 우리들 어디로 갈 것 같아요?”

“글쎄, 더 음습한 곳으로?”

“잘 아네. 아마 더 음성적인 데로 가서 비인간적인 대우 받으며 월급 뜯겨가며 살걸?… 아, 왜 김강자, 그 여자가 ‘미짜’ 없앤 건 잘한 일이에요. 우리도 ‘미짜’ 영업하는 거 원치 않아요. 전국에 이런 데서 영업하는 아가씨들이 1만명도 넘어요. 이런 데 없애면 우선 우리나라 성범죄가 늘어날 거고, 아니 총각들은 어떻게 해서든 발산을 해야 하는데 어디 가서 풀겠어. 안 그래요? 둘째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는 거고, 우리들 다 실업자 되는 거잖아요. 뚜렷한 대책도 없으면서 막무가내로 없애자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는 거라구요.”

쉴새없이 쏟아내는 말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의 매매춘 이력을 가진 것처럼 자신들의 처우문제부터 공창제도까지 줄줄이 꾀고 있었다. 마치 매매춘 지역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투였다.

“내가 ‘공창’ 하자는 말은 못하겠어요. 그런데 우리도 이게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건데, 사회 특히 언론은 우리를 불쌍한 것들, 혹은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요. 물론 여자가 몸 파는 게 좋은 직업이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한테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업주한테 임금 착취받지 않게 노조도 만들게 해주고(외국은 그렇게 한다던데…), 휴가도 지정해주고, 의료보험도 만들 수 있게 해주란 말이에요. 무허가라고 보건증도 안주고 형식적으로 검사하지 말고 신경써서 진료받을 수 있게 대책마련을 해주고 말이야.”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그녀의 요구는 생활에서 불거진 불만과 갈등이 응고돼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 같았다. 대개 중학교 때 가출해 변변한 학력없이 매매춘 지역을 떠돌다 특별히 모아둔 돈 없이 20대 중반이 되면 정말 할 거라곤 이뿐이라며 한숨짓는다. 누군들 학력이 있고, 모아둔 돈이 있으면 이렇게 살겠냐고 물기어린 눈으로 기자를 바라봤다.

“공장에서 일하지, 식당에라도 나가지…. 그런데 몸 조금 고생시켜 큰돈 만질 수 있는데, 공장이나 식당을 택하기는 참 어렵습디다.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요즘 대학 나온 여자들도 우리만큼 벌기 어려울 걸요? 몸은 고되도 이게 낫더라구요.” 사람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쉽게쉽게’ 돈 벌려는 파렴치라고 돌팔매질할 지 몰라도 술 취한 남자들과 몸 섞으며 당하는 수모를 목격한다면 그런 말 못할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술 취한 남자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돈주고 아가씨 샀으니까… 함부로 대하고, 때리고, 욕하고, 무시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손님은 막노동자예요. 인간적이거든. 제일 싫어하는 손님은? 변호사, 의사, 검사들. 중산층 이상의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더 해요. 여기도 아주 고위공직자는 아니어도 꽤 있는 사람들이 오는데, 보면 한결같이 뒤로 호박씨 까는 사람들이야. 특히 의사들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주 말하기가 곤란할 정도예요.”

서른 셋이 되면 더 할 수 없는 일이 매매춘이라는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후회는 없지만 길게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1~2년씩 매매춘지역을 떠돌다 보면 그동안 투자한 시간 때문에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세월이 가는 게 현실이라고.

“그만 두면…, 결혼하고 싶어요. 애인은? 없는 애들 없을걸요. 대부분 고향오빠나 친구들인데, 여기서 이런 일 하는 지 몰라요. 어디서 살고 싶냐구요? 전… 제가 한번도 일하지 않은 동네요. 그게 아마 고향일 거예요. 고향에선 아무도 이런 일 하지 않으니까. 애인이 알면 뭐라 하지 않겠냐구요. 결혼은 정신이 문제지, 몸이 문제는 아니잖아요. 정말 사랑한다면….”

착한 남자, 감싸주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남자, 돈 많은 남자. 용주골에서 만난 매매춘 여성들이 결혼하고픈 남자의 조건이다. 그들의 학창시절 꿈은 대부분 간호사, 연예인, 교사 등. 그러나 실제로는 몸 파는 처녀가 된 것. 그러나 다들 가슴 속 꿈은 간직하고 산다. 목표하는 만큼 돈을 벌어 사회로 나가 술 팔고 몸파는 장사와는 차원이 다른 가게(옷가게, 편의점 등)를 갖고, 착한 남자와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싶다는 것. 당장 욕설을 퍼붓고 한대 후려칠 것같던 용주골 여자들의 눈빛은 항상 그 대목에서 물기가 서렸다. 인생의 황금기를 거칠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대로의 당당함과 자신감, 포부가 있었다.

종암서 김강자 서장의 단속 이후 미아리를 빠져나온 업주와 매매춘 여성들이 용주골로 몰려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용주골 업주와 매매춘여성들에 따르면, 대부분 안마시술소, 스포츠맛사지실 등의 더 음습한 곳으로 갔을 거란다. 그렇게 1년에 한 바퀴씩 전국을 돌다보면 어느새 용주골에 와 있을 수도 있고, 또다시 미아리로 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다만 그 시기가 1~2년이 될지, 아니면 평생이 될지는 정말로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2000/07/01 00:00 200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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