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임을 재론할 필요는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국민이 의약분업 실시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동안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투자해 의약분업 불편론을 홍보한 의사단체나 병원협회의 주장이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정착되기 어렵다. 더구나 의약분업은 그동안의 의료관행을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한 국민적 참여가 없이는 정착이 불가능한 제도이다. 따라서 의약분업 후에 예상되는 국민 불편은 의료 소비자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대부분 병의원에 붙어 있는 ‘지팡이 짚은 할머니가 뙤약볕 아래서 약국을 찾아 헤매는 포스터류의 과장된 불편론은 반드시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병의원과 약국이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며, 약을 구비하는 것 역시 약국간 서비스 경쟁속에서 보다 다양하고 많은 약을 구비해야 약국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기본 조건이 될 것이며 따라서 약을 찾아 헤매는 불편은 최소화 될 것이다. 또한 지역내 의사, 약사, 보건소장,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한 ‘지역의약분업협력회의’를 통해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기본으로 약을 구비하고 ‘의약품배송센터’를 선정하는 것은 기본이며,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팩스나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료기관과 약국에 갖춘다든지 의료기관·약국의 배치도를 작성하여 환자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쉽게 찾도록 돕고, 야간 및 휴일의 진료 및 조제 대책을 마련한다면 더더욱 의약분업 실행에 따른 불편함은 최소한으로 줄어들 것이다.

현재까지도 우리의 의료서비스는 일방적으로 의료소비자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구조이다. ‘3분진료’를 위해 몇시간씩 기다리는 것이 허다하며 진료가 다 끝나더라도 약을 타기 위해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입원환자의 간호는 기본적으로 그 가족의 몫이며, 환자가 붕대나 주사기, 심지어 혈액까지 사야 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치료나 검사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을 듣는데도 의사나 간호사의 눈치를 봐야 하며, 응급실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게 된 것도 소비자단체들의 끊임없는 투쟁(?)의 산물이라고 할 때 우리의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불편함을 강요하는 구조인지 새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불편함을 방치해온 병·의원에서 의약분업에 따른 불편함을 지적하고 그것을 이유로 의약분업 실시를 반대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으며 그 문제제기의 불순함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결국 의약분업에 따른 불편함의 문제는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지적되고 역시 의료소비자의 관점에서 개선되어야할 과제라고 할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시행 초기의 예상되는 혼란과 불편은 ‘지역의약분업협력회의’를 통한 의약사의 협력으로 충분히 해소 가능하며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을 이용함으로써 그 불편함을 보다 질높은 의료서비스로 연결시킬 좋은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정말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은 의료소비자의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우리 의료서비스의 ‘진짜 불편한’ 환경인 것이며, 의약분업을 계기로 시작된 의료소비자의 권리찾기는 그러한 ‘진짜 불편한’ 것들을 개선해 나가는 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은숙 서울 YMCA간사
2000/07/01 00:00 200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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