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 그 후, 시민단체 연대운동의 진로
2000/2000년 06월 :
2000/06/01 00:00
사회개혁 전선에 함께 설 상성협의체 띄운다
‘시민운동의 총체적 개혁전선 구축’
현재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총선연대 후속모임, 개혁연대의 핵심 키워드다. 지난 총선에서 ‘바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시민운동이 그 여세를 몰아 사회개혁의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총선연대 활동을 사실상 승리로 이끌면서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사회개혁 네트워크 운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녹색연합, 문화연대, 민언련, 여성연합, YMCA, 참여연대, 환경연합 등 총선연대 집행위원회에 참여했던 15개 단체들은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비공식적인 모임을 갖고 ‘개혁연대’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최근 6명으로 구성된 제안서 작성 소위가 꾸려졌으며, 이들은 오는 6월 초순경 구성될 준비위원회 단체가입을 위한 제안서를 만들어 각 단체들에게 의향을 타진할 예정이다. 이 준비위원회는 개혁연대의 정식발족 이전까지 윤리강령, 조직구성과 규모, 활동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공식 테이블이다.
현재까지 논의된 사항 중 각 단체들이 대략 공감하는 부분은 연대기구의 성격이다. 사회 전반의 개혁 과제를 추동하기 위한 시민운동 단체들의 상설적 협의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단체의 회비로 운영되는 공동사무국을 둔다는 것도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했다. 또 산하에 정치개혁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공동개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개혁연대 사업의 무게중심은 역시 정치개혁이다. 참여단체들이 공동으로 정당법, 국회법,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 정치개혁 과제를 산출한 뒤 이를 입법 청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16대국회 개원초기부터 정치권을 압박해 갈 구상이다. 또 분야별 의정 감시를 위한 상설적 네트워크를 조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국 상근인원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연락기능만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각 과제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가령 정치개혁 네트워크, 호주제 폐지 네트워크, 새만금사업 폐지 네트워크,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네트워크, 정보공개 네트워크 등 시기에 따라 개혁 네트워크에 소속된 분야별 단체들이 주요 개혁과제를 제기하고, 이를 운영위 등에서 거른 뒤 분야별 개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즉 개혁과제 중 최대 공약수를 선별해 부문별, 전국적 운동으로 개혁진용을 짜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수평적 분권구조로 조직 운영될 듯
앞으로 구성될 개혁연대와 총선연대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은 조직운영의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총선연대가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된 반면, 개혁연대는 분권적 조직운용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시민운동 사상 최대규모의 연대체였던 총선연대의 중앙집권적 조직운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았다. 이로 인해 총선연대 발족 초기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역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모든 단체들을 낙선운동의 대열에 적극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일사분란한 ‘행동지침’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일부 단체들이 낙선 리스트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낙선명단 선정 기준이라는 시민운동의 ‘최대공약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의에 따라야 했다.
반면 개혁연대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조직운용 원리는 지역과 부문간 수평적인 연대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의 집행력을 최소화하고, 상호존중·협력을 원칙으로 한 회의체 구조로 운영될 전망이다. 정치개혁 과제를 비롯해 각 분야·지역별로 개별 단체의 이슈를 네트워크 운동으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하고 이중 운영위원회 등을 통과한 과제를 개혁연대 활동의 중심 테마로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개혁연대 산하 네트워크 조직은 매시기 합의되는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며 사무국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만 맡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의 몇몇 단체들에 의해 끌려가는 형식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모든 사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개혁연대 내 각 과제별 네트워크의 책임성을 강화해 지도력을 분산시킨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연대는 현재 초기구상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조직규모와 구조, 네트워크 방식 등에 걸쳐 여러가지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가령 당면 과제를 설정할 때 우선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 지역운동을 기반으로 한 연대틀을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중앙 중심의 국가 개혁과제를 설정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처음부터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것은 앞으로 구성될 개혁연대 운동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준비위가 띄워지기 전까지는 준비위 발족에 필요한 최소한의 합의안만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총선연대에 참여하지 않았던 단체들과의 연대. 즉 시민협과 경실련 등 대규모 단체들과의 관계설정에 관한 것이다. 우선 이들과 함께한다는 대전제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단체들에게도 제안서를 보낼 예정이다. 이에 당사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총선연대 활동은 연대운동의 큰 족적을 남겼다. 유권자들의 호응도 컸다. 개혁연대가 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회개혁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민단체 연대운동의 역사
시민단체 연대운동은 지난 91년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선보였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선거 직접 참여그룹과 선거 감시그룹 두 축으로 연대운동을 펼쳤다. 전자는 참여자치 시민연대,후자는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다. 참여자치 시민연대는 경실련, YMCA 등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됐고, 실제 10여 명의 후보까지 배출했지만 전원 탈락했다.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 역시 경실련 등이 주도한 18개 시민단체의 연대체였다.
92년 대선 때에는 공선협 활동이 활발해졌다. 공선협에 참가했던 단체만도 300여 개에 달했다. 이들은 독립사무국을 뒀고, 상근인력만도 20여 명이었다. 웬만한 시민단체의 상근인력보다 더 큰 규모였던 셈이다. 공선협은 92년 대선 때를 제외하고는 YMCA 등의 주관단체가 맡아 사무국을 운영했고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93년 하반기 들어서는 우리 쌀 지키기, 우리 농업 지키기 연대운동이 진행됐으며 이 단체에는 정당까지 참여했다. 96년에는 재야, 시민단체를 포괄하는 5 · 18 특별법 제정 범국민 연대가 결성됐었다. 그 뒤 지난 99년 국감모니터 연대가 한시적 연대체로 결성됐다가 해산했다.
현재 65개 단체의 협의체인 시민단체 협의회는 94년 9월 발족했다. 92년 대선 당시 매머드급 연대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공선협의 후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이하 정사협)가 시민협으로 전환한 것이다. 정사협은 50여 개 단체가 참여해 93년 4월 발족했으며, 한국노총 · 교총 등 직능단체들도 포괄했다. 이들은 정경유착, 교계 촌지, 건축비리 근절 등 부정부패 추방을 위한 협의체로 활동했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총선연대에서 개혁연대로의 전환과정과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이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했고, 상근자도 새로 뽑았다. 하지만 정사협은 개별단체들의 사업내용과 중복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게다가 의사결정 기구와 사무국을 중심으로 한 실행기구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해 사업을 결정해도 각 단체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밖에도 그간 시민단체들은 사안별 연대 등 여러 형태의 방식으로 연대운동을 경험했다. 하지만 단체 이름만 빌려주는 것에 그친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국감연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민단체들이 직접 사업과 재정을 분담하는 실질적인 연대운동에 눈드기 시작했다. 총선연대는 그 결정판이었다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앞으로 구성될 개혁연대가 과거의 경험을 어느 정도 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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