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몇번쯤은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유독 정치권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자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에 어의없음을 넘어 흥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지역 선관위별로 16대 총선 후보자들이 신고한 선거비용을 열람하라고 공고했다. 그러나 그 열람공고를 보고 찾아간 참여연대 조사팀은 열람을 거부당했다. 정당이나 후보자 혹은 해당 선거구 구민이 아니면 열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정당의 수입지출 회계보고와 선거비용 회계보고를 공고하고,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열람기간 동안 해당지역 선관위를 직접 방문해야 하고, 이때 사진촬영이나 복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이 열람하기 힘들게 할 수 있을까를 부단히 연구한 것으로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월에 공고한 99년 지구당의 수입지출 회계자료를 열람하기 위해 지역 선관위를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회계자료 공개제도가 얼마나 요식적으로 운영되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열람기간이 거의 끝나감에도 열람신청서를 보니 우리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런 걸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듯한 선관위 직원들의 반응은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16대 총선 선거비용에 대한 검증작업을 위해 참여연대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와 자원활동가로 특별 조사팀을 꾸리는 한편, 제보창구(peoplepower 21.org/02-723-5302)를 마련했다. 탈법적인 선거비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시민행동이 필요하다.
이강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2000/06/01 00:00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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