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오토바이는 자기 소유라고 들었어요. 회사에는 회비를 낸다고 들었는데요.

강석운(36세) 예, 회사에 매일 1만 원씩 내죠. 일을 하든 안하든 1만 원은 내야 됩니다.

기자 (마스크를 벗는 것을 보며)먼지가 많죠?

홍동섭(40세) 이걸 안하면 완전히 시커멓게 되고, 이걸 해도 깜해져요. 공해에다 차 매연에다 완전히 다 뒤집어쓴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기자 언제 이 일을 시작하셨습니까?

강석운 6개월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보일러 기름 배달해요. 겨울에는 일이 많은데 여름에는 일이 없잖아요. 쉴 수가 없으니까 다른 철에는 퀵서비스 하고 겨울에는 다시 기름 배달해야죠.

홍동섭 저는 본업이 있어요. 모피코트 만들어요. 공장도 가지고 있지만 겨울에는 본업을 하고, 여름에는 오토바이 타요. 작년에는 두달 탔어요.

기자 (끝까지 자기 소개를 꺼리는 사람에게) 왜 얼굴과 이름이 나가면 안되는지 이유를 좀 설명해 주십시오.

이민호(30세, 가명) 집에서는 장사하는 줄 알고 있어요. 장사를 하다가 망해서 이 일을 시작했어요. 아내는 아는데 부모님이 모르고 계십니다.

홍동섭 부모님들이야 위험한 일이니까 당연히 말리시죠.

기자 신문에 보니까 하루에도 몇 건씩 오토바이 사고가 있더라고요.

김용석(48세, 사장)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사고가 많죠.

이민호 오늘 사고난 거 두 번이나 봤어요. 다른 업계 사람들. 너무 바빠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보기만 하고 지나갔죠.

강석운 저도 오늘 봤어요. 물건을 너무 많이 실어서 넘어졌더라고요.

기자(너무 놀라워하며) 두 분 다 오늘 일어난 사고 말씀하시는 거죠?

강석운 예, 하루에도 몇 번씩 봐요. 오늘 본 건 원단을 실은 사람인데 너무 무거우니까 넘어진 거예요. 넘어져서도 이게 너무 무거우니까 오토바이를 일으키지도 못하는 거야.

홍동섭 난 며칠 전에 실패를 싣고 가던 애가 넘어지는 걸 봤어요. 실패가 굴러다니고…. 그래서 내가 좀 주워줬죠. 우아, 그게 길에 쫙 깔렸는데 정말…. 하다보면 자빠지기도 하고, 큰 사고가 나기도 하고. 주로 짐 많이 싣고 다니는 애들은 그거 쏟아지면 다 손해배상 해줘야 돼.

기자 최근에 이륜차 화물운송에 관한 법이 제정될 거란 얘기를 들었어요.

김용석 퀵서비스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관련법도 생겨야겠죠.

기자 저녁에 모이실 때는 다른 곳에 있다가 무전기로 연락해서 한자리에 모이겠어요…?

김용석 예, 전화보다 빠르니까. 그리고 지금 누가누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알아요.

기자 앞으로 통신위성을 이용한 장치가 나온다고 해요. 지도정보 시스템과 위치추적 정보시스템이라고 들었는데요. 이제는 위치, 진행방향, 배달품 소지 유무파악도 가능하다고 해요.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영화 <에너미오브스테이트>였나 그런 장면이 있었는데…. 이 정도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행동이 감시당하는 불이익은 없을까요?

김용석 그러나 우리 경우는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이건 자영업이에요. 자기가 배달한 만큼 벌고, 회사에는 일정한 회비만 내죠. 그러니까 그런 염려는 없어요.

기자 그럼 사무실에서 전화는 사장님이 받으십니까?

사장 예. 옛날에는 여직원이 있었는데 결혼한다고 그만둬서 제가 하죠. 그리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현위치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전화가 한두 통이 오는 게 아니잖아요. 불통날 때도 있단 말이죠. 그럼 지리적으로 누가 제일 가까운지를 기억해서 즉각 연락해 줘야 돼죠.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자 대개들 하루에 얼마 버십니까?

홍동섭 대중 없어요. 5만 원 벌 때도 있고, 10만 원, 15만 원 벌 때도 있고 그래요.

강석운 15만 원은 힘들고 10만 원 정도. 밥 사먹고 오토바이 기름 넣고. 하루에 1만 원 정도 기름값이 들어가요. 지리도 잘 알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말하면 하루 7~8만 원 정도 벌 거예요.

기자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죠?

홍동섭 저는 얼마 안 됐어요. 지난 달 나왔나? 예전에 하다가 사고가 좀 있었어요. 길에서 아기가 오토바이 피해 넘어졌는데,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러고 나니까 무서워서 할 엄두를 못 내다가 지난 달 다시 시작했어요. (옆의 동료들을 보며) 아, 오토바이 무슨 보험하고 붙여진 거 봤어?

이행진 나는 책임보험만 들었어.

강석운(말도 안된다는 듯이) 나는 보험 안 들고 못 타. 무서워서 어떻게 타?

기자 어떤 때 일하기가 가장 힘드십니까?

김용석 비올 때죠. 자가용은 앞을 닦으면서 갈 수 있지만 오토바이는 두 손으로 운전해야 되는데 손으로 닦아낼 수도 없지, 길은 빗물로 미끄럽지. 이렇게 위험하니까 비오는 날은 사람들이 일하러 안 나오려고 하죠. 20명 중에 7~8명 나와요.

강석운 그리고 몸이 물에 젖으면 행동이 둔해져요. 그러니까 사고위험도 더 커지죠.

김용석 일하면서 제일 애로사항은 시간에 너무 쫓긴다는 거예요. 물건을 배달하고 나면 다시 사무실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그러면 사무실에서 “어디로 와주세요”라는 전화가 옵니다. 배달하는 사람 중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연락해서 가게 하죠. 그런데 시킨 지 5분도 안돼 왜 안 오냐고 전화가 또 와요. 아니, 자기네 사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5분도 안돼 전화해서 막 화내요.

홍동섭 우리는 조심해서 타요. 집에서 나 하나만 믿고 기다리는 식구가 몇인데 함부로 타겠어요. 그리고 젊은 애들마냥 막 못 타요.

강석운 저번에는 전화받고 바로 출발했어요. 빨리 가도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왜, 퀵서비스가 10분 만에 못 왔느냐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오토바이 키를 주면서 한번 타보라고 그랬어.

홍동섭 어떨 때는 막 재촉해서 빨리 갖다주면 받는 사람은 오히려 안 급해요.

김용석 안 급한데도 한국 사람들 속성이 ‘빨리빨리’야.

강석운 재미있는 건 별의 별 일이 다 있다는 거예요. 어떨 땐 전화해서 “아저씨, 올라오지 말고 제가 나갈 테니 문 앞에서 기다리세요” 그래요. 왜냐면 자기가 전달해 줘야 되는 건데 귀찮으니까 퀵서비스 부르고, 자기는 땡땡이 치는 거지.

홍동섭 일을 하다 느끼는 건데 퀵서비스가 한국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거구나, 싶어요. 한국 사람들 이런 거 없으면 못 살 거예요.

김용석 이게 마약 같아서, 빠르고 편하잖아요. 한번 쓴 사람은 또 쓰죠.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2000/06/01 00:00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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