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좌담-서울대 출신 4인의 서울대 개혁론
일시 : 2001년 8월 10일 오후 2시

장소 : 본지 회의실

사회 : 정태인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참석 : 김동훈 국민대 법학과 교수·학벌없는사회만들기사무처장

장회익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대안연대회의 사무국장

정태인 오늘 좌담은 학벌주의와 관련, 서울대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얘기해 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모색해보는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하겠습니다. ‘학벌사회, 서울대를 다시 생각한다’ 이 지면에는 지금까지 여덟 분의 글이 실렸는데요, 먼저 서울대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서울대 자체 문제도 있고, 대학사회와 우리 사회에 미친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대 밖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신 김동훈 교수에게 먼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동훈 대학 간에는 경쟁체제가 조성돼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대라는 공룡이 제일 위에 자리잡으면서 대학 간의 생산적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했습니다. 경쟁이란 나도 언젠가 1등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죽도록 노력해도 2등밖에 못 한다는 거죠. 서울대가 학문 전 분야에 걸쳐 독점적 위상을 가지면서 그 부작용으로 학벌문제가 드러났어요. 왜 국가가 이런 대학기구를 만들어서 민간의 의욕을 좌절시키며 자유롭고 활발한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정태인 서울대가 대학들 간의 생산적 경쟁을 막고 사회적으로 학벌문제를 일으켰다는 주장인데요. 경쟁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까 조원희 교수가 한 마디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조원희 기본적으로 학벌 문제의 심각성에는 동의합니다. 만연한 학벌주의가 대학이 제 역할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으며 대학교육을 왜곡시켰다는 점에 동감합니다. 학벌주의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고요. 그런데 학벌주의 문제가 왜 서울대로만 초점이 모아지냐는 겁니다. ‘학벌주의=서울대’라고 여기지는 않아요.

정태인 서울대가 사라져도 학벌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조원희 교수는 서울대가 없어지면 이런 문제가 약화된다는 주장도 부인하는 겁니까?

조원희 그렇죠. 극단적으로 서울대가 폐지된다고 권력화한 서울대 힘이 없어질까요? 20∼30년은 걸립니다. 예를 들어 예전 비평준 명문고 출신들이 예나 지금이나 연줄로 남아있잖아요. 서울대도 마찬가지로 그 출신자들이 사회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서울대 학벌은 남습니다. 그리고 제2, 제3의 서울대가 뒤이어 나옵니다. 즉 학벌주의는 암적인 존재로 계속 남습니다.

장회익 연고주의가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심각한 서열주의가 더 문제입니다. 연고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 정점에 서울대가 있어서 그 밑으로 서열이 이뤄집니다. 제가 느끼기엔 오히려 서울대 출신은 연고를 덜 따집니다. 사회는 출신 고교를 더 따집니다.

조원희 같은 대학 출신끼리 서로 대접해주는 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까?

장회익 출신끼리 모이는 것과 사회가 대접하는 문제는 다른 거죠.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서열화가 박혀 있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학벌주의 때문에 연구기능 악화

정태인 지금 학벌주의 얘기부터 하자고 했는데 서울대 문제를 논하자면 연고주의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둘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인데요. 연고주의의 원인과 치유법 모두 막연하게 들리거든요.

조원희 박정희 개발독재로부터 출발합니다. 자기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박정희가 위계를 세워 충성하도록 한 겁니다. 서울대 출신은 그 권력자 밑에서 관료로 출세한 것이죠. 사적 영역인 재벌도 권력의 확대 강화를 위해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서열화가 이런 구조 속에서 정착됐기 때문에 저는 연고주의와 서열주의는 똑같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에요. 사회가 연줄에 의해 작동되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연고를 찾아가는 것이죠. 대학을 포함한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에 이런 비민주적, 위계적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푸는 가운데 이것도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태인 과거 개발독재, 재벌 체제와 연고주의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조원희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론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서울대 문제가 어떤 위상을 갖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동훈 서울대 문제의 본질은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이른바 ‘육법당(육사와 서울법대 출신들의 무리)’에서 기인하죠. 박정권의 독재를 지탱하기 위한 관료를 서울대에서 집중 육성하는 것이고요. 그전 캠퍼스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던 때, 서울대 학벌은 그나마 덜했어요. 그런데 1975년 관악산에 모든 단과대를 묶고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서울대는 파격적으로 성장합니다. 따라서 서울대는 박정희 독재, 국가주의의 산물입니다. 대학교육이라는 자유로운 지성의 교육을 민간의 창의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감독하고 관리하면서 순종적인 체제로 만든 부산물이라는 것이죠. 서울대 문제 극복은 박정희의 유물, 즉 국가주의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장회익 사회 안에서의 서울대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울대 출신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을 다른 이들과 따로 떼놓고 보면 서울대 출신끼리의 무슨 연관이 있나요?

정태인 적어도 재경부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끼리 끈끈한 인맥을 가지고 있죠.

조원희 다른 국가조직에서도 서울대 출신이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습니다.

장회익 저는 그런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서울대에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서울대 안 나오면 사회적 대접을 못 받기 때문이죠.

조원희 바로 그 점이죠.

장회익 아니, 그 사람이 한 구조 속에 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한 개인이 똑똑한가, 아닌가를 서울대 출신이냐, 아니냐로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정태인 문제는 서울대가 상징적으로라도 우리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겁니다. 또한 서울대에 들어가면 공부도 안 하고, 대학교수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지 않아요. 대학 내 교육·연구와 관련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원희, 학생들이 졸업장에만 관심이 있다는 거죠. 서울대생은 일류 졸업장이 나오니까 공부하지 않고 나머지 학생들은 사회에서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 공부하지 않고. 바로 학벌주의의 폐해죠. 즉 학벌주의 때문에 교육·연구기능은 약화됩니다. 저는 서울대뿐 아니라 연구가능이 대학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처럼 우수한 박사논문이 나올 수 있도록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생계 걱정만이라도 덜어줬으면 해요. 한국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장학금만 받아 가지고는 생계유지를 충분히 할 수 없어요.

서울대 민영화론

정태인 서울대 개혁안을 다뤄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서울대 민영화론에 대해 짧게 말씀해 주시죠.

김동훈 현재의 서열은 대학간 경쟁으로 인해 생긴 자연스런 결과도 아닐 뿐더러 또 서울대 때문에 확고하게 굳어졌다면 이젠 서울대를 민영화하자는 것입니다. 의사, 변호사, 피아니스트 등을 세금으로 양성하면서 반대로 사립대 출신이라고 해서 좌절시키는 건 잘못입니다. 왜 국민의 세금으로 사회적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는지 물을 때가 됐습니다.

정태인 민영화론의 핵심은 서울대가 국가의 돈을 사용해서 과연 제대로 인재를 키우냐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사립대와 경쟁하든지, 다른 대학에도 똑같은 지원을 하라는 것인데요. 그렇지만 국가가 서울대를 민영화한다면 삼성과 같은 재벌은 1조 원이든 2조 원이든 자기 재산의 반을 내놓더라도 살 것 같은데요.

김동훈 수익성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서울대든 다른 국립대든 민영화한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정태인 재벌은 가능할 것 같은데요. 삼성이 서울대 인수했다, 그러면 등록금을 사립대의 세 배로 받는다고 해도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봅니다. 물론 민영화론이 제 얘기같은 극단적 가정을 한 건 아닐 것 같고요.

김동훈 국가가 서울대의 재정 운영에서 손을 떼라는 거예요. 이제 자기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거죠. 서울대 명칭은 남는 거니까 등록금을 올려서 받을 수도 있고, 독립법인이 되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태인 교수께서 간략하게 대안을 말씀해 주세요.

장회익 서울대가 전부 민영화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과연 옳을지 모르겠어요. 국가 학문의 견인차 노릇을 해야 할 필요는 있어요. 오히려 학부에서의 인재 독점이 문제입니다. 전사회적으로 서울대로만 몰리잖아요. 따라서 서울대 명칭만 없앤 후 지방 국립대와 협력체제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서울대에서 공부할 학생은 잠시 이곳에 있을 수 있고 서울-지방 협력 관계를 통해 지방교육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방대의 활성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서울대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해소됩니다. 또 명문사립대와 연합국립대가 공정한 경쟁체제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정태인 서울대는 순수학문만 교육하자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 얘기는 서울대가 기초학문과 연구중심 대학이 돼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대의 단과대별 분리를 주장했는데 사실 서울대를 바꾸는 건 모두 반발하고 나설 겁니다. 결국 체제 자체적인 접근과 함께 내부 개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조원희 교수의 대안이 이런 맥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원희 결과로서의 서울대 문제를 자꾸 얘기하지 말고,암세포가 무한 증식하는 메커니즘을 없앨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죠. 즉 대학 안, 그리고 사회 안에서 연고, 서열, 학벌주의 생산 메커니즘을 깨야 합니다. 대학과 사회가 같이 민주화 돼야 능력있는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가 됩니다.

정태인 다른 모든 것과 같이 민주화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도대체 학벌주의와 서울대 문제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자는 거죠?

조원희 저는 학벌주의가 사립대를 포함한 대학개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대학사회가 투명성,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대학구성원들이 이끌어야죠. 사회도 그렇게 함께 가야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는 방향으로만 가면 교육문제도 5∼10년이면 해결됩니다.

교수들의 도덕적 반성이 필요하다

정태인 오늘 좌담에서 합의가 쉽지 않았지만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간단히 서울대 문제에 대해 실천 가능한 것들을 얘기하면서 마무리짓겠습니다.

김동훈 학생들이 분산돼야 합니다. 서울대 입시와 관련해서는 석차경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고요. 서울대 교수들이 대학 특성에 맞게 뽑는 것이 좋겠죠. 이 정도라도 되면 비서울대생의 열등감은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회익 제도적인 핵심고리 하나만 없애자는 겁니다. 서울대가 교육을 하되 명칭만 없애자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서울대 교수와 협력대의 호응이 전제돼야 해요. 교수들의 도덕적인 반성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조금 불이익이 되더라도 서울대를 개혁해보자는 의식이 없어요. 이를 되찾고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제 대안보다 더 좋은 것이면 환영합니다. 못한다고 하지 말고 함께 찾아봐야 합니다. 의식이 문제죠.

조원희 당장 좋은 안을 찾자면 결국 서울대 문제를 완화시키는 정도라고 보는데요. 서울대가 학부생을 아예 안 뽑든지, 학부를 대폭 축소하고 대학원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대학원생들이 생계 걱정 없이 공부하도록 만드는 건 좋다고 봐요. 그것이 근본책은 아니더라도 당장 뭔가 바꿀 수 있다면 말이죠.

정태인 장회익 교수의 말씀대로 교수들이 자각은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서울대의 독점욕도 큰 것 같아요. 오늘 시원한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서울대 문제가 분명한 건 확인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대안을 더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2001/09/01 00:00 200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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