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소나무에 독극물 투여 고사 위기
전북 전주시 삼천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곰솔’ 나무가 독극물로 인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전주시의 유일한 천연기념물인 ‘곰솔’은 지난 1988년 천연기념물 제355호로 지정된 수령 450년의 해송이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이 내륙지방인 전주에서 450년 동안이나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 자체가 하나의 경이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지난달 누군가가 곰솔나무 줄기에 8개의 구멍을 뚫어 독극물을 넣은 것이다. 전주시와 경찰은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한 주변 공원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저지른 짓일 수 있다는 추측 아래 수사를 펴고 있다. 그동안 곰솔나무 주변에 땅을 갖고 있는 이들은 토지 이용 제한에 불만을 품어왔다.

그러나 곰솔나무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전주시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독극물 투여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전주시의 무사 안일한 천연기념물 보호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95년 전주시의 곰솔나무 주변 택지개발로 말미암아 나무가 말라죽을 위험이 있다며 전문가와 함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96년에는 문화재관리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 공동으로 현장을 조사하고 전주시에 보호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환경연합은 곰솔주변 100m내 토지 매입을 통한 녹지 확대와 배수시설 정비, 곰솔 나무 뒤 주변도로 폐쇄 등의 보호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문화재관리청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예산부족과 민원을 빌미로 구체적인 보호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최형재 사무처장은 “그때 주변 토지를 사들였더라면 독극물 투입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주시의 소극적인 천연기념물 보호정책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전주시가 2004년까지 곰솔 인접 사유지 1600평을 사들여 곰솔 보호구역과 소공원을 만드는 내용의 ‘곰솔공원화사업’ 계획을 밝힌 직후 발생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95년 무렵은 택지개발 초창기라 곰솔주변 토지의 사유지 비율이 지금보다 높지 않았는데도 전주시는 사유지 매입을 미뤄오다 뒤늦게 보호대책을 세웠으나 때를 놓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예산 투자와 보존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감시카메라 설치, 배수로 정비, 주변토지 매입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천연기념물 주변을 공원지역 등으로 묶어놓고 이해 당사자가 어떤 피해를 보든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하는 관행은 개선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전주와 역사를 같이 해온 천연기념물을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고사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전주시의 적극적인 보호대책과 시민의 애정으로 전주의 숨결이 서려 있는 곰솔이 되살아나기를 바랄 뿐이다.
최두현 본지 전북통신원·전북시민운동연합 정책실 차장
2001/09/01 00:00 200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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