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를 들고 추격전을 벌이다
나는 여러 번 담배를 끊었다. 현재는 작년에 끊었던 담배를 금연 1주년 기념(?)으로 다시 피우고 있다. 그래서 내 주머니에는 담배와 라이터가 있다. 나는 그 외에 한 가지를 더 가지고 다닌다. 바로 휴대용 재떨이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필름통이다.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릴 수 없어서 대학시절부터 가지고 다니는 흡연 장비 중 하나이다. 담배 피우는 것도 주위에 미안한데 꽁초마저 아무렇게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흡연이라는 불필요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친다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타인들에게 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지, 담배가게 앞에서 담배를 사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담배포장을 뜯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버리는 걸 볼 수 있다. 담배 포장지는 그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바람 타고 멀어질 뿐이다.

그것보다 더 못 참을 것은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꼬락서니다. 버리는 유형도 가지가지다. 누가 보든 말든 과감히 내팽개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호대기중에 창 밖으로 손 내밀고 비비작 비비작 분해해서 바람에 날려 버리고 필터만 살며시 떨구는 사람, 적어도 그냥 버리기는 마음이 켕기는지 신호대기중에 자신의 차 지붕에 얹어 놓고 출발하는 가증스런 인간도 봤다(물론 차 지붕은 끈끈이주걱은 아니다).

아무튼 난 그런 꼴 못 본다. 옆 차선으로 차를 몰며 추격전을 벌인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손짓으로라도, 아니면 쫓아가서 신호대기중에 “댁의 차에 분명히 재떨이가 있을 텐데 그렇게 꽁초를 버려서야 되겠냐”고 꼭 한마디한다. 네 놈이 뭔데 그러냐고 턱 쳐들고 뭐라는 사람은 없고 모두들 뒤통수를 긁적인다. 차라리 뻔뻔하게 따지면 한판 오지게 붙어 보려 해도, 조그만 체격에 차 안으로 꽁초를 들이밀며 험악하게 덤벼드는 내가 무슨 약이라도 먹은 놈처럼 보이는지 저마다 꼬리를 내린다. 자기 차 몰고 자기 돈 들여서 담배 맛있게 피우고는 왜 남에게 미안하다 머리 긁으며 살까? 차라리 측은하다.

한번은 가수 길은정 씨랑 차를 타고 가는데 신호대기중에 앞차에서 꽁초를 버렸다. 나는 내려서 버려진 꽁초를 가리키며 평소대로 한마디를 하는데 그 운전자가 차 밖으로 나온다. 헉! 몸집도 내 두 배…. 어차피 이런 일 하면서 각오는 했지만 여자 동료가 보는 앞에서 떡이 된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어럽쇼? 마치 먹이 주워 먹는 하마처럼 허리를 굽히더니 그 꽁초를 아무 말 없이 집어들고 차에 타는 게 아닌가. (휴, 살았다!) 내내 지켜보던 길은정 씨는 내게 문병을 오거나 심지어 문상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다가 그 남자가 아무 말 없이 꽁초를 집어 드는 모습이 너무 뜻밖이었다고, 지금도 그 얘길 꺼내며 예쁘게 웃는다.

요즘엔 내 의사 표현을 좀 부드럽게 바꿨다. 어차피 상대에게 내 의사를 밝히자는 것이지 싸우자는 것은 아니기에. 길에서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젊은이에겐 "그냥 버리는 게 습관이 됐나보군요?"라며 웃고, 어르신이 길에 꽁초를 버리고 가면 그걸 주워서 “선생님, 이거 흘리셨네요. 버리신 거 아니죠?”하며 돌려준다. 신호대기중에 바로 앞차가 꽁초를 버리면 차에서 내려 그 꽁초를 버린 사람에게 “선생님, 다음에 버리실 때는 주위를 둘러보고 제가 있으면 제게 주세요. 오늘은 제가 주워 가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 운전자들은 그 꽁초를 돌려받는다.

어떻게 보면 꽁초 하나 버리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청소하는 분들이 도로 한복판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대부분 꽁초를 치우기 위해서란다. 질주하는 차에 환경미화원이 가장 위험하게 노출되는 상황이 바로 그 꽁초 때문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차 밖으로 꽁초를 버리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박경호 방송인
2001/09/01 00:00 200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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