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도 위법?
2001/2001년 09월 :
2001/09/01 00:00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 대법판결 이의제기
대법원은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을 벌이던 시민단체를 상대로 공연기획사가 제기한 손배소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 이 판결에 대해 시민운동진영은 법원이 소비자운도의 가장 큰 압력수단을 무시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자. 편집자 주
지난 7월 13일 대법원은 1996년 마이클 잭슨 공연반대운동을 벌인 시민단체를 상대로 공연기획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이유 없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한 ‘은행의 결정이 불매운동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반성적 고려에 의한 독자적 결정임을 알아볼 수 있는 사정이 심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96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을 중심으로 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반대 공대위’(이하 공대위 : 공동대표 정광모)는 과소비와 외화 낭비 우려, 잭슨의 어린이 성추행 추문 등을 이유로 공연반대운동을 벌였다. 공대위는 공연기획사와 입장권판매 대행계약을 맺은 은행들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선언해 은행들로 하여금 계약을 파기토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기획사는 공대위가 은행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당시 공대위 실무자 3명을 상대로 5억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문화소비자운동의 성공적 모델
당시 법원은 이를 정당한 시민운동이라며 ‘이유 없다’고 판결했고, 기획사는 곧바로 항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역시 98년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다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벌어진 3심 재판에서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미진했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대법원은 “불매운동이라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해 이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우려, 본의 아니게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위법하다고 봐야 하며, 그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 하여 이러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시민단체가 벌인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기업이 영업이익을 침해당했다면 시민단체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사실상 시민단체 활동의 위법성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후 고등법원에서 재개될 심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시민운동가들은 “시민단체의 공익적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시 기윤실 실무간사였던 임영신 씨는 이 판결에 대해 ‘문화소비자의 주권 문제’를 제기한다. 90년대 이후 폭증한 문화상품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쏟아져들어오는 환경을 고려할 때,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공연상품에 대해서도 올바른 소비자운동이 절실하다는 것. 임씨는 각종 공연에서 불거져나온 ‘품질’문제를 견제할 만한 장치가 전혀 없는 현 실정을 감안할 때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은 문화소비자주권 지키기란 점에서 성공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문화상품 소비자주권 운동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걱정했다.
소비자운동 이해 못한 대법의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 판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간사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그 행위가 공익적 목적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된 수단을 사용해 이뤄졌다면 위법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법원 역시 이번 운동에 공익적 목적이 있다는 것까지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매운동과 같은 경제적 압박수단을 사용한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나쳤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할 정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결국 법관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설득과 호소는 적법하지만, 불매운동과 같은 경제적 압력수단은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위법성 여부를 은행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둔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시민운동, 소비자운동이 벌이는 불매운동 등 압력행사 방법의 실상과 불가피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의 경우도 사회적으로 문제있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소비자와 시민들을 설득하는 운동이라는 것. 대법원 판결은 부도덕한 기업활동에 대해 불매운동과 같은 압력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시민단체 활동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더 나아가 법원이 법률해석의 재량권을 이용해 시민운동의 손과 발을 묶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시민운동 길들이기 위한 포석?
한편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이번 판결을 지난 16대 총선 당시 벌어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위법판결과 연관지으며 “사법부가 시민운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도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등을 앞두고 ‘시민운동 길들이기’ 차원에서 진행되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 그러나 낙선운동은 위헌성을 제기하며 공직선거법이라는 실정법을 어기면서 불복종운동을 벌인 것이었지만, 공연반대운동은 전통적 시민운동 방식인 불매운동을 이용한 것이므로 경우가 다르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듯 사법부의 판결 또한 국민의 법 관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명확한 법률근거를 찾기 곤란한 판결이라는 것은, 그 옳고 그름이 정황과 사회적 관념에 기초함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최초 판결과 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공연반대에 이유 있음을 인정한 것은 국민의 법 관념과 사회적 상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시민단체의 활동이 공익성을 띠고 있다 해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 적법한 활동의 방법은 설득과 호소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활동은 막강한 권력과 자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시민운동의 선택권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시민운동에 대한 무지와 부정적 인식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운동 방식마저도 부정당함으로써 무장해제당한 시민운동이 과연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움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암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 대법판결 돌아보기
평석회의 눈으로 재심한다
96년 시민단체가 벌였던 마이클잭슨공연반대운동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 심리가 미진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해 8월 22일 시민단체 평석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동국대 법학과 조국 교수, 박경신 미국변호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간사 등 각종 소비자 운동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해 이번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대법원 판결이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운동이란 측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국내 소비자운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번 평석회를 꾸리게 된 배경이다.
평석회를 준비중인 참여연대 이재명 간사는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과 법리적 해석을 검토하고 법원이 지나치게 시민운동을 제약하려는 것은 아닌지를 따져보며 외국의 소비자운동과 외국 법원의 판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평석회가 열리지 않아 대응책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큰 가닥은 이미 잡힌 셈”이라며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에 직접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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