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들 김대중 정부에 등돌렸다
1999/1999년 07월 :
1999/07/01 00:00
DJ개혁 기대하지 않는다 77%, 최우선 과제는 정치개혁·언론개혁·재벌개혁 순, 시민사회운동이 제시한 개혁프로그램 수렴하지 않는편 76%
김대중정부 지지도 조사
김대중정부 집권 1년반을 지나는 지금, 출범초와 비교해 시민운동가들의 김대중정부 지지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문항1) 귀하는 김대중정부 출범당시 김대중정부의 개혁에 어느 정도 기대하셨습니까? 라는 항목에 대해 기대하는 편이라고 답한 시민운동가들은 전체 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기대했다’ 9%, ‘기대하는 편이었다’ 67%, ‘기대하지 않는 편이었다’ 18%,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 5%, ‘잘모름’ 1%.
50년만의 여야간 정권교체에 대해, 또 지난 시기 국민회의가 보여준 상대적 개혁성 때문인지 시민운동가들은 출범초 김대중정부가 상당한 개혁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편이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한편, 문항2) 집권 1년반이 지난 지금 귀하는 김대중정부가 얼마나 개혁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십니까? 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다’ 77%, ‘기대하는 편이다’ 23%로 각각 나타났다. 극명한 수치 차이로 보여지는 것처럼 시민운동가들은 집권 1년반이 지나고 있는 지금 김대중정부가 앞으로 개혁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출범초 시민운동가들이 기대했던 만큼 김대중정부가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항3) 김대중정부의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보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정부내 개혁세력 부족’ 26%,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부족’ 22%, ‘잘모름’ 20%, ‘연합정권의 한계’ 18%, ‘보수기득권층의 반발’ 7%로 나타났다. 또한 기타조항으로는 ‘모두 다’로 지적하거나, 시민사회내 개혁역량의 부족, 애초부터 민중의 편에 선 개혁정책이 없었다 등이 나왔다. 이 문항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정부내 개혁세력 부족’이 26%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쳇말로 YS정권 때는 박세일, 김정남 수석 등 청와대 내 어느 정도의 개혁세력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지만, 현정부 내에는 이른바 진보세력이 대화할 수 있을 만한 상대자, 개혁세력이 전진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민운동가들은 이 문항에서 간접적으로 김대중정부의 개혁세력 전진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모든 개혁프로그램을 배치하고 현실화하는 것은 하나의 세력으로 뭉친 개혁적 인사들이 할 수 있는 건대, 그런 점에서 김대중정부가 미흡하지 않나, 하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분야별 평가
집권 1년반을 지나고 있는 김대중정부의 개혁에 대한 분야별 평가를 실시했다. 총 10점 만점으로 ‘0점은 아주 못했다, 5점은 보통이다’의 기준을 갖고 각각 문항에 응답하도록 했다.
첫째,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등 인권정책에 대한 시민운동가들의 평가다. 전체 시민운동가들 중 28%는 김대중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5점(보통이다)을 부여했다. 이와 상반되게 0점(아주 못했다)을 부여한 시민운동가들은 27%를 차지해 시민운동가들은 김대중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보통 이하 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공직자비리처벌 등 반부패행정정책에 대한 평가다. 전체 응답자 중 37%의 시민운동가들은 이 문항에 대해 0점을 부여했고, 최고로 높은 점수를 부여한 사람이 7점, 대개는 5점(15%), 3점(16%)을 각각 주었다. 실질적으로 옷로비사건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때라 시민운동가들은 반부패행정문제에 대해 상당히 작은 점수를 부여했다.
셋째,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에 대한 평가에서도 35%의 시민운동가들은 아주 못했다 0점을 부여했다. 3점 21%, 2점 15%, 5점 14% 등을 부여해 전반적으로 김대중정부의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이 미진함을 드러냈다.
넷째, 노사정위원회 등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도 37%의 시민운동가들은 아주 못했다고 평가했고, 최고 점수로는 6점을 부여했다. 이처럼 시민운동가들이 김대중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낮은 점수를 부여한 이유는 최근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점수분포도 중 5점 이하가 95%를 점유하고 있어 실제 시민운동가들은 김대중정부의 노동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한 시민운동가는 현실적으로 김대중정부가 전격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노선을 변경하지 않는한 김대중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쉽사리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라 관측했다.
다섯째, 국민연금, 의료보험 통합 등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는 30%의 시민운동가들이 보통이라고 답변했다. 6점 이상이 13%를 보이고 있고, 5점 이하는 67%로 김대중정부의 복지정책 역시 시민운동가들의 눈에는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민운동가들은 김대중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제점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7점 이하의 점수를 부여했으며 대개는 5점 미만의 점수를 줬다. 시민운동가들이 전반적으로 이렇게 낮은 평가를 한 이유는 애초 시민운동가들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개혁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김대중정부의 시민운동진영 의견수렴 평가
많은 시민운동가들은 김대중정부 출범초 김대중정부가 시민운동진영의 개혁적 목소리를 많이 수렴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렇다면 실제 김대중정부는 지난 1년반간 시민운동진영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나 반영했을까? 시민운동가들의 판단을 들어보자. 문항5) 귀하는 지난 1년반간 김대중정부가 시민사회운동진영이 제시한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나 수렴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76%의 응답자가 ‘수렴하지 않는 편’이었다고 답했다. ‘수렴하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조사대상자 중 18%를 차지할 뿐이었다. 이런 결과는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등의 인권법, 부패방지법 제정, 특별검사제 도입, 세제세정 개혁 등 그동안 시민운동단체들이 주장한 개혁입법들이 아직도 입법화 하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개혁을 앞당길 수 있는 여러 법안들을 미뤄두고 개혁한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시민운동가들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가들은 왜 김대중정부가 시민운동진영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않았다고 보는가. 문항5-1) 지난 1년반간 김대중정부가 시민사회운동이 제시한 개혁프로그램을 수렴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많은 시민운동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개혁의지 부족(11건), DJ개혁의 독단성(7건), 시민사회운동의 개혁프로그램 불인정(6건), 연합정권의 한계(6건), 개혁파트너십의 부재(5건) 등을 비롯 대통령의 지나친 현실주의적 접근, 보수기득권층을 제압할 만한 권력기반 미비, 국민회의의 집권 후 보수화 경향, 신자유주의 정책기조 때문, 대통령의 의지부족, 개혁수행능력 부족,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의 부자유 등 무수한 의견들이 접수됐다.
현단계 김대중정부의 개혁방향 진단
현시점에서 김대중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의 답변을 들어보자. 접수된 전체 사례 102건중 21건이 정치개혁을 꼽았다. 시민운동가들이 정치개혁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꼽은 이유는 현실적으로 김대중정부가 집권기간 중 최근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좀더 본질적으로 분석해보면 현재 김대중정부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 개혁을 촉구하는 진보진영과 이에 대한 반개혁적 요구를 하면서 어느정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한나라당 등의 보수세력(한나라당은 지난 서해총격전을 빗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으로부터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민운동가들은 지금 김대중정부가 진정으로 이런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단없는 개혁을 펼칠 때만이 이 정부는 역사에 남는 승자가 될 것’이라고. 또한 많은 시민운동가들은 만일 현정부가 개혁을 펼치지 않고 보수우익 경향으로 돌아선다면, 아마도 시민운동세력으로부터 지금까지 예견하지 못했던 커다란 저항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시민사회운동진영은 과거 재야운동진영과 달리 김대중과 국민회의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갖고 있지 않으며, 현정부가 올바른 개혁을 펼치지 못할 때는 언제든지 공격의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개혁세력이라는 점을 김대중정부가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진보세력이 언제나 김대중과 국민회의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는 것이다.
둘째로 시민운동가들은 언론·재벌개혁(8건), 개혁주체세력의 형성(8건)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정부는 IMF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해냈을 뿐 아니라 재벌개혁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실제 추진된 재벌개혁프로그램으로는 오히려 5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만 강화시켰으며 내용 있는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LG의 데이콤 인수, 삼성자동차의 그릇된 경영판단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책임문제,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등으로 미뤄 짐작컨대 아직도 ‘정권의 재벌 봐주기’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시민운동가들은 김대중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펼쳐야 할 것에 대해 부패방지의 제도화,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의 선회, 고위공직자 비리척결, 사회복지정책의 증대, 보수·수구세력의 척결, 시민사회기반 형성 지원, 서민층 생존권 확보, 검찰개혁,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한 정권내부의 질서재편, 김중권 처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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