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좌담 ㅣ 낙선운동과 지역주의
2000/2000년 04월 :
2000/04/01 00:00
국민적 공감대 이뤘지만 대안부재가 현실
유시민 : 지난번에 MBC 「정운영의 100분토론」 보고나서 사람들이 ‘지역별로 모이니까 다들 컬러가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 얘기하더군요. 이것은 다들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다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지역적 기조에서 생기는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독자들도 각자 자기 지역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토론을 하려구요. 어쨌든 자기성찰적으로 토론을 벌였으면 합니다. 일단은 총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 지역별 상황이 어떤가 얘기해보죠.
김영집 : 광주전남지역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의식은 여전히 민주당이 밀실공천의 전형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일부 계보들이 독식하는, 패권적 공천을 보여주지 않았나….
유시민 : 그냥 동교동계라고 말씀하시죠, 뭐. 우린 다 깨놓고 얘기해야 하니까.
(모두 웃음)
김영집 : 그 다음은 여전히 호남지역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여겨지니까 주민들의 관심은 크게 몇개의 선거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잘못된 공천 표본들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여 있어요. 그 다음은 총선연대가 지목한 공천부적격자 임복진, 한영애, 김봉호, 박상천 씨 등에 대한 관심이에요. 총선연대가 그들을 지목했다는 것이 큰 이미지를 남기나봐요, 유권자들에겐. 그래서 일부 주민들사이에선 이참에 우리가 민주당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인물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흐르고 있어요. 특히 해남의 김봉호 의원 같은 경우는 돈봉호니, 쌀봉호 (모두 웃음) 이렇게까지 부르고 있어요.
유시민 : 총체적으로 광주·전남북은 이번에도 ‘김대중당과의 분리’가 난망한 것 아니에요?
김영집 : 전체적으로 볼 때는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무조건 지지 양상을 보이지는 않아요. 아마 이번 선거에서 주민들은 김대중정부에 대한 비판, 무능력한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심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유시민 : 물론 그런 분위기 형성에는 낙천낙선운동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거죠.
김영집 : 그렇죠. 총선연대가 지목하지 않더라도 좀 바꿨으면 하던 표적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을 부적격자로 지목하니까 시골에 사는 분들까지도 문제의 본질을 잘 알게 되시더라구요.
유시민 : 부산경남으로 한번 가보죠. 별로 상황이 안 다를 것 같은데.
박재율 : 부산의 경우는 지난 10년간의 공세적인 정치적 선택이 지금은 일정한 공백을 갖고 상대적으로 완화되는 과도적 경향을 보입니다. 다만 이것이 어떤 새로운 컬러를 가진 대체세력이 나타나 기존의 특정정당의 바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난 10년간 부산영남권은 한나라당이 싹쓸이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노무현 혹은 김정길 씨 등이 경쟁이 좀 되고 있고, 정치개혁을 요구해온 민심은 뭔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차원으로 고민하는 것 같아요. 소위 이회창 씨가 자신을 개혁공신이라 표현했지만, 시민들은 그 말을 썩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고해서 그게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도 않는, 상당히 유보적이고 잠정적으로 부동화 되는 측면이 있어요. 따라서 선거기간에 이게 어떻게 몰리느냐, 분산되느냐, 투표장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약간의 변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 대구경북은 어때요?
권혁장 : 아직까지 표나는 현상은 없어요. 전통적으로 그랬어요. 그런데 이게 항상 잠복해 있다가 선거 중반에 선거흐름 따라 폭발력을 갖는, 예를 들어 이대로 가다가는 DJ에게로 가겠다, 이럴 때는 표가 확 밀집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요번 선거도 그럴 것 같아요. 문제는 민국당과 한나라당의 표가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인데, 제가 보기에는 두 축으로 갈 것 같아요. 첫째는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공방에 환멸을 느끼면서 투표장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 이는 긍정적일 수 있다(모두 웃음)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측면은 ‘누구를 찍으면 누가 당선된다’는 논리에 의해 한나라당으로 표가 응집될 수 있는데, 이는 민국당이 얼마나 바람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유시민 : 총선연대나 낙천낙선운동은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미미하지 않나 싶은데요.
권혁장 : 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을 접해보면 총선연대가 공천부적격자를 발표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정치불신이 있어요. 싸그리 다 바꾸자는 아주 무정부적인 정서가 강하고, 불만이 많습니다. 이는 물론 반DJ정서에서 나온 거겠지만, 이인제 씨에 대한 불만도 굉장히 극도에 달해 있습니다. 예전에 대선에서 DJ에게 권력을 이양시켜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것 하나, 당적 이탈자에 대한 불만, 이런 게 경상도 사람의 특징인가? (모두 웃음) 배신. 이런 게 굉장히 강하죠.
유시민 : 지금 지역주의에 근거하지 않은 유일한 정당, 민주노동당이 동해안벨트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쪽 실험은 어떨 것 같아요? 울산 쪽 분위기….
박재율 : 제 고향이 울산입니다. 울산의 경우 전국적으로 민노당이 약진하고 있고, 민국당의 경우는 울산에 별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울산은 유난히 노동자들이 많이 있는 지역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해보면 70% 육박하게 울산 동구에서 정몽준 지지율이 나오는 묘한 분위기가 있어요. 생산도시면서 노동자층이 밀접히 연관된 도시인 측면과 동시에 기업지배적인 측면이 같이 있는….
유시민 : 애사심이 있고.
박재율 : 그렇죠. 전체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우세하고, 민노당이 몇개 지역에서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실제 울산에서의 민노당 실험은 북구에서 있었던 두번의 구청장 당선이 총선으로 이어질지, 동구는 노동자 지역이면서도 정몽준의 아성인데 그게 어떻게 될지, 정몽준 씨는 낙천낙선자 명단에도 들어 있잖아요? 창원을의 경우는 권영길 후보와 다른 인권변호사들이 출마했는데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의 정치적 컬러가 어떤지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시민 : 충청이 지역주의의 새 각축장으로 등장한 것 같은데요. 충청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제선 : 지난 선거는 별로 게임이 된다고 보지 않았죠. 뚜껑을 열면 다 자민련한테로 몰릴 테니까. 그러나 요번 선거는 그렇지 않아요.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그렇게 가는 것 같지만, 충북·대전의 상당 지역은 두고봐야 한다, 이번엔 게임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시민 : 지금 충청도가 묘한 게 이회창 총재가 충청도 출신이고, 자민련 JP가 텃밭으로 충청을 지키고 있고, 이에 이인제 씨가 뛰어들면서 완전히 3파전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김제선 : 아직도 충청도는 자민련이 훨씬 우위에 있어요. 논산쪽은 이인제 씨 지지도가 높은데, 대전만 보면 그렇게 센 분위기는 아니니까. 자민련 바람이 계속 세게 불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충청권에 ‘이인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보고, 본질적으로는 아직도 충청도가 지역주의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거고,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찾아지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게임이 되는 지역이 생겼고, 이는 꽤 바람직한 모양이라는 거예요.
유시민 : 수도권으로 가보죠. 정해구 박사님은 수도권 분위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해구 : 저는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오히려 덜 지역감정에 영향받고, 안 받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는 수도권도 고향이 그쪽 출신인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비교적 덤덤한 게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세대적 갈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돼요. 나이든 사람이나 1차적 뿌리가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차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지역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총선연대 활동에 영향을 받아 투표에 참가하면, 오히려 이건 세대적 투표경향을 갖는 게 아닌가 해요. 좀더 부언하면, 적어도 서울에서는 지역감정에 의해 흔들리는 차원은 넘었다, 이렇게 봅니다.
박재율 : 지역감정에 흔들리는 차원은 넘었다고 하셨는데, 아직 혼재돼 있는 것 아닙니까? 왜냐하면 전체여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은 민주당보다 조금 앞서다가 공천자 발표되고 민국당 나오고 이러면서 지지율이 떨어졌거든요. 그럼 이건 민국당의 영향이 있었다는 건데, 그 영향은 세대의 영향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했던 영남출신 등의 입장이 일정 반영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해구 : 글쎄, 그런 부분이 작용했는지…. 아니면 이회창 씨가 총선시민연대나 부패정치청산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자기의 당내 권한강화 쪽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실망 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지역적으로도 연관은 있겠죠.
유시민 : 큰 틀에서의 낙천낙선운동의 성과랄까, 이런 것이 수도권에서는 박빙의 승부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데, 3남 지방으로 내려가면 이게 어렵다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갈 거냐. 그 점이 궁금합니다.
박재율 : 출발초부터 저는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공중전으로 비친다, 다만 수도권에서는 일정하게 지상전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지역에선 ‘지역챔피언’을 만들기 위해 박수쳤던 다수의 관중들이 이제는 새 선수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선수의 부재 속에서 선택의 기준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낙천낙선운동에 폭발적 지지를 보내줬지만, 아직 유권자들은 혼재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낙선운동의 단계에서는 공천무효확인소송, 유권자 서명운동 등 가두캠페인이 많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유시민 : 최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호남쪽의 너무나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도, 이는 다른 지역 시민단체에게 부담을 주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광주전남쪽은 현실적으로 민주당 후보중에 몇명을 낙선시키겠다, 그래서 딱 목표치를 정하고, 다른 지역에 대고, 봐라 우린 이렇게 낙선시킨다, 하면서 민주당의 전일적 지도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하는 건 어떨까요.
김영집 : 호남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을 김대중 씨가 가졌다 뿐이지, 정권교체 이후 호남주민들이 특별히 누린 혜택이 없어요.
유시민 : 그거야 YS정부 때도 마찬가지죠.
김영집 : 실질적으로 예전에 우리가 차별을 받았던 내용들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게 없고, 지금 김대중정부는 2년밖에 안됐어요. 그리고 그것이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유시민 : 아직도 불안한 여당이라고.
김영집 : 그렇죠. 사실 그런 문제때문에라도 호남주민들은 지난 2년간 영호남 교류를 굉장히 진척시켰습니다. 그렇게 교류를 했는데도,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아무 필요도 없는 것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문제는 답이 없다는 거고…, 그렇다면 지금 호남지역에서의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 몰표 이 문제를 어떻게 풀거냐인데 사실 호남주민들은 그동안 지역주의 성향으로 투표한 게 아니라 군사독재, 5·18 살인자들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그렇게 한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낙선운동을 펼치면서는 우리 광주에서 최소한 한 명은 떨어뜨려야 된다, 이런 분위기예요. 한명도 낙선못시키고 챙피해서 어떻게 하냐는 얘기가 농담처럼 나와요. 이런 차원에서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계속적인 구태정치행태를 감시 비판할 것입니다.
김제선 : 우리가 낙천낙선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이건 지역적으로 어려운 거다, 라는 걸 알고 시작했어요. 따라서 광주전남이 세게 나온다고 다 되느냐, 이건 아니라는 거예요. 오히려 이번 총선연대운동에선 그동안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국가개혁과제가 선거의 쟁점이 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걸 할거냐 그게 핵심인 거고, 낙천낙선운동을 채택함으로써 전술의 폭이 확 좁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우리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거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 측면에서 봤을때 총선연대 활동은 아직 거기까지 나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유시민 : 지역별로 어떤 전술을 써서 현실적으로 활동해나갈 것인지 좀 말씀해주시죠.
권혁장 : 대구는 유권자와 총선연대가 정치적 승리감을 맛보자! 이런 차원에서 찍어보면 정경환, 엄삼탁, 박철언 이런 사람들이에요. 그 셋을 낙선시키면 누가 당선되느냐, 박근혜, 김만제 뭐 이런 사람들이에요. (모두 웃음) 과연 이걸 어떻게 생각할 거냐는 거죠. 짜릿한 쾌감은 줄 수 있으나 운동적 의미는 뭐가 있냐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소수의 낙선자를 내는 활동이 대구에서는 적합한 전술은 아닌 것 같고. 두번째는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역주의 감정발언 나오면 지역단체가 지역여론을 걱정해서 주춤거리거나 편법을 쓰지 말고 즉각적으로 규탄해야 한다고 봐요. 대구는 선거시기에 낙선대상자의 범위를 펑퍼짐하게 선정해 유권자에게 투표의 기준을 준다든지, 20∼30대 투표참여율을 높이는 방법, 이 정도의 수위로 가더라도 꽤 성과가 있지 않느냐 그렇게 봅니다.
김제선 : 대전충남은 당락을 뒤바꿀 수 있냐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지만 낙선운동에 대한 지역민의 지지도는 분명히 확인되는 만큼 그것은 지역내 시민사회의 영역을 확대한다고 봐요. 대전의 경우 게임이 되는 지역이 생겼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얼마나 많은 대면접촉을 해나가느냐가 핵심이구요. 선거시기에는 차량캠페인이나 편지쓰기 등을 중심으로 활동할 거예요.
유시민 : 저는 이 운동을 정치소비자운동이라고 표현해요. 제품 선별해서 불량품이다, 이거 출고하지 마라, 이랬는데 출고했어요, 그럼 사지말자 이렇게 가는 거죠. 시민단체의 힘이라는 건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에서 나오는 것 아닙니까? 저는 낙선자 명단이 나와 선거판에서 자연스럽게 이 정보가 유통되면 그 흐름을 타면서 우리는 스스로 정치학습과정을 갖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도 얼마든지 성과가 있는 거라고 봅니다. 수도권의 경우는 1,000표, 2,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명단에 드는 것만으로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해구 : 직접적으론 그럴 거라고 생각하구요. 좀 달리 본다면, 이번 선거에서 총선연대운동이 주요하게 바라보는 건 누굴 낙선시키느냐, 지역감정이 어디서 생기고 죽냐 이런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이 지역감정을 넘어서거나 비지역감정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건데…. 지금 사실 유권자의식엔 뭔가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따라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이 변화를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고, 지역에서는 지역감정을 교란시키는 것 만으로도 이 운동을 성공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박재율 : 저는 이번 총선보다 다음 지방선거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체인력의 부재와 중앙권력의 통로를 보면서…. 이제는 분권전략을 위한 아젠다 설정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다음 지방선거는 포지티브하게 갈 수 있죠. 이번 선거에서 절단내겠다 이런 자세로는 스스로 발목을 잡게 돼요.
유시민 : 총선연대운동의 성과는 많습니다. 그러나 세 가지 점에서 평가가 있어요. 일단 네거티브 운동이다. 둘째, 연대운동방식이기 때문에 적정한 포지티브를 낼 수 없었겠지만, 어차피 선거란 주어진 사지선다형인데 정답이 없다는 방식만으론 곤란하지 않냐. 따라서 민주적 정당건설을 위한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셋째가 지역주의와 맞서싸우면서, 대안은 연방제에 준하는 수직적 권력분화, 지방분권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이걸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없겠냐 이건데 이 운동의 형식을 총선 이후 어떻게 바꿔낼 건지 얘기해보죠.
김영집 : 네거티브캠페인은 유권자 선거참여를 높일 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유권자에게 관심도를 높여줄 정보를 계속 줘야 합니다. 아, 저런 나쁜 인간이 지금 뭔 짓거리를 하고 앉았냐?하고 느끼게 말이죠. 또 하나는 이 네거티브운동이 포지티브운동을 눌러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총선시민연대는 낙선운동을 펴더라도, 제반 지역단체들(분야별로 여성 등 포함)은 스스로가 이 선거에서 포지티브하게 활동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유시민 : 총선연대 규정상 가입된 단체들은 지지당선운동 못하게 돼 있지 않습니까?
김영집 : 그럼 달리 생각해야죠. 그렇게 되면 투표참여율 높이는 것도 성공 못한다고 보고, 그리고 왜 막습니까?
박재율 : 지금 사람을 거론하면서 선거운동을 하자는 거예요?
김영집 : 사람을 거론하기보다 여성단체에서 여성 아젠다를 내놓으면 그에 걸맞는 운동을 하자 뭐 이런….
박재율 : 불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시민후보 민주후보 이런 게 불가능합니다. 우선 인식 자체가 ‘즈그가 할려고 했나?’ 이렇게 보편화된다는 거예요. 여성의 경우를 하나의 잣대로 채택한다 그럼 의정활동 부분으로 평가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 총선연대의 기준에는 의정활동이 빠져 있어요. 총선연대는 몇십년 역사적 평가를 기준으로 낙천자리스트를 공개했어요. 반인권, 헌정질서파괴 등 7개 기준. 그런데 그 7개에 들더라도 의정활동만으로는 빠져나갈 사람이 있어요. 만약 그런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 그럼 이 운동 안되는 거예요. 하지만 선택지의 열린 부분이 지역에는 좀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중앙에서 이 운동이 확대되기 전에 지역과 함께 고민했다면 최소한 이런 포지티브한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논의될 수 있었을텐데. 이게 현시민운동의 딜레마죠. 중앙집중적으로 연대해서 강하게 차고나가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조건에 맞는 운동의 폭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죠.
유시민 : 그런데 아기자기하게 갔다면 이 운동이 이런 폭발력을 가졌겠습니까?
박재율 : 그렇죠(못가졌겠죠).
유시민 : 말하자면 이 운동은 정치개혁운동으로 출발한 것이지 선거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전략은 아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럼 앞으로도 이 운동을 계속 이렇게 할 거냐, 이번 총선 후에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지지하고, 반대하는 운동쪽으로 다양화되고, 자립화돼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건데, 저는. 지역에서 보기엔 어떠세요.
김제선 : 낙천낙선운동과 같은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시민단체가 지역에 본부차리고 운동한 건 전국적으로 최초라고 봐요. 따라서 최소요구의 최대연대 틀을 살려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정치문화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있다, 따라서 국가개혁연대네트워크라는 차원의 연대운동이 필요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사회내의 개혁네트워크를 어떻게 살려나갈 지 그것도 중요한 실천과제라고 생각해요.
박재율 : 우리 시민운동이란 게 준정당기능을 하는 참여연대, 경실련 빼면 다 ‘등단체’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계속 서울의 몇단체 중심의 운동으로 가다간 중앙운동이 부문이나 지역운동을 억압하는 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봐요. 제 얘기의 핵심은 부문과 지역, 준정당적 기능을 하는 종합적인 단체가 하는 일이 달라야 한다는 거예요.
김제선 : 낙천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총선연대에 일반시민들은 ‘최소한 한텀 혹은 두텀 정도 너희가 직접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왜 안하느냐고 요구하기도 해요. 이게 일반적 정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같은 독특한 정치사회에서는 시민운동진영에 요구되는 지독한 도덕성이라손 치더라도 우리가 그런 약속을 깔고 시작한 운동이기 때문에 그런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유시민 : 총선연대운동을 발판으로 삼아 개인적으로 정치진출하려는 것은 원칙적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건 합의된 사항 아닙니까? 그러나 그 도덕적 짐까지도 시민사회가 지고 가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인데, 이건 차후에 다시 토론하기로 하고, 이참에 근본적으로 지역주의를 추방하기 위한 여러 대책들을 마련해볼 수 있는데 그중 국방 외교 통일안보 이런 것을 제외한 복지 교통 교육 이런 부분들을 연방제 수준으로까지 대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 내려보낸다면 오히려 지역민들이 느끼는 소지역주의는 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박재율 : 맞습니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제시하는 공약아젠다(교육 복지 여성 등)가 사실은 소지역주의를 더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요. 이거 차단해야 한다, 사실은 사회경제적인 지역주의가 정치적 지역주의보다 아주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는한 오히려 사회경제적 이슈로 지역주의가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어요.
유시민 : 그렇죠. 사실 이 문제를 바꾸자는 건 거대한 권력구도의 변화를 꾀하자는 거예요. 국세, 지방세로 교부되는 세법도 다 바뀌어야 되는 거니까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고.
정해구 : 우린 자꾸 영호남 대립의 지역주의를 말하는데, 사실은 중앙권력과 지역간의 갈등이 더 고착화된 문제가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의 권력을 지역으로 나누는 문제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전에 국민에게 지역주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해요. 서울에 사는 사람은 지역주의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아요. 서울에서는 문화적인 것 등이 다 충족되니까요. 그래서 서울과 지역간의 갭을 줄여주고, 분권화시켜야 지역감정이 안 생긴다고 봐요.
김제선 : 저는 소지역주의문제가 공개적으로 토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님비’ 이런 걸로 매도당해요. 소지역주의문제가 민주적 과정을 통해 토의되고 개선될 수 있는 과정도 없다, 그런 게 생기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시민 : 유럽같은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의 날, 이런 게 있어요. 그날은 전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모여서 중앙정부를 향해 시위를 해요. 이처럼 우리도 부당하게 집중된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권화하라는 요구를 해야지, 지역간 대화가 안된다, 등권론 등 이런 식의 이상한 얘기는 좀 정리해야 될 것 같아요. 이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한 말씀씩 하고 마무리하죠.
권혁장 : 최악의 상황…진짜 낙선도 못시키고, 예전과 다름없는 결과가 나왔을 때 정치권과 총선연대, 다 그놈이 그놈이다 이렇게 갈 수도 있다, 또하나의 허무주의를 유권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이런 걸 생각해야 하고, 일정정도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시민단체가 갖고 활동하는데 과연 우리에게 그런 정국을 돌파할 힘이 있냐에 대해서도 자기성찰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박재율 : 전 20대 투표율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냥 양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자는 호소로 그치지 말고, 청년실업 등 그들이 현실로 안고 있는 문제를 정책적으로 제시하면서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영집 : 이번 선거가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진정하게 개혁을 할 거냐 말 거냐를 유권자들이 심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김제선 : 저희는 총선과 관련해 선거시기에 정치개혁나무심기를 하려고 하고,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지배엘리트, 지역권력을 감시하고 언론을 감시하는 역할을 높여나갈까 생각합니다.
정해구 : 저는 이번 선거가 지역적 대중민주주의에서 시민적 대중민주주의로 넘어가는 상태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세대의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민주주의 가치랄까 이게 상당히 확산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낙관적 기대를 해봅니다.
유시민 : 우리나라의 민주적 정치과정이 시작된 게 고작 13년입니다. 87년 6월항쟁이 그 기점이 되겠죠. 어쩌면 우린 이미 다양화, 분권화, 개인이 주체되는 열린 사회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총선 이후 낙선운동이 어떻게 계량화돼서 나타날 지 모르지만, 저는 지역주의문제와 무관하게 지금 우린 거대한 학습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시민단체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이렇게 생각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소 작위적인 낙관이랄까? 이번 선거가 사실 아무 쟁점없는 선거였는데, 총선연대운동이 선거를 선거답게 만들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같이 박수 한번 치고 마무리하죠.
짝짝짝 (모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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