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하라구? 그냥 우리가 하자"
“하자고?” “그래. 하자.”

어디선가 하자, 는 웅성거림이 몰려온다. 그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보았다. 구로구에 있는 하자청소년직업체험센터라고 들어봤는가. 주워 들은 얘기를 나열하자면, 청소년들이 모여 영상, 댄스, 밴드, 만화, 인터넷, 디자인 등 하자고 하면 할 수 있는 곳이란다. 되돌아보면 어린 시절 갈 만한 곳, 얘기할 상대가 없어 “내가 어른이 된다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마음껏 배우고 놀 수 있도록 뭔가를 할거야”라고 결심한 바들이 한번쯤은 있었으리라. 그러나 정작 어른이 되고선 똑같은 논리로 다음 세대들을 대한다. 그런 자괴감이 들 즈음에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적인 공간이 생겼다니 괜히 반가웠다. 현관문에서 들어서면 마루바닥에 니스칠이 곱게 된 공연장이 나온다. 오른쪽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 모자를 푹 눌러 쓴 십대들이 들락날락하는 ‘하자넷카페’가 있다. 그들을 따라 들어가보았다. 라면, 음료수를 팔기도 하고 하자회원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전용 컴퓨터가 스무여대 있다. 회원이 아니라면? 5천 원으로 한달 내내 인터넷을 매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요? 말 그대로 하자 센터예요.”

“쨩이죠.”

둘러앉아 열심히 떠들고있는 세 명의 여고생들에게 ‘하자’가 어떤 곳이냐고 물었더니 나온 답이었다. 이들은 하자센터에서 열었던 쨩경연대회에 댄스부문으로 참가했던 팀이었다.

“질서가 없어 보일 지 모르지만 나름대로는 다 있어요. 서로에 대해 배려해야죠.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여기에서의 규칙이예요. 공연장에서 춤연습을 하다가도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면 양보하기도 하고, 핸드폰도 진동으로 맞추죠. 그건 매너예요.”

임선녀(19세). 이 댄스팀의 리더이다. 쨩답게 그들만의 리그에서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얘기했다. 자기들은 올해 고3인데 이런 곳이 이제서야 만들어진 것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이렇게도 좋아하는 하자센터를 운영하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조금 더 자세히 하자센터로 들어가 보자.

“지금의 대안학교는 농촌 공동체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죠. 이곳은 도시형 대안학교로 ‘학생들이 자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교육’이라는 것에 역점을 둡니다.”

하자센터의 부관장으로 있는 전효관 씨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되어야함을 강조했다. 3월부터 개강되는 자치대학은 자퇴생, 부등교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다. 자치대학 외에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방과후에 다섯 개의 작업장에서 진행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대중음악 작업장, 시각디자인 작업장, 영상디자인 작업장, 시민문화 작업장, 웹디자인 작업장이 그것. 또한 각 작업장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들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시민문화 작업장에서는 ◇나도 하는 PC조립 아르바이트◇십대들이 만드는 서울문화지도◇영어배우며 문화익히기◇문화읽기(나,너 낯설게 보기)◇나를 찾아가는 독서모임◇째즈, 힙합 댄스◇일하는 청소년, 청년 연극반◇십대 부모들이 만드는 웹진으로 총 8개의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일상을 다시 보는 훈련”이 모든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나 선생님들을 ‘판돌이’라 부른다. 기존의 교사와 학생이 가지고 있는 벽허물기의 하나이기도 하고, 교사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협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교사의 역할을 규정한 적합한 단어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센터장은 청소년 교육과 문화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이다. 서울시가 직업체험센터의 이름으로 남부근로청소년회관을 기능전환하여 연세대 청소년문화센터에 민간위탁한 시설이다. 다시 말해 관민협동체제로 12월 18일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위에서 자치대학을 언급하면서 부등교생과 자퇴생들이 다닐 학교라 했다. 아직도 우리들의 선입관으로 학교에 가지 않거나 학교를 자퇴했다고 하면 무언가 가정환경이나 학생 본인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고 생각할 것이다. 확언하건데 그건 오산이다. 최소한 하자센터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저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녀요. 일반 학교에 서 자퇴하려다가 2학년 때 전학 갔죠. 학교라는 공간과 저는 맞지 않았어요. 방통고는 2주마다 한번씩 가서 수업 받아요.”

남이(18세)가 한 말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적응해야만 되는 일들을 이젠 자신들이 선택하려고 한다.

“우쿨렐레예요. 하와이의 민속악기죠. 요즘 배우고 있어요.”

들고있는 악기에 눈길을 주자 설명해 주었다.

“학교에서처럼 ‘해’가 아니라 ‘하자’라고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자유로움에도 책임이 있어요.”

남이 뿐만 아니라 ‘하자’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나 자유와 책임을 연결시켜 얘기했다.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를 안 다니려 한 것은 아니예요. 저는 공부하고 싶고,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는 없고 오로지 대학이라는 이유만 갖다대죠.”

정리해보면 요즘 청소년들은 무척 다채롭다. 표현에서부터 문화적인 욕구까지. 남이는 보기 드물게 작은 코걸이를 했다. 그리고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어한다. 대학입학과 상관없이 단순히 배우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 계통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하자’의 시각디자인 작업장에서 하루의 반나절은 보낸다. 그리고 부모성함께쓰기를 하고 싶어한다.

“원래는 김남이라고 불렸죠. 동사무소에 가서 부모성을 함께 쓰겠다고 하니 안된다고 해서 이젠 어느 성도 안 쓰기로 했어요.”

그래서 남, 이, 이다. 이름이 외자인줄 알았었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하자넷카페에서 또 다른 청소년들을 만났다. 두 명은 교복을 입고 한 명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을 입지 않은 저는 자퇴했어요. 그리고 교복을 입은 얘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구요.”

이진홍(18세). 어디를 봐서건 어른들이 생각하는 문제 투성이어서 자퇴한 학생 같진 않았다. 수줍어하면서 웃는 모습이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서도.

“저희들로서는 부럽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학교를 벗어나서도 자기 일에 책임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니 자퇴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친구인 송지해(17세) 학생이 말했다.

자퇴한 진홍이는 영화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전근대식 학교 교실에서는 가만히 앉아 입다물고만 있으면 만사오케이인 곳이다. 거기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않다는 것이 진홍의 삶의 계획이었다.

하자센터는 아직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인 현재로서는 청소년들과 하자센터가 호흡맞추기를 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입소문을 듣고 여기 저기서 모여든다.

하자 청소년직업센터 홈페이지 주소: www.haja.or.kr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2000/03/01 00:00 200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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